한나라당이 27일 ‘재벌개혁’의 칼을 꺼내들었다. 재벌의 무차별적 사업확장으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할 경우 ‘부자 정당’ ‘반서민 정당’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민주통합당이 이날 4·11 총선 핵심 공약으로 ‘재벌개혁’을 제시하는 등 서민정책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고, 무차별적으로 골목상권을 잠식해가고 있는 재벌기업의 과도한 행태를 둘러싼 비판여론이 확산되면서 대기업의 과욕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나라당 내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는 방안을 비롯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대기업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폐해 방지, 하도급제도 전면 혁신 등에 대한 정책 마련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최근 “출총제 폐지가 대기업의 사익을 위해 남용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며 “출총제 쪽을 보완할 수도 있고, 공정거래법을 보완·강화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재벌개혁’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헌법에 규정된 ‘경제 민주화’를 당 정책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
비대위 산하 정책쇄신분과위 권영진 의원은 “재벌의 과도한 탐욕이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영역까지 침해하는 것은 공정한 시장이 될 수 없다”며 “그런 관점에서 재벌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영 정책위 의장은 이날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떡볶이, 빵집, 순대가게 등 서민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골목상권’까지 대기업이 잠식하는 것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이 의장은 “대기업의 조직과 유통망을 이용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빵집, 분식집, 커피숍 등 골목상권을 점령해 ‘골목대장 놀이’를 하기 바쁜 대기업 집단들이 있다”며 “(이는) 한마디로 국제무대에서 크게 활약해야 할 박지성 같은 선수가 국내 동네 골목 축구로 돌아와 대장놀이를 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대기업의 각성과 필요한 조치들을 촉구하는 한편, ‘재벌개혁의 칼’을 꺼내 들 것임을 시사했다.
이 의장은 “대기업 집단이 스스로 자신들의 환부에 칼을 들이대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불만이 높아질수록 대기업 집단의 탐욕을 규제하기 위한 여러가지 제도, 조치, 정책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30일 열리는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경제 민주화 실현’을 담은 정강·정책 개정안이 의결되는 대로 재벌개혁을 위한 정책 마련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통합당이 재벌개혁을 비롯한 ‘경제 민주화’를 분배정의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한나라당은 거대한 경제세력으로부터 시장과 중소기업, 소비자를 보호하는 공정 경제의 실현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무기자 ykjmf@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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