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원 들어있던 그 지갑이 130만원짜리라고요. 제가 하는 일은 왜 다 이럴까요.”
지난 26일 대구 수성경찰서에는 ‘억세게 운 나쁜 60대 남자’ 한명이 검거돼 왔다.
사건의 당사자인 A씨는 지난 16일 대구 수성구 한 은행의 현금자동 입출금기에 돈을 출금하러 갔다 입출금기 위에서 여성용 지갑 하나를 발견했다. 짧은 순간 온갖 갈등을 했던 A씨는 결국 지갑을 들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한참 뒤 A씨는 누가 보지는 않았을까 터질 듯한 마음을 가다듬고 지갑 안을 열어보았다. 제법 두툼한 지갑에 신용카드를 포함한 각종 카드들이 가득 꽂혀 있었다. 어차피 쓰지도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카드는 길거리에 모두 버렸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지갑 속에 있는 현금은 고작 7천원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A씨는 허탈한 마음에 지갑을 아무데나 던져버렸다.
지갑을 잃어버린 B씨(여·32)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며칠 뒤 경찰은 은행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해 A씨를 찾아냈다. 경찰이 A씨의 집에 찾아왔을 때 그는 “내가 가지고 있다가 주인을 찾아주려고 했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순순히 지갑과 현금 7천원을 꺼내놨다.
B씨가 건물 청소일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A씨의 사연을 듣고 잃어버린 지갑과 돈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합의를 해주면서 다행히 A씨는 구속은 면했다. A씨는 이미 절도 전과가 있어 합의가 안됐다면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수 있었다.
합의를 위해 경찰서에 온 A씨는 자신이 절취한 금품의 액수가 130만7천원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A씨는 “지갑에 분명히 7천원밖에 없었는데…”라며 의아해했다. 알고 보니 그 지갑은 프랑스 명품 L사의 130만원짜리 고급 장지갑이었다.
수성서 관계자는 “견물생심이라고 누구나 주인없는 지갑을 발견하면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고, 형편이 어렵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자기가 가져간 지갑이 비싼 명품인 줄도 모르고 현금 7천원에 아쉬워했을 것을 생각하니 범죄자이지만 조금은 안타깝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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