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키 2㎝ 모자라 승무원 면접 거부당해…시위하듯 버텼더니 기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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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2년 지역에선 드물게 캐세이퍼시픽항공사 스튜어디스가 된 뒤 전국 첫 승무원 전문 양성학원으로 평가되는 스카이 스튜어디스 아카데미를 차린 최해련 원장. |
직업적 미소의 위력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공간은 단연 공항이다.
여승무원인 스튜어디스(Stewardess)가 그 미소를 잘 품고 있다. 항공사 직원 여행용 가방인 캐리어(Carrier)를 끌고 유니폼 차림으로 모델 뺨칠 정도로 유유하면서도 조금은 도도하게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에 일반 승객들은 한없는 부러움을 느낀다. 부모들은 자기 딸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105㎝ 두께의 활주로에 300t급 점보기가 오르내리는 전세계 1만여개 공항의 수호천사는 단연 스튜어디스.
하지만 30여년 전만 해도 스튜어디스는 일반인에게는 너무나 접근하기 힘든 직업이었다. 솔직히 뛰어난 영어실력과 용모 등으로 인해 미스코리아보다 더 선호된 것도 사실이었다. 조금은 베일에 가려져 있고 그들의 세련된 미소로 인해 많은 남성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된다. 특히 외국항공사 스튜어디스는 더욱 진출하기 힘들어 지방 출신 여성에겐 언감생심의 자리였다.
그런데 30년 전 지방 출신이면서도 그 자리를 거머쥔 한 여성CEO를 지난주 만나서 스튜어디스란 직업의 매력과 그 속에 감춰진 애환, 그리고 성공적 채용 방법에 대한 노하우 등을 전해들었다.
그녀는 1982년 캐세이퍼시픽항공사( 홍콩에 본부를 둔 영국계 다국적 기업인 스와이어그룹이 모회사)의 한국인 여승무원 채용 과정에 해프닝을 만든 주인공이 된다.
평소 세계각국을 ‘한비야버전’으로 여행하고 싶었던 최해련씨(52). 그 꿈을 스튜어디스가 되면 실현될 거라고 믿는다. 훗날 국내 첫 승무원 양성 학원 격인 스카이 스튜어디스 아카데미를 창업하게 되는 그녀는 외국항공사 스튜어디스가 되면 세계일주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고 응시했다. 그런데 키가 작은 게 문제였다. 160㎝ 이상이어야 했는데 그녀는 158㎝. 면접조차 볼 수 없자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그녀는 귀가하지 않고 1인시위하듯 면접장 입구를 지켰다.
‘나는 충분히 멋진 스튜어디스가 될 자질이 있는데 키 때문에 면접을 보지 못하다니…’
일단 버티기 작전을 구사한다. 남다른 승부근성을 눈여겨 본 면접관이 이례적으로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꿈이 이뤄진다. 대구 출신의 그녀는 당시 ‘대구에서는 외국항공사 스튜어디스가 될 수 없다’는 불문율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8년간 세계를 날아다닌 끝에 고향으로 돌아자가고 결심한다.
혼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시험 준비하는 지역의 대학생들에게 좀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승무원되는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었다. 체계적인 승무원 양성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전국 첫 승무원 양성 학원을 차렸다. 바로 현재 동성로 옛 금융결제원 근처에 있는 스카이 스튜어디스 아카데미다. 현재 국내외 항공사 합격 노하우를 가장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 출신으로는 외국항공사 입사가 어림도 없다’는 불문율 1982년에 깨
“당시 유니폼 입으면 레드카펫 밟는 기분”
승무원 양성 학원 국내 처음으로 개설 22년간 배출하기도
“올해 3천여명 공채…외모·영어실력보다 인성 좋아야 합격”
◆ 미소는 항공사의 핵심부품
“지금도 첫 비행하던 날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캐세이퍼시픽 특유의 주황색 유니폼은 다른 여행사 유니폼에 비해 더욱 튀었고 매력적이었죠. 순간 개선장군이 된 것 같았어요. 탑승을 위해 로비에 앉아 있는 승객들이 모두 저만 쳐다본다고 믿었습니다. 저는 레드카펫 밟는 주연배우의 심정으로 일을 했어요.”
그녀의 미소는 항상 파릇하다. 사교적이면서도 통솔력이 있다.
단순히 웃는 게 아니라 상대의 눈높이 심정과 맞물려 돌아간다. 그건 외국항공사 근무로 인해 저절로 몸에 밴 것이다. 항공사에서 은퇴한지 오래 됐는데도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기내로 연결되는 탑승교를 지나 기내로 들어올 때 우아한 자태로 서 있는 스튜어디스의 미소. 그런 미소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욕구가 제각각인 승객들은 자신들의 불만을 더욱 이기적이고 무절제한 방식으로 표출할 겁니다. 저는 그 미소를 항공사의 핵심부품이라고 확신해요.”
하지만 그녀는 많은 이들이 스튜어디스가 그냥 미소를 짓고 기내식만 날라주는 자린 줄 알고 있는 걸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
“스튜어디스가 존재하는 이유는 서비스보다 긴급상황 때 승객의 안전을 지키는 겁니다. 바다에 불시착했을 때 구명 보트 겸 탈출장비로 사용하는 슬라이드 래프트(Slide Raft)와 비상탈출용 미끄럼대인 탈출용 슬라이드(Escape Slide)를 안전하게 작동시키는 등 구급요원로서의 임무도 충실히 수행하고 테러 등에 맞서기 위해 호신술까지 습득합니다.”
당찬 기질을 앞세워 외국항공사 여승무원이 된 그녀는 비행기를 타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세계여행의 꿈을 위해서 스튜어디스 자리를 활용하는 게 아니라 멋진 스튜어디스가 되는 것 자체가 자신의 꿈을 이룩하는 것이라는 걸 절감하고 더욱 멋진 인생을 살았다.
그녀가 처음 승무원이 됐을 때만 해도 ‘아무나 스튜어디스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한진그룹과 MOU를 체결한 인하대에는 승무원 전담 학과가 있었지만 일반인들은 본인이 알아서 응시를 해야 됐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스튜어디스 전문 학원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서 혼자 알아서 신문 광고 등을 보고 개별적으로 북치고 장구치며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안타까워 그녀가 학원을 차린다.
“그사이 세상이 많아 달라졌어요. 이젠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요. 최근 들어 제주항공, 진에어 등 국내 항공사는 물론 중동, 미주, 중국 등 외국항공사에서까지 러브콜을 하죠. 그 어느 때보다 스튜어디스 문호가 넓어졌습니다. 올해 같은 경우는 3천여명 이상 뽑는 것 같아요.”
최 원장이 마지막으로 항공사에서 원하는 인재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예전에는 신장도 162㎝ 이상, 괜찮은 용모를 중시했지만 이젠 토익 550점 이상의 외국어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어요. 팔을 뻗어 머리 위 선반에 물건을 넣을 정도의 신장이면 족해요. 영어가 전부는 아닙니다. 실제 완벽에 가까운 영어실력을 갖고도 인성과 팀워크가 좋지 않아 탈락한 경우도 더러 봤습니다. 실력보다 인성과 승무원이란 직업에 대한 이해와 서비스 정신이 더 평가받고 있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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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여객기 기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대구시 중구 삼덕동 스카이 스튜어디스 아카데미의 상징적 수업공간인 항공실습실 전경. |
◆ 스카이 스튜어디스 아카데미
22년 역사를 가진 국내에서 가장 오래 된 승무원 전문 양성 학원이다.
1기 20명의 경우 18명이 승무원이 됐을 정도로 강의인프라가 탄탄하다.
825㎡(250평) 규모의 아카데미에는 워킹실은 물론 항공사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을 간접 경험함으로써 직업에 대한 이해와 면접 시 대처방안을 배울 수 있는 항공실습실, 화사한 피부연출과 밝은 이미지 연출을 가르치는 메이크업실, 빔프로젝트와 거울벽이 있는 강의실 등이 마련돼 있다.
20여명의 강사진은 모두 스카이 출신으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캐세이퍼시픽항공, 아랍에미레이트항공, KLM네덜란드항공 출신 강사들이 상주한다. 작년부터 내국인은 물론 국내 체류 중국 유학생들에게도 항공사 취업 기회를 확대했다. 현재 스카이 아카데미 269기 59명이 수업을 받고있다. (053)424-0052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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