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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일관성 없는 정책, 지방이 멍든다 .1] 정권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지방정책

2013-11-18

균형발전법만 19번 손질…지방 “어느 장단에 맞추란 말인가”

대통령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심대평 위원장 일행이 지난 14일 대구를 찾았다. 이날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심 위원장은 “현 정부의 지방자치 의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국빈방한 중이던 지난달 23일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지방자치발전위원회와 2시간에 걸쳐 1차 회의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께서는 확고한 지방자치 및 발전의 의지를 피력하셨어요.”

심 위원장의 말대로라면 지금쯤 지자체와 지역민이 반색할 만한 정책이 나와야 하지만 현실은 조금 동떨어져 있다.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변하는 정부의 지방정책 때문에 지방이 멍들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 변신(?)거듭하는 지방정책

노무현 대통령 시절이던 2004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하 균특법)을 제정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의 특성에 맞는 발전과 지역 간 연계 및 협력을 증진하고 지역경쟁력을 높여 삶의 질을 향상한다는 게 제정의 취지였다. 목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지역균형발전이었다.

이 법의 목적은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지역경쟁력 강화로 변했고, 박근혜정부 출범 후 지역경쟁력 강화와 주민의 삶의 질 개선으로 또다시 변경됐다.

균특법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정 이후 지금까지 모두 19번 손질당했다. 특히 이번 정부는 이명박정부의 추진계획을 거의 전면적으로 바꿔버렸다. 이명박정부는 지역 간 연계·협력으로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전국을 5대 광역경제권(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동남권, 대경권), 2대 특별광역경제권(강원권, 제주권)으로 나누는 등 16개 시·도를 7개 광역경제권으로 재편하는 ‘5+2 광역경제권’ 정책을 추진했다.


툭하면 개정…혼선 불러
부동산 정책 만들때도
지방 상황은 고려 안해


이에 따라 대구시와 경북도는 2009년 대경광역권경제발전위원회를 설립한 뒤 그린에너지와 차세대 융합기기를 ‘미래성장 동력 산업’으로, 스마트 기기부품사업과 첨단융합소재를 ‘대표주력산업’으로 선정하고 육성해 왔다.

그러나 내년 초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인 개정 균특법은 광역경제권, 초광역개발권 및 광역경제권발전계획과 초광역개발권 기본구상 규정을 삭제하고 광역경제권발전위원회를 폐지한다고 명시됐다.

[일관성 없는 정책, 지방이 멍든다 .1] 정권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지방정책

이명박정부의 광역경제권 구상을 5년도 채 안돼 지워버린 대신, 지역발전정책의 핵심개념인 ‘지역생활권’개념을 도입해 △지역산업 및 인프라 건설보다 주민 체감형 생활환경 개선사업에 정책 우선 순위 △인근 시·군·구가 협력하는 ‘자율적 지역생활권발전계획’ △광특회계 재정비 및 포괄보조금에 대한 시·군·구 자율편성권 확대 등을 포함시켰다.

2007년, 노무현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12차례 이상 규제 일변도인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부동산시장의 추락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바통을 이어받은 이명박정부는 집값 안정과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정책목표를 그대로 유지하되, 규제 완화를 시도했다. 집권 동안 총 27번의 부동산 대책과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2월 출범한 박근혜정부는 ‘7·24 대책’과 ‘8·28 전·월세 대책’을 발표했으며 핵심은 취득세율 영구 인하였다. 취득세는 지방세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지만 지자체와 제대로 된 협의조차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2일 국무회의를 열어 지자체의 재정 부문과 지방 공기업에 대한 중앙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과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각각 확정했다.

지방재정법 개정안에는 직접적인 재정투자사업 이외에도 지급 보증·협약, 확약 등도 투자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또 5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에 대한 타당성 조사는 안행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 기관이 직접 수행토록 했고 투자 사업별 추진 상황과 담당자 공개가 의무화된다.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전국의 460개 지자체 출자·출연기관들의 임직원 채용 절차, 인사·조직 관리, 예산 집행 등에 대한 운영 기준을 제시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경영 평가 및 이를 통한 자치단체장의 경영상 조치 사항 등도 있다.


◆ 피해 떠안아야 하는 지자체

[일관성 없는 정책, 지방이 멍든다 .1] 정권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지방정책
2009년 11월27일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한국소프트웨어개발업협동조합이 공동으로 주관한 ‘선도산업 CEO 초청 IT활용 세미나’ 장면. 이명박정부 때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지역 선도산업 육성 프로젝트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관련 법이 개정돼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영남일보 DB>

정권 입맛에 맞춘 지방정책 변화는 지역사회에 적지않은 부정적 파장을 낳았을 뿐 아니라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명박정부가 2009년 지역균형발전을 삭제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균특법을 개정하면서 당초 국토균형발전의 취지는 약해지기 시작했다. 국회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까지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0.5%포인트 올랐지만 대경권과 동남권은 각각 0.8%포인트, 0.5%포인트 낮아지는 등 수도권과 지역 간의 산업 경쟁력만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정부가 개정한 균특법은 전 정권 때보다 더욱 더 국토균형발전 의지를 약화시켰다는 평가다. 이명박정부가 삭제했던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복원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 전문가들은 수도권 일극 집중 심화 및 초광역화에 따른 블랙홀 확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형철 대구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균특법이 개정되면 대구·경북의 인구 유출, 경제 침체, 정주여건 악화 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특히 지역발전계획 수립체계의 변경이 불가피하고 계획 수립에 있어서도 혼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책우선 순위가 주민생활기반 확충으로 넘어가면 국토 남부권 글로벌 인프라 확충과 이에 기반을 둔 대구·경북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백두대간발전종합계획, 대구-광주 연계협력권발전종합계획 등의 효력이 상실된다


균특법 갈수록 약화
지역 자체 계획도 요동
경기침체 등 심화 우려


5+2 광역경제권 정책에 따라 선도산업을 선정한 대구·경북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단계 사업비 1천447억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지원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지역의 미래 신성장동력 육성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노무현정부는 “하늘이 무너져도 투기만은 잡겠다”며 규제 일변의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세금 강화, 금리인상, 분양가상한제 등은 ‘수요감소→거래감소→가격하락’의 결과를 빚어냈다. 오히려 지역에 따라서는 ‘역차별’현상마저 나타났다.

이명박정부는 투기지역을 해제하거나 수도권 전매제한 해제, 총부채상환비율(DTI) 조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등 꽁꽁 묶어놨던 규제들을 푸는 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시장을 살리는 데는 실패했다. 노무현정부의 규제 정책을 뒤집는 법안에 대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고 ‘지자체 곳간’을 건들기는 했지만 한시적이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달랐다. 지자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취득세 영구인하 카드를 빼들었다. 정부는 국고보조금 확대로 취득세 결손분을 메워주겠다며 급한 불을 끄려하고 있지만 나라 살림살이 형편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전례가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2011년과 2012년, 올 상반기 등 세 차례에 걸쳐 1가구1주택자와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에 한해 한시적으로 취득세 감면 혜택을 줬다. 지자체를 대상으로는 취득세 감면액을 전액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대구시가 감면해 준 취득세는 모두 2천507억원이지만 정부가 보전해 준 돈은 전체 금액의 61% 정도인 1천546억원에 그치고 있다. 경북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1천425억원을 감면해 준 반면 돌려받은 돈은 전체의 75%인 1천7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부가 준다고 약속해 놓고 이를 번복하지는 않겠지만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곤란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처사는 중앙정부 의존도를 높이는 악순환을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확정한 ‘지방재정법 개정안’과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자체 권한을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김영삼정부 때 재개된 지방자치가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발전하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대구시와 경북도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재정 투자에 대한 타당성 조사는 안행부 장관이 지정한 전문기관에서 대부분 하고 있으며 광역의회에서도 심사를 해 문제의 소지를 줄이고 있다. 또 정부 산하 공기업의 부실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지방 공기업만 옥죄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북도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 재정 운영과 공기업 관리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관련 법들을 개정한다는 안행부의 말은 겉으로 보기엔 긍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으나 속뜻은 여전히 지자체를 움직이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일부 지자체의 문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으며 나아가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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