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희망의 캐럴 울려퍼지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 잃지않은 학생 위해
캐럴과 선물 한보따리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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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와 합창단원들이 지난 24일 밤 대구지역 한 놀이터에서 희망인재 장학생에게 ‘고요한밤 거룩한밤’ 등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려주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
24일 밤 10시30분,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주택가의 한 놀이터. 정체 모를 검은 차 몇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오고, 조용하던 놀이터 여기저기서 환호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산타 할아버지가 차에서 내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환호에 아랑곳없이 산타와 일행은 조용히 뭔가를 준비 중이다. 잠시 후 오늘의 주인공인 김선욱군(가명·고1)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놀이터에 등장했다. 예상치 못한 산타의 모습에 놀란 소년에게 합창단원들은 크리스마스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들려 주었다.
노래가 끝나자 이번에는 산타할아버지가 김군을 향해 한 발자국 다가섰다. 그리곤 김군에게 작은 선물상자를 하나 건넸다. 상자를 열어본 김군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 번졌다. 그렇게 갖고 싶었던 태블릿PC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산타할아버지가 준비한 선물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얼굴 가득히 온화한 웃음을 띤 할아버지는 가만히 다가와 그를 품에 꼭 안았다. 따뜻한 가슴과 가슴의 울림, 어쩌면 오래전 아빠의 품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 아니었을까. 김군은 산타의 품에서 “아, 오늘은 참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구나”라고 생각했단다.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사람이 초등학생뿐일까. 어쩌면 산타가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중·고생, 나아가 다 자란 어른도 크리스마스에는 산타가 기다려지지 않을까.
2013년 12월24일, 거짓말처럼 산타 할아버지가 대구의 중·고생을 찾아왔다. 산타할아버지는 영남일보와 대구사회복지관협회가 공동기획한 ‘희망인재 프로젝트’의 중·고교 장학생들에게 푸짐한 선물보따리를 펼쳐놓은 것은 물론 영원히 잊히지 않을 감동의 이벤트를 선물했다.
영남일보 희망인재 프로젝트는 언론과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지역의 우수한 인재를 키우고, 지역의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공익성 프로그램이다. 지난 5월 대구에서 발대식을 가졌으며,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지역의 중·고생 50명이 장학생으로 있다.
이날 산타의 선물나눔은 이른 저녁부터 밤늦게까지 대구 전역에서 펼쳐졌다. 산타할아버지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찾아 달서구 상인동에서 동구 율하동, 북구 산격동 등으로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다. 방문장소도 아이들의 집에서 교회로, 아파트 앞 놀이터로 다채롭게 이어졌다.
산타이벤트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동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 언론사 부설 합창단이 동행해 ‘고요한밤 거룩한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크리스마스 캐럴을 아이들에게 라이브로 들려주었다. 영화 ‘러브액츄얼리’의 한 장면처럼 ‘스케치북맨’도 참여해 감동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선물도 태블릿PC, 자전거, 종합병원 건강검진권, 청소년권장도서, 수면양말, 겨울용 온열 마우스패드, 특급호텔 뷔페식사권 등으로 다양했다. 산타할아버지가 직접 쓴 ‘크리스마스 카드’도 있었다.
이날의 산타이벤트는 희망인재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익명의 키다리 아저씨들이 마련한 것이다. 참여한 모든 이들이 이름과 얼굴을 밝히지 않은 익명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차를 한 대 팔 때마다 일정액을 적립해 장학금으로 전달한 자동차 회사의 임직원이 있었으며, 이 밖에도 종합병원, 홍보기획사 등 다수의 기업과 기관이 이벤트에 동참했다.
늦은 밤까지 선물배달을 위해 발품을 판 산타할아버지는 누구였을까. 달서구 성서공단 내에 있는 한 공기업의 부장인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희망인재 장학생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 이벤트에 동참했다”며 “오늘의 이벤트가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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