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또 바꾼 민주당, 끌려다니는 국힘… TK통합 ‘시계제로’
필리버스터 철회하자 “당론부터 정하라”… 요구 사항 계속 늘어
시도의회 동의 규정 넘어선 요구에 협상 주도권 뺏겨
민주당 ‘말 바꾸기’와 국민의힘 ‘자중지란’ 겹쳐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07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경북(TK) 행정통합특별법(안)이 정치권의 공방 속에 표류하며 무산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TK통합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더 이상 법사위 개최를 미룰 명분은 없어졌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3면에 관련기사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 개최 조건을 계속 바꾸며 처리를 미루고 있고, 국민의힘은 내부 단속조차 못한 채 끌려다니고 있다. TK통합법은 민주당의 조건 제시에 국민의힘이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한 치 앞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민주당이 TK통합법 처리를 거부하는 이유를 계속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전남·광주 통합 특별법은 이날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지난달 24일 TK통합법을 보류시킨 이유로 국민의힘 지도부의 반대와 대구시의회의 반대 성명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구시의회는 사흘 뒤인 27일 찬성을 재천명하는 입장문을 냈다. 조건 하나가 충족되자 이번엔 필리버스터 철회를 새로운 조건으로 내걸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대전·충남통합법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조건이 충족될 때마다 새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는 셈이다. 결국 국민의힘이 법안 처리를 위해 1일 필리버스터까지 철회했지만, 이마저도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경북 8개 시·군의회가 TK통합을 반대하고 있다"며 법사위는 (오늘) 안 열린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일 충남 천안시 신부동 거리에서 열린 '충남대전 미래 말살하는 매향 5적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대표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정 대표는 지난달 27일 대구를 직접 찾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한 데 이어 1일에는 "국민의힘 당론으로 입장부터 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의총을 열고 TK통합을 당론으로 정했다.
지역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대응에 답답해 하고 있다. 먼저 TK통합법이 법사위에서 보류된 직후 국민의힘 내부는 자중지란에 빠졌다. TK의원들을 중심으로 찬반 투표를 진행해 찬성 우세라는 결론을 냈지만, 이는 처음부터 정리됐어야 할 당내 입장을 뒤늦게 확인한 것에 불과했다. 더욱이 처음부터 반대했던 경북 북부지역 의원들은 아니나 다를까 통합에 반대했으며, 이들 지역의 8개 시·군의회 의장협의회도 '시·도민 동의 없는 경북·대구 행정통합에 결사 반대'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은 더욱 꼬였다. 민주당에게 오히려 빌미를 내준 것으로, 민주당과 싸우기 전에 내부 단속부터 해야 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법상 대구경북 시·도의회의 동의를 거치면 되는데, 규정에도 없는 기초의회의 반대를 이유로 TK통합법에 태클을 거는 민주당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국민의힘도 협상 카드를 소진하며 끌려다니면서 주도권을 완전히 민주당에 빼앗긴 형국이어서 만약 TK 통합이 무산될 경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TK 행정통합 불발 관련 AI생성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생성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