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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 바둑처럼 世上事는
선택이란 갈림길의 연속…
같은 실수 반복 않으려면
복기 통해 패착을 찾아야
그럼 메르스 패착은 뭘까
예전 한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 올라온 흥미 있는 설문이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을 바둑용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용어가 가장 어울릴지를 묻는 내용이다. 1. 신(神)의 한 수 2. 이적수(利敵手) 3. 신수(新手) 4. 양자충(兩自充) 5. 승부수(勝負手). 지금 생각하면 ‘양자충’(꼼짝 못하게 옭매임)이 정답이 될 수 있겠지만, 당시엔 ‘신의 한 수’(최상의 선택)란 답이 많았다.
얼마 전 바둑을 소재로 한 드라마 ‘미생’이 인기몰이를 했다. 정글 같은 직장 분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한 인턴 사원의 고달픈 삶이 하루하루를 미생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처지와 맞아떨어지면서 큰 공감을 얻었다. 드라마의 제목이 ‘완생(完生)’이 아니라 ‘미생(未生)’이기에 감동을 더했다.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예전에도 있었다. 조훈현 9단 등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맞수’가 20여 년 전 전파를 탔고, 영화 ‘신의 한 수’가 지난해 개봉됐다. 일본에서 제작된 만화영화 ‘고스트바둑왕’이 국내에 소개된 적도 있다.
국내 바둑인구는 극히 제한적이다. 요즘 들어선 더 줄고 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바둑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잇따라 등장할까. 이는 단순히 바둑이야기에 국한된 게 아니기 때문일 게다.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 했다. 바둑을 통해 우리네 삶을 들여다보고자 했을 것이다.
바둑 한 판을 둬 보라. 얼마나 많은 선택의 갈림길이 있는가. 한 수 착점에 따라 그다음 가는 길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것으로 승패가 갈라진다. 따라서 한 수 한 수 선택에 얼마나 깊은 상념과 고뇌가 필요한가. 또한 얼마나 많은 위기(승부처)가 찾아오고, 이를 타개할 묘수를 찾는 데 골몰해야 하는가. 승부사의 호흡이 느껴지는 전쟁터 같은 바둑 한 판에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일찍이 선인들은 ‘세사기일국(世事棋一局)’ 이라 했다. 세상사는 한 판의 바둑을 두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그래서인지 현실에서도 바둑용어가 넘쳐난다. 정치인들이 많이 인용하고, 언론도 활용 횟수가 부쩍 늘어났다. 악수(惡手)나 꼼수, 장고(長考), 포석(布石), 실리(實利), 세력(勢力), 호구(虎口), 수읽기, 묘수(妙手), 국면(局面), 초(秒)읽기, 자충수(自充手), 승부수 등.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이젠 익숙한 용어들이다.
IMF 외환위기 때엔 대기업의 부도를 빗대 바둑용어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가 무너졌다는 말이 널리 유행했다. 성완종 사건이 터지자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더 이상 ‘팻감’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라며 발끈했다. 팻감이란 바둑에서 패를 이기기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으로, 일종의 희생양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요즘 유승민 의원이 (가만히 있어도 위상이 올라간다며) 오히려 ‘꽃놀이패’를 두고 있다”고 평했다.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이 ‘승부수’가 아니라 오히려 여권의 갈등을 심화시킨 ‘악수’가 되는 양상이다. 친박계는 버티는 유승민 대표를 쫓아낼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 언론은 바둑용어를 사용해 정국을 진단했다.
바둑에선 ‘복기(復棋)’란 게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어떤 수가 판을 그르쳤는지 패착(敗着)을 찾는 작업이다. 동시에 이긴 자는 승착(勝着)의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패착을 찾는 일은 현실에서 더욱 중요하다. 아직도 진행 중인 메르스 사태, 생각하기도 싫은 세월호 사태의 패착은 어디였을까. 패착을 찾는 작업은 바둑이건 현실이건 늘 아프다. 하지만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현실에서는 패착보다 승착을 찾을 일이 더 많았으면 한다.
박윤규 북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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