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프로젝트 예산 호남 1조5천억, 대경권 148억
호남 전력공급 앞당기려 대구 변압기 전용 검토
광주 군공항엔 3천억…대구 이전 지원은 빠져
교육·국책기관까지 번진 논란에 지역 불만 확산
정부의 지역별 투자·지원 격차와 TK 소외 우려를 표현한 AI 생성 삽화. 제작=생성형AI
이재명정부의 국가균형발전에 대구·경북(TK)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호남에는 미래산업을 키울 투자와 기반시설 지원이 쏟아지지만, TK는 새로운 기회를 놓치고 이미 약속된 사업마저 더 기다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역의 명운이 걸린 공항·산업·교육·의료 주요 현안이 줄줄이 밀려나면서 정부의 균형발전이 특정지역에만 쏠리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호남에 반도체 투자와 기반시설 지원이 집중되는 반면, TK는 주요 사업의 예산 확보와 지원 대상 선정에서 잇따라 밀려나고 있다. 정부의 내년도 메가프로젝트 예산안에 따르면 전체 3조528억원 가운데 호남 관련 사업에는 1조5천198억원이 편성됐다. 전체의 약 49.8%를 차지하는 규모다. 반면 대경권 관련 예산은 148억원으로 고작 0.48% 수준이다.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구상에는 경북 구미 등 기존 산업기반을 활용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혁신 거점 육성이 포함됐지만,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원 규모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국민의힘 조지연(경산) 의원은 "모든 지역이 형평성 있게 성장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부가 편성한 예산대로라면 '호남 일극 성장'을 위한 프로젝트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역 숙원사업인 군공항 이전 지원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광주 군공항 이전을 뒷받침하는 지원 예산 3천억원이 반영됐다. 반면 대구시가 요청한 군공항(K-2) 이전 공공자금관리기금 융자 3천324억원과 금융비용 지원 80억원은 담기지 않았다. 교육 분야에서는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집중 지원 대상으로 부산대·전남대·충남대가 선정되고 경북대가 탈락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대구·경북이 부산·경남과 함께 '영남권'이라는 틀에 묶일 경우, 주요 지원사업에서 계속 불리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정부의 '5극3특'에서 대구·경북이 사라지면서 '4극3특'이 됐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호남 반도체산업단지의 전력공급을 앞당기기 위해 대구 등 다른 지역에 투입할 변압기를 전용하는 방안이 검토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대구가 공들이고 있는 국립치의학연구원 입지 선정 연구에서는 후보지 모의평가 이후 평가항목과 가중치가 변경돼 천안을 후보지로 내세운 충남에 유리해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부는 호남 투자가 과거의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하고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호남 반도체 투자 편중 논란에 대해 역사적으로 누적된 투자량과 비교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과거 영·호남 간 불균형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는 취지다.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호남의 투자 필요성과 별개로 TK의 기반시설 구축 지연 가능성이나 사업별 지원 격차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지역별 산업 기반과 의료·교육 수요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지원에 반영했는지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선거 컨설팅업체 엘엔피파트너스 이주엽 대표는 "균형발전이 모든 지역에 예산을 똑같이 나누는 정책은 아니지만 지원 규모와 우선순위를 달리하려면 납득할 만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TK가 주요 사업에서 배제되거나 지원이 지연되는 일이 반복되면 해당 지역은 이를 개별 사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차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정부는 선정 과정과 지원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면서 "지역 정치권도 소외론을 제기하는 데서 나아가 예산과 제도 개선이라는 성과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