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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스토리텔링 2015] 김천 고대국가 감문국의 흔적을 찾아서<25> 철(鐵)의 나라 감문국

2015-10-21

월매동·쇠내·거물·가물·철수동…‘鐵 생산 흔적’ 김천 地名 곳곳에 녹아있어

20151021
김천시 대덕면 화전리 월매동 전경. 학계는 철 생산지를 의미하는 ‘감(甘)’자의 훈인 ‘달’이 ‘월(月)’로 바뀌어 월매동이 됐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20151021
김천시 지례면 거물1리 입구. 김천시 지례면에는 철과 관련된 한자인 ‘감(甘)’자가 변형된 듯한 지명이 남아있다. ‘거물’ 역시 ‘감’자가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김천의 읍락국가 감문국의 국명 또한 철 생산지라는 지리적 특성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있다.


<스토리 브리핑>


‘철(鐵)’은 고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자원이었다. 창이나 칼, 갑옷 등 무기의 원료로 사용되는 것은 물론, ‘철정(鐵鋌, 덩이쇠)’은 교역의 대상물품으로 국가의 부(富)를 축적하는데 도움이 됐다. 철은 이전의 청동기를 능가하는 최첨단 소재였으며, 제철기술은 국력을 키우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김천의 읍락국가(邑落國家) 감문국(甘文國)도 철을 생산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사서 삼국지위지동이전(三國志魏志東夷傳)에는 가야지역에서 철이 생산돼 왜 등에 수출됐다는 기록이 있다. 가야 중심의 변한연맹체 일원이었던 감문국 또한 철을 생산해 가야에 공급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감문국의 흔적을 찾아서’ 25편은 김천지역에 남아있는 감문국의 철 생산 흔적이다. 직접적인 흔적은 찾기 어려웠지만, 철과 관련한 수많은 지명이 김천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울산 달천·전북 달궁터의 ‘달’은
‘甘’의 훈으로 ‘철 유적지’ 유추
학계 “감문국 國號도 철과 밀접”
삼국지위지동이전 등 옛기록선
변한연맹체 내 철 공급지로 무게

향토사학계 “달은 쇠 다룬단 뜻”
‘달’이 ‘月’로 바뀌었다는 주장도
‘甘’의 변형으로 ‘거’‘가’도 제시
관련 땅이름서 철 생산 추론해내

 

 

◆ 금속문화를 받아들이다

선사시대부터 한반도 남부지역은 금속문화를 왕성하게 받아들였다. 이형우 영남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논문 ‘고대 김천지역의 역사 지리적 환경과 감문국(甘文國)’에서 “대륙으로부터 금속문화의 유입과 더불어 한반도의 남부 지역은 급속한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으며 서력 기원 전후한 시기에 이르러서는 보다 우수한 철기문화 집단이 육·해로를 통하여 파상적으로 이동해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옛 감문국의 영역에서는 금속문화의 흔적이 어렵지않게 발견되고 있다.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 선사유적에서 출토된 비파형동검 등의 유물들은 일찍이 김천지역에 금속관련 기술이 전파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 김천시 문당동에서도 비파형동검이 출토되는 등 김천지역은 금속문화의 주요 유입경로로 간주되고 있다.

감문국이 철 생산국이었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옛 문헌기록은 감문국이 철 생산지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삼국지위지동이전은 변한 지역의 산업경제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 철이 생산돼 마한의 예(濊)와 왜국에 무역하고 이군(二郡)에도 공급하여 물품을 매매함이 마치 돈(錢)으로 거래하는 것과 같다”고 적고 있다. 만약 감문국에서 철이 생산됐다면, 감문국이 축적할 수 있는 부의 크기는 더 컸을 것이며 연맹체 내의 위상도 높았을 가능성이 있다.

김천시사(金泉市史) 또한 김천이 변한지역의 철 생산지였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천시사는 김천지역이 철 생산이 왕성했던 가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적고 있다. 김천 남부권 지역이 현재 성주지역인 성산가야와 접하고 있으며, 낙동강과 연결된 감천을 통해 가야문화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1965년 조마면 장암리 출토 토기가 1968년 경남 창녕 출토 토기와 양식이 동일한 가야 토기로 밝혀짐으로써, 김천지역의 상당 부분이 가야문화권과 관련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김천시사는 “낙동강을 끼고 있는 변한은 비옥한 토지가 많아 일찍부터 철의 산지로 제철기술이 발달했다”며 낙동강 지류 감천(甘川)을 낀 감문국이 철 생산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 철(鐵)과 밀접한 감문국의 국호

학계는 감문국에서 철이 생산됐다는 구체적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변한의 특산물인 철은 김해 이외의 여러 소국에서 생산됐는데, 감문국이 주요 철 생산지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계명사학 제23집에 수록된 권주현 박사의 ‘고대 김천지역의 역사와 문화’라는 논문은 감문국이 철 생산국이었음을 보여준다. 감문국이 철 생산지라는 직접적 증거는 없지만, 감문국의 국명과 현재 김천지역의 지명에 철 관련 명칭이 녹아있다는 것이 논문의 주된 내용이다.

이 논문은 감문국의 국명이 철 생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감문국 국명 중 ‘감(甘)’자의 훈(訓, 한자의 음을 풀이한 뜻)이 ‘달’인데, 이 ‘달’과 관련된 지명이 철과 관련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 논문은 울산의 ‘달천’ 유적이 철 관련 유적이며, 전북 남원 산내면의 ‘달궁터’가 철과 관련된 유적임을 지목하고, 감문국의 ‘달 감(甘)’자 또한 철과 관련된 지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조선시대 인문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김해도호부 편에도 ‘감(甘)’자가 쓰인 감물야촌(甘勿也村)이 나오는데 이 지역에서도 철이 생산됐다.

김천 향토사학계 또한 비슷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달 감(甘)’자가 철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한다. 문재원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은 “‘달’이라는 음절(音節)이 쇠를 다룬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위원은 “요즘 유기를 제작할 때도 ‘달련’이라는 말을 쓴다. 때린다는 의미로 이름 붙여진 방짜유기의 ‘방짜’처럼 때려 가공한다는 뜻이 담긴 음절이 바로 ‘달’자”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천시 대덕면 화전리의 월매동이 철과 관련된 지명이라는 의견이 있다. ‘감(甘)’자의 훈인 ‘달’이 ‘월(月)’로 바뀌어 월매동이 됐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김천지역에는 철 생산과 관련된 듯한 여러 지명이 있다. 감문국 궁궐터인 동부연당과 머지 않은 김천시 아포읍 송천리에는 ‘쇠내(金川)’라는 지명이 남아있다. 김천시 지례면에는 철과 관련된 한자인 ‘감(甘)’자가 변형된 듯한 지명이 남아있다. 김천시 지례면 거물리의 ‘거물’은 ‘감(甘)’자가 변형된 것으로 보인다. 거물리는 거무실, 검물, 거물, 거문리 등 여러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김천시 부항면 유촌리에도 ‘가물’이라는 지명이 존재한다.

조마면 신곡리의 지명 또한 감문국이 철 생산지였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신곡리에는 소점골, 시점골, 철수동(鐵水洞)이라는 지명이 있다. 감천(甘川)의 쇠를 파서 가져와 마을의 뒷산에서 쇠를 만들 때 쇳물이 흘렀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철수동’이라 불린다고 한다.

물론 김천의 해당 지명들이 반드시 감문국 시대에 붙여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 반응이다. 하지만 권주현 박사는 “김천지역 지명 상당수가 철과의 관련성을 유추할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감문국이라는 국호 또한 철생산과 관련해 붙여진 명칭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의견을 자신의 논문에서 밝혔다. 

 

글=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 참고문헌= ‘유적으로 고찰한 감문국’ ‘(진·변한사 연구) 진·변한의 성립과 전개’ ‘계명사학 제23집’ ‘국역 김천역사지리서’ ‘디지털김천문화대전’ ‘대구·경북 신석기 문화 그 시작과 끝’ ‘신라문화 제38집 별쇄본. 삼국사기 열전에 보이는 4~5세기 신라인의 활약상’ ‘김천시사’ ‘감문국 유적정비를 위한 정밀지표조사’ ‘대구·경북 문화재 약탈 스토리(영남일보)’ ‘고대 김천지역의 역사 지리적 환경과 甘文國’

▨ 자문단 △문재원 국사편찬위원회 김천사료조사위원 △이석호 김천향토사연구회 회장 △송기동 김천문화원 사무국장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 △노중국 계명대 사학과 명예교수 △강종훈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 교수 △권태을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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