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를 열흘 앞두고 터져나온 대구경북 기초의회의 도덕적 불감증이 유권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영남일보의 전수조사로 드러난 기초의회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은 충격적이다. 대구 동구의회는 제설작업과 수해복구를 핑계로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700만원 상당의 겨울 파카와 방수자켓을 의원들에게 지급했다. 소방관 등 사선을 넘나드는 현장 실무 공무원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관련 의정활동 사진 한 장 없고, 지급된 옷은 의원들이 개인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혈세를 사리사욕을 채우는 쌈짓돈으로 여기는 의원들의 '몰염치'에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식사비 집행 내역도 기만적이다. 동구의회는 동일한 한우 식육식당에서 같은 참석자들을 데리고 이틀 연속 150만원씩 결제했다. 1인당 3만 원으로 제한된 식비 집행 한도를 감추기 위해 하루치 식대를 이틀에 걸쳐 각각 150만 원씩 나누어 결제한 '꼼수 쪼개기'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경북 경산시의회는 구입 목적조차 기재하지 않은 채 옷 구입 명목으로 500만원에 가까운 혈세를 사용했고, 경북의 또다른 기초의회는 아예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조차하지 않고 있다.
지방의회의 서글픈 풍경은 대구경북에만 있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정치권 전체를 지배하는 '특권 의식'과 '염치 상실'의 축소판일 뿐이다. 전국에서 비슷한 사례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고, 지방의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국회의원도 도긴개긴이다. 일반 국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특권의 성(城)에 머물며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를 영수증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게 대한민국 입법부다.
'세금 도둑질' 의혹은 해외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국에선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쓴 모든 비용의 실물 영수증 스캔본이 인터넷에 공개된다. 일본도 단 1엔짜리 영수증까지 전면 공개하도록 조례로 강제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의회도 '쌈짓돈 요새'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선 강력한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텍스트 조작이 불가능하도록 실물 카드 영수증을 실시간으로 의회 홈페이지에 강제 연동키시고, 허용된 업종 외에는 결제가 거절되는 진짜 '클린카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드리겠다' '서민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서민 경제를 외치기 전에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말을 실천하겠다는 다짐부터 해야 한다. 당선만 되면 기득권의 달콤함에 취해 스스로 뱉은 말을 부끄럼없이 배신하는 행태는 위선의 극치다. 제도의 빗장 뒤에 숨기보다 조례를 통해 약속을 실천할 진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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