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고깃집 회식? 150만원 이틀 연속 사용
참석자 사무처직원 및 의원…쪼개기 결제 의혹
등산복 브랜드 파카·트레이닝 단체복 구입도
의정활동과 직무수행을 지원하는 목적의 업무추진비가 지방의원의 쌈짓돈으로 전락하고 있다.
심야시간 사용 제한에도 고깃집과 횟집 등에서 밤 10시 이후 사용이 대구경북 시·군·구의회에서 반복되고 있다. 일부 지방의회는 단체 피복 구입에 수백만원 혈세를 사용하는가 하면 동일 식당에서 이틀 연속 150만원을 결제해 쪼개기 사용 의혹도 제기된다. 경북의 한 기초의회는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조차하지 않고 있다.
영남일보는 '6·3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 기초의회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전수조사하고 행정안전부의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집행 규칙에서 벗어나 방만하게 집행되고 있는 지방의원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한다.
대구 동구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출처 =대구 동구의회>
대구 동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출처= 대구 둥구의회>
◆단체 파카 트레이닝복 구입에 수백만원 '펑펑'
대구 동구의회는 2023년 11월23일 등산복을 취급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K2코리아에서 업부추진비 450만원을 사용했다. 동절기 산불 대응 및 제설작업이 목적이다. 의원 한 명당 26만4천원 상당의 동절기용 파카가 17명에게 지급됐다. 동구의회는 또 이듬해인 2024년 9월 4일에도 K2코리아에서 254만4천원을 사용했다. 태풍 등 수해복구 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의원 당 15만원 상당의 방수자켓이 지급됐다.
당시 대구기상청 자료를 확인하면 그해 9월 중순까지 열대야와 폭염이 기승을 부렸고, 9월 하순 더위가 물러나면서 대구경북 곳곳에 많은 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가을시즌을 앞두고 태풍이나 폭우 대비를 이유로 지방의원들이 '가을 옷'부터 장만한 셈이다.
동구의회가 K2코리아에서 가을·겨울에 각각 사들인 의류비만 700만원이 넘는다. 의원 당 피복구입 비용은 42만원 상당이다. 동구의회는 2023년 11월에는 민방위복 구입 명목으로 99만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대구 동구의회 측은 구의원들이 동(洞)에 나갈때 자율적으로 착용한다고 설명했다. 피복구입 목적인 산불대응이나 제설작업, 혹은 태풍·폭우 관련 의정활동 내역이나 관련 행사 및 단체 활동사진은 없다고 부연했다. 지급된 피복도 구의원들이 각각 소유하고 있다.
대구지방기상청이 분석한 2024년 9월 지역 기후 특성 보도자료 중 일부.
경북 경산시의회도 민선 8기 임기 시작 석달만인 2022년 10월 11일 피복구입 명목으로 464만원(15명)을 지출했다. 경산시의회는 구입 목적 조차 기재하지 않은 채 한명 당 30만원이 넘는 고가 의류를 지급했다. 사용처는 경산시내가 아닌 인근 도시인 대구 동구 율하동의 롯데아울렛으로, 사용 지역도 문제다.
경산시의회 안현숙 의정팀장은 "의원 연수에서 사용할 단체 트레이닝복을 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산 관내가 아닌 대구에서 사용에 대해서는 "전임 때 일이라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피복은 통상적으로 제복을 착용하는 공무원이나 현장 근무자에게 지급되는 게 일반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방의원의 단체복 구입을 대표적인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 사례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지방의회 행동강령 이행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방의원의 단체복 구입을 '예산의 목적 외 사용'으로 규정하고 전액 환수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식육식당에서 150만원 이틀 연속 같은 행사?
대구 동구의회가 동일한 식당에서 이틀 연속 15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참석인원은 사무처직원과 의원으로 두 행사 모두 같다.
쪼개기 결제도 만연하다. 대구 동구의회는 2023년 12월19일 의정운영공통경비로 한우식육식당에서 150만원을 사용했다. 참석인원 수는 50명이고, 목적은 직원 격려 식사다. 동구의회는 20일에도 같은 식육식당에서 '제1회 정책발표회 간담회'를 이유로 150만원을 결제했다. 참석인원은 전날과 같은 50명이다. 동구의회는 두 행사 모두 구의원 17명과 의회사무처 직원 33명이 참석한 연말 직원을 격려하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틀 연속 한 식당에서 동일 참석자로 같은 행사를 두번 진행했다는 점은 과도한 식사비를 이틀에 나눠 쪼개기 사용했다는 의혹을 키운다.
동구의회 손기영 의정팀장은 "내부 공문과 공개된 업무추진비 내용이 다른 건 단순한 날짜 착오"라고 하면서 "연말에 사무처 직원들을 격려하는 행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영남일보가 확보한 해당 날짜 행사에 대한 내부결재 문서에는 직원격려식사라고 기재한 19일 행사는 오후 6시 정책발표회 간담회로, 정책간담회로 공개한 20일 행사는 현안사항 간담회로 작성돼 행사 내용도 맞지 않다. 행사 시간은 오후 6시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은 업무추진비 집행 시 1회 50만 원 이상일 경우 주소, 성명, 소속 등 참석자 명단을 반드시 첨부토록 규정하고 있다. 동구의회는 두 행사 모두 의원 17명과 사무처직원 33명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업무추진비로 고가 의류를 구입하는 건 대표적인 부적절 사용 사례이고 업무추진비가 의원들의 쌈짓돈으로 쓰이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하면서 "아주 부적절하고 의정활동과 무관한 집행비용으로 환수 등 법률적으로도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일 식당에서 동일한 참석자로 같은 금액을 사용한 것은 누가봐도 과도한 식비를 감추기 위해 나눠 결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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