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51202.010300834080001

[동대구로에서] 에밀 타케 신부

2015-12-02
  • 가
  • 가
  • 가
  • 가
  • 가
20151202

왕벚나무 원산지 밝히고
제주감귤 대량생산 길 터…
대구선 신학교 교수 활동
남산동 대교구 묘지 묻혀…
창의적 재조명 작업 필요

지난 10월 말 대구가톨릭대 사회적경제대학원 초대 원장인 정홍규 신부님을 인터뷰하고 일어서려는데 취재 부탁을 하셨다.

“제주도에 왕벚나무 자생지를 확인하고, 온주감귤을 일본에서 가져오신 프랑스 신부인데 그분 무덤이 대구 남산동 천주교 대구대교구 내에 있습니다.”

신부님의 짧은 설명을 듣고 자세한 것은 e메일로 받기로 하고 일어섰다. 회사에 도착해 보니 이미 e메일이 와 있었다. 정 신부님이 최근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보낸 e메일, 국립산림과학원의 ‘천주교 대구대교구청 내 왕벚나무 실태조사 보고서’, 그리고 ‘제주 왕벚나무와 온주 밀감의 에밀 타케 신부(Emile Taruet, 嚴宅基)’라는 제목으로 A4용지 19장에 에밀 타케 신부의 일대기를 정리한 것 등 3통이었다. 자료를 보면 에밀 타케 신부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상당히 의미가 있는 발자취를 남기신 분이다. 특히 제주, 대구, 일본, 프랑스 등과의 연관성은 스토리텔링 소재나 관광자원화에도 손색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프랑스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인 에밀 타케 신부는 1898년 1월 서울에 도착한 뒤 1902년 7월부터 제주도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한다. 타케 신부는 제주도에서 식물채집 활동을 활발하게 하였는데 1908년 4월15일에 제주도의 왕벚나무(천연기념물 제156호)를 발견해 유럽학계에 보고했다. 제주 관음사 부근(해발 600m)에 자생하고 있던 왕벚나무인데 벚꽃나무 원산지가 한국임을 알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모두 알다시피 벚꽃나무는 일본의 나무로 인식돼 있고, ‘사쿠라’로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기피식물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이미 100년 전에 제주도에서 왕벚나무 자생지를 찾아낸 것이다. 일본이 자기 나라가 왕벚나무의 원산지라고 하면서도 이를 입증할 만한 자생지가 없으니 왕벚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것이 입증된 것이다.

타케 신부는 또 1911년 제주도에 온주밀감(溫州蜜柑)을 최초로 도입했다. 당시 일본 아오모리에 주재하던 프랑스인 포리 신부로부터 묘목을 받아 10여 그루를 심었는데 지금은 한 그루만 남아있다고 한다. 이 감귤로 인해 제주도에 감귤 대량생산 기반이 열린 것으로 보인다. 제주 지역신문에는 타케 신부가 왕벚나무 자생지가 일본이 아닌 제주라는 것을 유럽학계에 보고한 뒤 한라산 왕벚나무를 일본에 있는 포리 신부에게 보냈고, 그 답례로 온주나무 감귤을 받았다는 기사가 실려있다.

이후 타케 신부는 대구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된다. 1922년 8월(10월설도 있음) 대구 성 유스티노 신학교(대구가톨릭대 전신) 교수로 부임한 것이다. 1928년 3대 교장으로 취임했고, 폐교 뒤에는 대구 대명동에서 은거하다 1952년 1월27일 돌아가셨다. 이후 천주교 대구대교구 남산동 성직자 묘지에 묻혔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천주교 대구대교구 내에 왕벚나무 세 그루가 있는데 그중 두 그루가 타케 신부가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내년에 꽃이 핀 뒤 조사해야 더 자세한 것을 알 수 있겠지만, 심은 연대가 타케 신부의 대구 체류시절과 같다는 보고서가 이미 나와 문화재청에 천연기념물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100년도 훨씬 이전 이 땅에 와 지낸 한 프랑스 선교사의 활동이 지금 우리 삶 주변에 깊숙이 녹아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에밀 타케 신부는 대구의 소중한 역사·문화자산이다. 앞으로 에밀 타케 신부의 재조명작업에 개화기 선교사들의 활동, 벚꽃과 감귤에 얽힌 한일 관계, 제주와 대구, 대구와 프랑스 가톨릭 등 창의적인 담론이 활발히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박종문 교육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