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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 대명동 복합문화놀이터 ‘민트고래’ 운영자 차동석씨

2015-12-11

동안의 화물차 운전사, 청년백수의 한숨 달래는 ‘재미있는 고래’를 키우다

20151211
문화사랑방보다 좀 더 진화한 문화놀이터 민트고래. 그곳의 운영자인 차동석씨는 평소 5t 화물트럭 운전기사. 하지만 트럭에서 내려오면 문화게릴라 뮤지션으로 변신한다. 지난 2년여 100팀 이상 무대에 올랐고 매주 목요일 밤에는 프리타임을 통해 무대경험이 없는 아마추어에게 공연 기회를 주고 있다.
201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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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제작전문가 진동주·황완섭과
예측불허 ‘복합문화놀이터’ 운영

그 자신도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화물차는 가족의 생계 위해 몰아

카페였다가 공연장·극장이 되고
수다방·세미나장·오락실로도 변신
카페 옆엔 조그마한 아트숍 들어서

서울 유명밴드 등 100여 차례 공연
매주 목요일에는
일반인 설 수 있는 오픈 마이크 무대

문화독립운동의 전초기지 자부심
신개념 문화공간…마을기업 선정

대구에 ‘재밌는 고래’가 나타났다. ‘민트고래’다. 무슨 고래지? ‘복합문화놀이터’ 성격의 ‘문화카페’다. 신개념 문화공간으로 인정돼 최근 ‘마을기업’에 선정됐다.

2013년 8월 남구 대명동 영남대병원 근처 한 지하에서 조촐한 오픈식을 했다. 이 공간을 위해 세 사내가 의기투합했다. 영상제작 전문가인 진동주·황완섭씨, 동성로에서 어쿠스틱 라이브카페의 신지평을 열었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차동석씨다. 30대인 차씨는 문화공간에 대한 두 선배의 꿈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뒤늦게 가세했다.

지난 화요일(8일) 오전 10시30분. 민트고래 계단을 내려갔다. 검은색과 흰색이 앙상블을 이룬 벽화의 중심부에 민트고래가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다. 민트고래는 ‘아메바’처럼 무한한 문화복제력을 갖고 있다. 카페였다가 공연장이 되고, 공연장이다가 극장이 되고, 그러다가 수다방·세미나장·오락실로 변하기도 한다. 예측불허다. 최근 중구청 문화진흥과 거리큐레이터 이예진씨 주도로 ‘대구의 버스킹문화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까지 열렸다. 조만간 ‘청춘샐러드’란 지역의 한 극단이 창작극까지 올릴 예정이다. 지역의 대표적 버스커 헌터로 불리는 ‘인디 053’과도 연계돼 있다. 무대를 제대로 갖지 못한 길거리 뮤지션을 위해 무대를 제공하고 싶은 것이다.

330㎡ 크기의 민트고래는 다양한 공간으로 다중분할돼 있다.

행인은 정확하게 이 공간의 용도가 뭔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인디 뮤지션 등에게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다.

카페의 메뉴판을 봤다. 다른 집에 없는 메뉴가 눈에 띈다. 딸기시럽이 들어간 달콤 커피인 ‘몽쉐리’, 수제휘핑이 올라간 달콤쌉싸름한 ‘싸구려커피’, 직접 구운 고구마와 찐 단호박으로 만든 ‘고구마·단호박라떼’, 재밌는 커플을 위해 아메리카노에 수제 솜사탕을 올린 ‘구름라떼’, 고래 모양을 한 마카롱인 ‘고래롱’을 비롯해 마들렌·브라우니 등 쿠키류도 판다. 20여종의 수입 맥주는 주말 공연 때 많이 팔린다.

카페 옆에는 조그마한 아트숍이 있다. 지역의 여성 캘리그래퍼 엄예슬씨가 상황에 맞는 글씨를 주문받아 수제엽서로 만들어준다. 한 장에 2천원.

정면에는 항상 드럼이 놓인 무대. 그 오른쪽에는 기증받은 책으로 꾸며진 독서 공간, 그 옆에 지역에서 가장 앙증맞고 소규모인 ‘골목길 갤러리’가 있다. 갤러리 뒤편은 비상로. 거기도 공연팀의 대기실과 보조 갤러리로 활용된다. 당구대와 다트도 있다. 헌책을 갖고 오면 20% 할인되고 책을 가져갈 때는 어려운 이웃돕기 성금을 조금씩 해피박스에 넣어주면 된다. 직접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 등에게 전해준다.

민트고래의 운영자인 차동석씨.

외식사업팀장이란 직함을 명함에 새겼다. 귀공자 스타일. 하지만 유명해지기 전 소리꾼 장사익 못지않게 볼품없고 번듯하지 않은 막일의 나날을 보냈다.

◆차동석의 팍팍한 비망록

그는 민트고래에서는 백조 같지만 밥벌이는 정말 ‘유격대’ 같다. 민트고래를 벗어나면 졸지에 화물차 운전사. 17개월된 아이는 아내와 함께 처가인 경기도 성남에 산다. 또 다른 기러기 아빠인 셈. 가족이 모이는 날은 월 3~4번. 길게는 1주일 이상 화물차 안에서 산다.

“일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고 그게 생계의 원동력이자 꿈의 원천이기 때문에 일은 지상에서 가장 고마운 존재라고 믿습니다.”

운행할 때 그의 말벗은 음악. 운전석 뒤에 항상 통기타가 놓여있다. 짬이 나면 새로운 노래를 연습한다. 현재 그는 밴드 ‘민트고래’의 리더보컬. 연습 시간이 부족하니 차 안에서 할 수밖에 없다.

트럭에서 내리면 모두 놀란다. 운전사가 아니라 조수로 착각한다. 터프할 것이란 고정관념을 일거에 박살내는 앳된 표정인 탓이다. 경기도 어느 공장의 점심 때 짠한 일이 있었다. 한 직원이 그의 통기타를 발견하고는 즉석 공연을 요청했다. 식당에서 이문세의 ‘소녀’를 불러줬다. 분위기 대박. 그 노래 때문에 그 공장이 고정고객 리스트에 올라간다. 문화의 위력을 실감한 순간이다.

학창시절은 농구, 20대 때는 20여 가지 각종 직군을 떠돌았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등도 조금씩 배운다. 제대 직후 호구지책으로 여러 일을 건드렸다. 매천시장에서 김치 장사를 했다. 그 이전에도 신문배달부, 공사장 막노동, 강원도로 가선 광부, 폐농 현장 정리 인부, 편의점 알바, 보험사 직원, 학원에 들어가 한문선생 등도 해봤다. 태권도 공인 3단 자격증으로 도장 사범도 해봤다.

◆커피숍 주인이 되다

잡일에서 벗어나 내 일을 하기 시작한 게 바로 커피숍이다.

2010년 중구 공평동 공평주차장 근처에서 ‘기분좋은중독’이란 어쿠스틱 라이브 커피숍을 열었다. 4명이 의기투합했다. 인테리어 비용이 없어 그냥 비워둔 한 쪽 벽면을 연습실 악기로 꾸며놓았다. ‘여기 음악하냐’고 묻는 손님이 많았다. 그런 연유로 넷이 모여 밴드 ‘기분좋은중독’을 결성했다. 당시 어쿠스틱 무대는 흔치 않았다.

나름 입소문이 났다. TBC대구방송 ‘피아노’란 휴먼다큐에서 출연제의가 왔다. 주제는 ‘네 남자의 커피이야기’였다. 그걸 촬영한 사람이 현재 민트고래 황 선배다. 2부작이어서 10여일 함께 붙어다닐 때 진 선배까지 알게 된다. 그 프로 덕분에 단번에 유명해진다. 커피숍 앞은 손님으로 장사진을 쳤다. 서울의 모 방송국에서 출연제의가 왔지만 다 거절했다. 이유가 있었다. 스스로 유명해진 게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유명해졌다는 사실이 그를 불편케 한다.

“능력도 안되는데 방송의 욕망에 제가 휘둘린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민트고래 이야기

민트고래는 대구를 위한 ‘문화교두보’.

민트고래는 대구 시민이 잘 사용하지 않는 ‘문화근육’을 제대로 활성화시켜 주고 싶어한다. 차 팀장도 스스로 ‘문화독립운동의 전초기지’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

“대구의 문화공간도 점차 문화사랑방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인프라가 융복합된 ‘문화놀이터’ 버전으로 진화 중인 것 같습니다. 문화사랑방이 아주 정적이고 담소 위주라면 문화놀이터는 아주 동적이고 복합 예술장르를 중심으로 객석과 무대가 쌍방향으로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대안문화공동체’ 같은 곳이죠. 특히 청년백수의 한숨을 가장 근거리에서 힐링해주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화사랑방과 달리 문화놀이터는 운영자가 거의 문화예술에서 활동을 하는 전문가이죠. 이들은 철저하게 기획을 하고 수익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고민을 합니다. 재밌게 돈을 벌어 문화적으로 행복해져보자는 야심이 있는 거죠.”

민트고래의 명물은 올해까지 3번 진행한 ‘청춘파티’.

1회 때는 슈퍼스타K3 톱11까지 올라갔던 4인조 그룹사운드(리더 이승준) ‘헤이즈(HAZE)’를 비롯해 퓨전록밴드 ‘JJJ’, 랩배틀 오디션 프로그램과 슈퍼스타K 출신으로 현재는 부산에 살고 있는 ‘89 VENOM’ 등이 출연했다. 슬로건은 ‘미치자’. 1회 때 테이블을 치워버렸다. 공연장은 트럼펫 주둥이처럼 뒤집어졌다. 헤드뱅잉은 기본, 스탠딩한 관객은 ‘붉은악마’로 돌변했다. 극성파는 찐하고 야한 포즈로 즉석 프러포즈도 했다. 입장료는 2만원, 맥주는 무제한이라며 페이스북에 온라인 홍보를 했다. 1회성으로 기획했는데 너무 반응이 좋아 정기프로젝트로 정착된다.

지금까지 100여 차례 공연을 했다. 서울 유명 밴드도 3인조 ‘페이퍼컷 프로젝트’, 김범수와 웅산 밴드 세션으로도 활동 중인 듀오 ‘2㎞’도 민트고래를 찾았다.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 출연한 뮤지션 박지혁도 전국클럽투어 일환으로 민트고래에 설 계획이다.

그가 민트고래와 일반 록클럽과의 차이점을 설명해준다.

“일반 록바와 홍대 클럽은 규모도 작고 어둡고 공연이라기보다 손님을 위한 깜짝 파티 스타일인 데 반해 민트고래는 공연장이 화사합니다. 정식 공연장급이면서도 카페와 레스토랑, 연극, 영화관, 독서, 세미나 기능도 겸합니다. 너무 다양해서 불만인 사람도 있겠죠. 그렇게 한 것은 손님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죠. 그런 경험을 통해 문화시민이 되면 민트고래도 더욱 웅비할 수 있는 거죠.”

매주 목요일에는 누구나 가수가 될 수 있는 오픈 마이크 ‘프리타임’이 있다. 일반인도 ‘무대 울렁증’을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연주도 할 수 있고 MR(반주음악)을 통해 노래할 수도 있다. 가끔 밴드 경력이 있는 60대 아저씨가 고수로 등장해 젊은 밴드맨을 깜짝 놀라게도 한다. 주말은 ‘공연데이’. 금·토요일 밤 ‘메리고라운드’, ‘마쌀리나’, 듀오 버스커 ‘두고보자’의 이서용·최성훈, 버스커 듀오 ‘오늘도 무사히’, 퓨전국악팀 등 인디·언더·버스커 계열의 뮤지션이 끼를 발산한다.

음악만으로 먹고살기 힘든 고수를 위해 기타·드럼 등 마스터클래스 강좌도 마련했다. 이수자에 한해 졸업공연 기회도 준다. 기타 강좌는 메리고라운드의 리더기타리스트 김준상씨가 진행한다.

아직 출연료 마련에 고심한다. 평상시에는 전속밴드인 ‘민트고래(기타 정재현, 드럼 한승혁, 보컬 차동혁)’가 커버한다. 필요하면 직원도 세션맨으로 올라온다. 평일에는 낮 12시에 문 열고 주말에는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연다. 남구 대명동 37-1, 010-9353-2550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문화사랑방보다 좀 더 진화한 문화놀이터 민트고래. 그곳의 운영자인 차동석씨는 평소 5t 화물트럭 운전기사. 하지만 트럭에서 내려오면 문화게릴라 뮤지션으로 변신한다. 지난 2년여 100팀 이상 무대에 올랐고 매주 목요일 밤에는 프리타임을 통해 무대경험이 없는 아마추어에게 공연 기회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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