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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심리치유 효과 좋아
무대-객석 거리 가까울수록
공연에 대한 몰입도 올라가
아파트내 콘서트홀 있다면
주민들 정신건강에 큰 도움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서 최근 열린음악회가 열렸다. 외부에서 초빙된 예술단의 공연과 환자들의 노래자랑이 이어졌다. 관람하던 환자들은 어깨춤을 추면서 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매년 이맘때면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병원 잔디밭에서 펼쳐지는 이 행사는 환자들의 정서적 안정과 치유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작년 10월 대구 수성구에 있는 모 아파트는 입주민 한마음축제를 마련했다. 인기가수들의 초청 공연과 입주민들의 노래, 악기 연주 등 장기자랑이 아파트 마당에 설치된 가설무대에서 펼쳐졌다. 축제는 지역 케이블TV를 통해 방영되어 널리 알려졌다. 이런 행사는 입주민의 화합과 친목 도모를 돕고 아파트 가치 상승에도 보탬이 될 것 같다.
지난 2월 팝의 여왕이라 불리는 마돈나의 콘서트를 일본에서 관람했다. 공연이 펼쳐진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는 음향시설은 좋았지만 관람석과 무대의 거리가 너무 멀어 아쉬웠다. 값이 비싸더라도 무대에서 가까운 곳의 티켓을 구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돈나의 월드투어 공연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는 객석 1만~2만석 규모의 전문공연장인 아레나(arena)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선생의 견해다.
지난 3월에는 1980~90년대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일본의 5인조 여성 록 밴드 ‘프린세스 프린세스(Princess Princess)’의 공연을 관람했다. 96년 활동을 중단하고 해체된 이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피해자를 돕기 위한 자선공연을 펼치기 위해 일시적으로 재결성됐고 2012년 12월까지 활동이 1년간 이어졌다. 공연수익금과 여러 후원금을 모아 건립된 자선공연 전용 콘서트홀이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이를 계기로 프린세스 프린세스는 다시 한번 콘서트 무대에 올랐고, 공연은 TV방송으로 일본 전역에 중계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필자가 방문한 도쿄의 도요스PIT라는 자선공연장의 건물 외관은 허름해서 임시로 지은 가건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빼곡히 운집한 3천여명의 중년 관객들이 모두 스탠딩으로 관람한 공연은 열기가 대단했다. 대지진, 쓰나미, 원전 사고 등 큰 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증세가 음악의 힘으로 치유되는 듯했다.
내 경험으로는 공연장의 크기가 작을수록, 무대에서 객석까지의 거리가 짧을수록 박진감이 넘치고 공연에 잘 몰입하게 되어 좋은 것 같다. 같은 값이라면 야외공연보다는 실내공간에서의 공연을 선택하고 싶다.
아파트 단지에도 콘서트홀이 있다면 어떨까. 접근성이 좋은 집 근처에서 각종 공연이 펼쳐진다면 짬을 내서 가족 단위로 보기에 편할 것 같다. 방음시설이 잘 된 연습공간이 있다면 층간소음 걱정 없이 늦은 밤에도 악기 연습을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공간은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제기된 중요한 안건에 대해 입주민들이 함께 토론하는 장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아파트에 음악 연습실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소규모 콘서트홀이 설치된 곳이 있다. 한국에서도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등 운동시설 위주의 커뮤니티 시설을 뛰어넘는 새로운 변화가 시도될 수 있다면 좋겠다.
최근 완공된 대구 범어대성당은 400여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인 드망즈홀 등의 문화예술공간을 갖추고 있다. 신자뿐 아니라 지역 문화단체 등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는 신문기사를 보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품격 있는 공연문화를 제공하는 터전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든다. 인근 상권과 부동산시장 전반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앞으로 지역에 다양한 공연시설이 생겨서 각종 문화행사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정신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성승모 성동병원 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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