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기자가 말하는 밥 딜런과 대구 포크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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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8월28일 밥 딜런은 미국 순회공연 중이었던 비틀스와 뉴욕에서 은밀하게 만난다. 그는 존 레논 등에게 마리화나를, 비틀스는 그에게 전자기타를 소개한다. 대중음악사에서 한 획을 긋는 ‘빅딜’이었다. 밥 딜런은 그 전자기타를 갖고 록과 포크를 결합시켰다. 미국의 컨트리와 블루스가 합쳐 포크뮤직이 생겼다. 밥 딜런은 전자기타 등을 섞어 초창기 포크뮤직을 ‘모던포크’ ‘포크록’으로 진화시킨다. 그는 미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포크록’으로 바꿔놓은 ‘뮤직혁명가’였다.
세계 지성계가 연일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사실에 술렁대고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럴 이유가 있을까. 이건 충격도 센세이션도 아니다. 당연한 수순이고 귀결이다. 노벨문학상이 문인이란 범주에서 벗어나 음악(싱어송라이터)의 영역까지 파고들 수 있다는 걸 유감없이 보여줬다. 노랫말도 하나의 문학임을 선언했다.
그는 단순한 뮤지션이 아니다. 시를 앞세운 ‘사회운동가’, 아니 ‘사상가’다. 그에게 음악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다.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이 있어야 너무나 많은 사람이 희생당했다는 걸 알게 될까…’(바람만이 아는 대답 중)
정확하지 않은 발음, 중얼거리는 듯한 음성, 기존 가수의 가창력이 아니었다. 리듬도 박자도 제멋대로였다. 술주정뱅이의 주정 같지만 가사만은 ‘촌철살인’ 그 자체였다. 시인의 유전자가 다분했다.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에게서 ‘딜런’이라는 이름을 따 예명으로 삼을 정도였다. 그의 선율에 담긴 가사의 메시지는 가히 ‘핵폭탄급’이었다.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워싱턴DC에서 행한 “나는 꿈이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명연설에 버금갈 정도였다. 그런 가사는 69년 8월 미국의 저항적 젊은이들을 뉴욕 인근 베델공원에 사흘간 운집토록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의 항진 대열에 존 레논과 미국 최고의 여자 포크 싱어 조안 바에즈도 섰다. 그는 그렇게 해서 베트남전쟁에 대한 저항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다.
밥 딜런의 곡은 전세계 대중가요시장을 쥐락펴락했다. 특히 독재정권 치하의 한국 청년문화는 그의 노래를 ‘경전’처럼 섬긴다. 그의 대표곡 ‘Knocking On Heaven’s Door’를 비롯해 ‘Blowin’ in the Wind’(국내 번안곡명 ‘바람만이 아는 대답’) ‘A Hard Rain’s Gonna Fall’(소낙비),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번안곡 명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등에 감전된 김민기는 ‘아침이슬’, 한대수는 창법까지 밥 딜런 스타일로 밀면서 18세에 ‘행복의 나라로’를 작곡한다.
나는 그의 노래보다 그의 믿음, 그의 사상에 밑줄을 긋고 싶다. 베트남전쟁 종전 41년 만에 그는 문학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문학상보다 평화상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올해는 2회째를 맞는 대구포크페스티벌뿐만 아니라 달구벌과 빛고을 로컬 싱어송라이터가 함께한 ‘달빛포크협회’까지 출범됐다. 서울 세시봉을 축으로 한 ‘트윈폴리오’보다 한 해 앞서 청구대(영남대 전신) 출신 3명의 통기타 가수가 ‘바보스’란 포크 트리오를 결성했고 그중 한 멤버인 방성용씨는 일흔이 넘은 지금도 통기타를 잡고 있다. 모르긴 해도 밥 딜런의 포크정신이 가장 강렬하게 피어난 곳 중 하나가 바로 대구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전인권은 85년 ‘들국화’를 결성하기 전, 70년대 낭인시절 대구의 첫 포크 라이브 클럽인 ‘해바라기’에서 오디션을 볼 정도였다.
솔직히 밥 딜런보다 대구 포크의 미래가 더 염려스럽다. 그는 포크로 월계관을 썼지만 지역의 토종 뮤지션은 ‘면류관’을 쓴 채 절벽 밑을 내려다 보고 있다. 시민들은 물론 지역방송가조차 그들의 음악을 외면한다. 그들 중에는 ‘제2의 밥 딜런’도 있지만 노래를 해도 밥이 해결되지 않는 형국이다. 포크가 노벨상을 받았지만 토종 포크뮤지션은 여전히 겨울에 갇혀 있다. 국채보상운동까지는 아니라도 멸종 위기에 처한 대구의 무명 포크 전사 구명 운동에 나서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일까. 부디, ‘저항의 대명사’인 포크가 욱일승천하길!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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