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DRT, 서대구역 노선 폐선 후 동성로 이전 계획
전문가 “인지도 확보 후 교통 소외지역으로 재확장해야”
대구시가 교통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도입한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가 노선별로 극명한 성패를 보이고 있다. 출퇴근족의 발이 된 수성알파시티 노선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반면, 수요 예측에 실패한 서대구역 자율주행 노선은 결국 조기 폐선 절차를 밟게 됐다. 내년까지 잡혀 있는 '의무 운영 기간'을 채우기 위해 대구시는 오는 10월 동성로로 무대를 옮기지만,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구 서대구역 남측 광장 인근 주차장에 주차된 aDRT(자율주행 수요응답형 교통체계) 차량 모습. 현재 '주말 1시간 간격'으로 운행 중인 서대구 aDRT는 5월31일을 끝으로 폐선될 예정이다. 최시웅기자
◆ 오는 5월31일 폐선 앞둔 서대구 aDRT
20일 오전 8시30분쯤, 대구도시철도 2호선 수성알파시티역 인근 버스정류장에는 출근 중인 시민들이 가득했다. 이들은 시내버스가 여러 대 정차하는데도 올라타지 않았고, 오히려 버스에서 내린 이들까지 줄에 합류하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승합차 한 대가 나타나자 대기열에 있던 사람들이 탑승할 채비를 했다. 이 승합차는 대구시가 운영 중인 DRT(수요응답형 교통체계) 차량이다. 수성알파시티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수송하기 위해 지하철역과 알파시티 내 주요 거점 4~5곳을 운행 중이다.
한 IT 기업에서 일하는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DRT를 굉장히 잘 이용하고 있다. 매일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와서 회사 근처까지 갈아타고 이동한다. (DRT가 없어서) 걸어다니게 되면 아무래도 꽤 먼거리를 이동해야해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더 불편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날 오전 9시쯤 방문한 대구 서대구역 남측 광장 aDRT(자율주행 DRT) 정류장엔 적막감이 감돌았다. 서대구역과 서부정류장을 오가는 aDRT는 당초 평일에 운영했으나, 올해 2월부터 주말에만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더니 급기야 이달 말을 끝으로 폐선이 결정됐다.
이처럼 똑같이 연계 교통이 부족한 '교통 취약지'인데도 두 DRT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린 배경에는 '라스트 마일(최종 목적지 연계)'과 '미들 마일(거점 간 구간 연계)'의 구조적 차이가 있다. 수성알파시티 DRT는 지하철역에서 직장까지의 애매한 거리를 촘촘하게 메워주는 전형적인 '라스트 마일' 모델이다.
그러나 서대구역 노선은 기차역과 터미널이라는 거점을 길게 연결하는 '미들 마일' 구간이다. 대구교통공사 DRT운영팀 김동규 부장은 "기존 DRT는 90% 이상이 라스트 마일 성격이지만, 서대구 노선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불편한 거점 간을 연결하는 미들 마일의 성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 시 발생하는 환승 저항도 존재했고, 무엇보다 초기 단계다 보니 혼잡 시간대 교통 불편이나 안전을 우려한 민간 운영사(컨소시엄)의 의견에 따라 출퇴근 시간(오전 7~8시 등)을 피해 운행하면서 당초 기대했던 통근·업무 수요를 온전히 흡수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20일 오전 대구도시철도 2호선 수성알파시티역 인근 DRT 정류장엔 DRT 이용을 기다리는 직장인들로 가득했다. 최시웅기자
◆ 의무기간 효율적 활용 위해 동성로행 선택
서대구 aDRT는 국토교통부 모빌리티 특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2024년 12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당초 대구도시철도 1호선(서부정류장역)과 2호선(죽전역)을 아우르며 대중교통 접근성이 취약했던 서대구 KTX역과의 환승 연계를 직접 도모하겠다는 기획 하에 출발한 노선이었다. 자율주행 기술 검증, 운영 안정성, 시민 체감도 및 수용성 확대에 중점을 뒀다.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는 이번 운행 종료가 다음 단계의 자율주행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공사는 오는 10월 동성로 일대에서 aDRT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특히, 자율주행을 목적으로 개발된 9인승 셔틀 차량(오토노머스a2z 'Roii')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이목을 끌 전망이다.
하지만 실상은 서대구역 활성화에 실패한 대구시와 대구교통공사가 수요 확보가 어려워 불가피하게 이 일대 사업을 접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실제 서대구 aDRT 하루 평균 이용객은 평일 운행이 이뤄지던 올해 2월 중순까지 고작 2명 수준이었다. 주말로 스케쥴을 옮긴 뒤에도 하루 4~6명이 이용하는 데 그쳤다.
더군다나 관련 지침과 예산 문제도 노선 유지를 어렵게 했다. 대구시는 국토부 지원을 받아 실증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내년(2027년)까지 의무적으로 aDRT를 운영해야만 한다. 전액 시비로 운영되는 aDRT 관련 올해 대구시 예산은 고작 3억9천만원. 이마저도 다른 세부사업과 유동적으로 나눠써야 하는 입장이다.
aDRT 실증 사업을 주관하는 대구시 미래모빌리티과 담당 직원은 "여러 이유가 복합적이지만, 이용객 숫자가 많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운영 장소를 변경하게 됐다"면서 " 제한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고자 유동인구가 많은 동성로에서 주말과 휴일 위주로 운행해 시민 인지도와 체감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0월 도입을 예정 중인 대구 동성로 일대 aDRT 예상 노선도. <대구교통공사 제공>
◆ "인지도 확보가 먼저...향후 복지 노선 재확장해야"
학계에서는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동성로는 가치 있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것.
계명대 홍정열 교수(교통공학과)는 "DRT는 기본적으로 앱을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현재 대다수 시민은 DRT라는 용어 자체를 모를 정도로 홍보가 안 돼 있다"며 "우선은 정보 습득과 앱 이용에 능숙한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동성로 같은 곳에서 시스템 노출 빈도를 높여 인지도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론적인 DRT 모델이 안착하려면 이용자가 많아지고 관련 데이터가 촘촘하게 쌓여야 한다. 보행자와 차량 통행량이 모두 많아 교통 환경이 복잡한 동성로는 자율주행 실전 데이터를 축적하고 기술을 실증하는 데 오히려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홍 교수는 단순히 예산에 맞춘 '의무 운영 기간 때우기'가 아니라 명확한 장기 로드맵을 뒷받침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실증을 통해 확보한 운영 효율성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서대구역처럼 실제 이동권 확보가 절실한 교통 복지 사각지대로 서비스를 다시 확장해 나가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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