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 기자 위르겐 슈미더의 경험에 의하면 ‘불가능하다’는 게 답이다. 슈미더 기자는 2011년 ‘40일 동안 거짓말 안하기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그 과정은 역경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친구의 비밀을 폭로해 두들겨 맞고, 소득을 정직하게 신고했다가 세금 덤터기를 쓰는가 하면, 아내가 만든 음식을 “토할 정도로 맛이 없다”고 혹평했다가 이혼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슈미더 기자는 “체험을 통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는 게 얼마나 어리석고 불가능한 일인가를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면서 살까. 2010년 런던과학박물관이 남녀 3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영국 남자는 1년에 1천92번, 영국 여성은 728번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거짓말을 훨씬 더 많이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폴 에크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 200번 이상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상의 소소하고 하찮은 습관성 거짓말까지 다 포함하면 하루 종일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는 얘기다.
사실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소소한 거짓말은 시빗거리가 되지 않는다. 선의의 거짓말은 때론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토해양부를 이끌었던 정종환 장관은 입만 떼면 “영남권 신공항은 반드시 건설한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2011년 영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을 전면 백지화했다. 고관들의 거짓 벽(癖)은 조선시대에도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산 정약용이 아들에게 보낸 편지엔 “비록 고관대작들이라도 그들이 하는 말을 공평하게 검토해보면 열 마디 중 일곱 마디가 거짓이더구나”라는 대목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국민 사과에서 검찰 수사를 성실히 받고 특검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월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특검 수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과 특검의 대통령 대면조사는 결국 무산됐다. 박 대통령은 한때 원칙과 신뢰의 아이콘이었다. 그래서 그의 거짓말이 더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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