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현지인 우선…‘공정여행’ 활성화될 거예요”
청소년 위주로 프로그램 운영
‘코끼리 타기 즐겼던 자신 반성’
동물과 교감한 중학생의 일기
8월 성인 대상 부탄여행 예정
지난 21일 대구시 중구 대안동 여행사 카페 Go에서 서욱경 대표를 만났다. 서 대표가 공정여행이 끝난 뒤 학생들에게 만들어 준 여행앨범을 든 채 미소짓고 있다. <서욱경 대표 제공> |
10년간 몸 담았던 여행업을 벗어나기로 했다. 대형 여행사에서 짜는 여행 프로그램은 전형성을 깨지 못했다. 그만큼 일도 지루해졌다.
서욱경 <주>플라이투게더 대표(40)는 2010년 사표를 던졌다. 더 이상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조카와 조카 친구와 함께 미국으로 가 두 달 넘게 돌아다녔다. 소소하게 적었던 여행기는 어느 날 대형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 걸렸다. 한국에 돌아오자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거기가 공정여행사인가요?”
서 대표는 이 문의전화를 계기로 ‘공정여행’을 접하게 됐다.
“이전까지 공정여행이라는 걸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당시 제 여행이 한국사회에서 말하던 공정여행과 많이 닮았었나 봐요. 이 일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자연스럽게 공정여행계획을 짜기 시작했고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이후 2013년 플라이투게더라는 공정여행사를 차렸다. 대구시 창조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서 대표는 공정여행을 여행비용에 상응하는 가치를 경험할 뿐 아니라 현지인과 자연에도 도움이 되는 여행이라고 설명했다.
“나 혼자 즐겁자고 현지 환경을 훼손하거나 현지인을 힘들게 하는 건 옳지 않죠. 얼마나 돈을 쓰냐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가 어떻게 돈을 쓰냐잖아요. 공정여행은 1회용 소비를 최소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말 그대로 착한 여행이에요.”
서 대표가 계획하는 공정여행에는 크게 네 가지의 실행 원칙이 있다. △대중교통과 도보로 이동하는 것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숙소를 이용하는 것 △환경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동물을 괴롭히지 않는 것 등이다. 동물쇼를 관람하지 않고 동물에 올라타 경치를 즐기는 트레킹을 금지한다. 대신 동물보호단체에서 코끼리를 산책·목욕시키는 등의 활동을 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준비물 목록에는 항상 물통이 포함된다. 나뭇가지를 꺾는 것도 금지다.
서 대표는 지금껏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짜왔다. 아이들은 한 번의 여행으로도 겪는 변화가 극적이기 때문이다.
“같이 태국에 갔던 중학생이 있었어요. 가족들과 이미 태국을 다녀온 애였는데 그때는 코끼리를 타고 호랑이쇼를 본 게 즐거웠대요. 그런데 공정여행으로 동물과 교감하더니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그날 일기장에 ‘즐거워했던 자신이 부끄럽다’고 적은 걸 보고 저도 감동받았어요. 또 다른 친구는 메콩강을 건너던 중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깨달았다’고 말하더군요.”
현재 짜여 있는 여행 일정의 테마는 모두 ‘자연’ 혹은 ‘사람’이다. 오는 8월에는 처음으로 성인을 대상으로 공정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행복국가’ 부탄이다. 그곳에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까’를 고민하는 시간을 만들 계획이다. 이에 앞서 다음 달 13일에는 부탄여행기를 쓴 김경희 작가와의 북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공정여행을 떠나기 전 부탄을 간접경험하고 가슴으로 느끼라는 것이다.
“이미 여행 패턴은 바뀌었어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여행을 통한 가치를 찾는 시대로 가고 있지요. 불편하지만 의미있는 여행들이 앞으로 더 활성화될 거라고 봐요.”
최근에는 ‘제2의 도약’도 꿈꾸기 시작했다. 지난달 대구시 중구 북성로에 여행사 카페를 열었다. 시민들과 접촉을 늘리는 한편 북성로를 테마로 하는 도심공정여행도 가을쯤 계획하고 있다.
“북성로에 문학로드라는 게 있는데, 이걸 새롭게 바꿔보려고 해요. 대구의 공정여행 참여도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저희 가게를 지나는 분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네요.” 최보규기자 cho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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