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시장 및 구청장·군수에 출마하는 후보들의 교통 분야 공약들이 눈에 띈다. 이번 지선에 나온 교통 공약들은 대형 철도망 구축부터 생활 밀착형 교통망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천문학적인 예산이 수반되는 노선 신설과 파격적인 무상 복지 공약은 지자체 재정 여건 속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 수성구민운동장역에서 동대구역 방향으로 바라본 모습. 영남일보DB
◆ 거대 인프라부터 모세혈관망까지
29일 대구시장 및 구청장·군수에 출마한 후보별 공약을 살펴본 결과, 공통되고 자주 언급되는 교통 공약 키워드는 '도시철도 연장', '마을버스·DRT(수요응답형 대중교통)', '미래 모빌리티'였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는 '내 집 앞 10분 역세권 도시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3호선 연장, 4호선 조속 추진, 5호선 순환선 소외지역 순차 추진을 약속했다. 월 4만5천 원 초과 금액을 환급하는 '대구로패스' 신설도 공약했다.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역시 1호선 제2국가산단 연장, 3호선 혁신도시 연장, 4호선 모노레일 방식 변경 및 5·6호선 조속 추진을 공약했다. 만 65세 이상 도시철도 무료승차 확대와 만 70세 이상 시내버스 무료이용 시행 등 교통 복지 카드도 꺼내 들었다.
구청장·군수 후보들은 지역 맞춤형 '모세혈관' 교통망을 강조했다. 오영준 중구청장 후보, 양희 동구청장 후보, 정연우 남구청장 후보 등은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좁히기 위한 마을버스 도입 및 확대를 약속했다. 이기만 군위군수 후보는 한 발 더 나아가 '군내버스 완전 무료화'와 함께 장날·행사·시장 연계 특별노선 확대를 공약했다.
하늘을 나는 미래 교통 공약도 이색적이다. 김대권 수성구청장 후보는 UAM(도심항공교통) 버티포트 입지안 확정과 드론택시 시범사업을, 이근수 북구청장 후보는 자율주행 및 UAM 시범지구 지정을 내걸었다.
기존 인프라의 가치를 높이려는 수싸움도 치열하다. 최규식·권오상 서구청장 후보는 대구권 광역철도(대경선) 선로 위에 '비산역 신설'을 추진해 5호선 순환선과 연계하겠다는 청사진을 폈다. 반면, 북구의 최우영 후보는 4호선 모노레일 전환을, 이근수 후보는 4호선 모노레일 재검토 및 지하화 검토를 주장하며 같은 지역구 내에서도 디테일 차이를 보였다.
대경선(대구권 광역철도) 열차가 동대구역으로 들어오는 모습. 영남일보DB
◆ 지자체 권한 밖 '신기루 공약'
문제는 이 '장밋빛 공약'들이 대구시와 각 구·군의 제한된 재정, 행정 여건 속에서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느냐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설계 번복에 따른 행정력과 예산 낭비다. 대구시장 후보들과 북구청장 후보들이 언급한 '4호선 모노레일 방식 변경'이나 '지하화 검토'는 이미 확정 단계에 국면한 행정 절차를 전면 백지화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실제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의 경우, 시장이 바뀔 때마다 지하화 방식과 차량 시스템을 두고 재검토를 반복하다 당초 계획보다 개통이 5년 이상 지연됐고 총사업비는 1조4천억원 이상 폭증했다.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관리지침상 4호선의 경우에도 차량 시스템 등 핵심 설계가 변경되면 타당성 재조사를 피하기 어려워, 임기 내 첫 삽조차 뜨지 못할 공산이 크다.
동구 주민인 황지민(41)씨는 "모노레일이 아니라 철제차륜 AGT(자동안내주행차량)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지 않나. 최소한 모노레일 도입을 가로막고 있는 법안의 개정을 시도라도 해 본 사람들이 지금처럼 공약을 내놨으면 지금처럼 화가 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 '비산역 신설' 역시 이미 정차역 설계가 끝난 대경선 선로 위에 역을 추가하는 작업으로, 국토교통부의 까다로운 재승인 장벽을 임기 내에 넘어서기엔 현실적 제약이 남는다. 당장 옆 동네이자 같은 대경선 노선에 들어서는 '원대역'이 산증인이다. 원대역을 추가 신설하는 사업은 오랜 요구 끝에 겨우 국토부 승인을 받아냈지만, 314억원의 사업비 전액을 대구시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
UAM(도심항공교통)이나 자율주행 관련 공약 역시 기술적 한계와 규제의 벽이 높다. 이는 중앙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와 전국 단위의 인프라 표준화, 안전성 검증 등이 선행돼야 하는 프로젝트다. 기초지자체가 독자적인 예산과 권한만으로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것은 유권자의 표심을 겨냥한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익명을 요청한 한 도시공학 분야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범위의 일까지 시장이나 구청장, 군수가 해결하겠다고 공약하는 것은 제대로 된 분석 없이 제시한 빈 공약일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대구 각지에서 운행 중인 DRT(수요응답형 교통체계)에 한 시민이 탑승하는 모습. 영남일보DB
◆ 퍼주기식 공약(空約) 경고등
포퓰리즘성 복지 공약에 대한 경고등도 켜졌다. 현재 대구시가 매년 시내버스 준공영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쏟아붓는 재정지원금만 2천209억원(2024년 기준)에 달한다. 여기에 대구교통공사의 무임승차에 따른 연간 손실액 약 680억원(2024년 기준)을 더하면 3천억원에 가까운 세금이 교통 복지에 투입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로패스 초과액 전액 환급' '70세 이상 버스 무료화' '지역 내 버스 완전 무료화' 등이 현실화될 경우, 추가로 수백억원의 예산이 고정적으로 발생한다. 지난해 대구시 재정자립도는 41.9%에 불과했다. 무분별한 교통복지 정책이 자칫 취약계층을 위한 필수 복지 예산을 갉아먹는 '풍선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구청장·군수 후보들이 앞다퉈 내놓은 마을버스·DRT 도입 공약은 타 지자체의 선행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도입한 수요응답형 버스 '똑버스'의 경우, 이용객 만족도는 높았지만 1인당 운송원가가 일반 시내버스보다 월등히 높아 지자체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북대 하혜수 교수(행정학과)는 프랑스나 독일 등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정치권의 고질적인 '개혁 지우기' 태도를 꼬집었다. 하 교수는 "선진국에선 전임자가 힘들게 이뤄낸 성과에 대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함부로 뒤집지 않는다. 숙의를 거친 정책이나 어렵게 줄인 복지성 지출을 당장의 유불리에 따라 되돌리면 더 큰 재정 부담과 행정적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이익을 우려해 몸을 사리다 보니, 공약 검증의 방향이 '왜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안 되는 이유를 대보라'는 식으로 흘러가 결국 부실한 선심성 공약들이 여과 없이 강행되는 큰 문제를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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