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우표 발행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는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의 발행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고, 발행 여부 결정을 위한 재심의를 12일 열기로 했다. 구미시는 이에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된 정책 사안을 일부 반대 의견을 앞세워 정당한 근거 없이 뒤엎는 것은 공신력을 실추시키는 것으로 우정사업본부는 당초 계획대로 우표 발행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구미시의 지적처럼 우본의 이번 결정은 어느 모로 보든 이해하기 어렵다. 우본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발행 강행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특정세력에 대한 눈치보기이거나 부당한 압력에 대한 굴복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우선 우본이 재심의를 결정하게 된 이유부터 석연찮다. ‘우표 발행 취소와 재심의 요구가 빗발쳤다’는 설명인데, 이러한 반대는 당초 발행을 결정할 때부터 있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이 안된다. 구미시는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의 요청으로 지난해 4월 기념우표 발행을 신청했고, 우본은 우표발행심의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발행을 결정했다. 특히 전임 정권 시절 결정된 사안을 번복하려는 것은 자칫 전 정권의 흔적 지우기와 정치적 보복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기념사업을 두고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 등의 정치적 이견을 앞세워 우표 발행 재심의 결정을 내린 우정사업본부가 매우 개탄스럽다’는 구미시의 항변은 정당하고 적절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을 반대하는 논리 역시 옹색하기 그지없다. 역사적 평가가 엇갈린다거나 우상화의 위험이 있다는 등의 반대 이유는 기념우표의 의미와 취지를 이념적·정치적으로 왜곡하는 선동·선전에 불과하다. 정부 기념우표는 국가적으로 기념할 만한 인물이나 사건, 행사를 위해 그해를 대표해 발행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등 외국의 많은 국가들 역시 좌와 우의 이념과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를 배제한 채 그야말로 역사적 인물을 있는 그대로 기념해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때마다 발행됐던 그런 기념우표가 생뚱맞게 어느 날 갑자기 허술하고 억지에 가까운 이념적 주장을 덧입게 되는 것 같아 볼썽사납기까지 하다.
우본의 재심의 결과는 이미 관심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전 정권에서 결정한 기념우표 발행 사업을 현 정권에서 손바닥 뒤집듯 쉽게 뒤집으려는 세력들의 부박함과 편협함이 더 우려스럽다. 이래서야 어디 국가적 안정성이 있다고 하겠는가. 이념적 잣대에 의한 재심의가 아니라면 그 결정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배재석 baej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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