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소득 증가율 놓고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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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이 국정감사에서 “국민을 개돼지로 아나”라면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사실관계를 놓고 설전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이 과정에서 유 의원은 경제전문가로서 예리함이 돋보였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 정부 측은 예봉을 피해가는 특유의 ‘회피 본능’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논쟁은 23일 기획재정위의 기획재정부 종합감사에서 유 의원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중 ‘가계소득, 최고 증가율’ 발언을 겨냥해 사실 여부를 따지면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시정연설에서 “올해 2분기 가계소득과 근로소득 모두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가계소득’은 통계청에서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나오는 통계자료다. 근로소득은 사업소득, 재산소득, 이전소득 등과 함께 가계소득의 일부여서 두 사람의 언쟁은 근로소득 문제로 좁혀졌다.
유 의원은 홍 부총리에게 “무슨 데이터로 (올해 2분기 가계소득이 최근 5년간 최고 증가율이라는 게) 사실인가”라고 포문을 열었다. 홍 부총리가 관련 자료를 찾느라고 즉답을 못하자, 옆에 있던 강신욱 통계청장이 나서서 “작년도 2분기 가계동향 조사자료를 갖고 한 말”이라고 답했다. 유 의원은 이어 “당연히 명목소득이지요”라고 ‘유도성’ 질문을 던지자, 강 청장은 “아니, 총소득(가계소득)은 실질소득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발끈한 유 의원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게,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은 실질소득”이라면서 “보통 가계소득 얘기하면 명목으로 얘기하지 누가 실질로 얘기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는 명목금액 기준으로 작성되며, 실질금액을 구하기 위해선 명목금액에서 물가 변동분을 빼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해 따로 계산한다.
유 의원은 “(본회의장) 화면에는 그 위에 실질이란 말이 있는데, 대통령 연설문에는 실질이란 말을 빼버렸다”면서 “이게 무슨 국민들 알기를 개돼지로 아는가, 국민들을 속이려고 보고 싶은 통계만 딱 골라서 하는 것”이라고 홍 부총리를 몰아세웠다.
이에 홍 부총리는 “실질소득이 2분기 기준으로 5년간 가장 높다면 (대통령이) 이용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맞대응한 뒤 “제가 갖고 있는 통계에선 가구당 명목소득도 5년간 2분기 통계치가 가장 높다”면서 책장을 유 의원 쪽으로 내밀었다. 홍 부총리는 이어 구두로 “2013년 2.5, 2014년 2.8, … 2018년 4.2”라면서 자신이 가진 통계 숫자를 소리 내서 불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최근 5년간’을 2015~2019년으로 보면, 2019년 2분기 실질가계소득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3.8%로 2015년 이후 최고치가 맞다. 하지만 명목소득 증가율은 3.8%로 지난해 4.2% 때문에 최고치가 아니다.
유 의원은 이 점을 포착해 ‘대통령 연설문은 당연히 명목소득을 근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에 맞지 않다’고 보고 추궁한 것이다. 그러자 1차 방어에 나선 강 통계청장은 “명목이 아니라 실질가계소득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면서 살짝 피해간 셈이다.
또 홍 부총리는 ‘최근 5년간’을 2019년이 아닌 ‘2018년까지’로 간주해 “명목소득에서도 대통령 연설 내용이 맞다”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로 2018년 2분기 기준으로는 명목이든 실질이든 모두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9년 2분기 통계자료가 지난 8월24일 발표됐는데, ‘최근 5년간’을 2018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유 의원은 정부 측이 ‘실질소득’을 끄집어낸 데 대해선 ‘보고 싶은 통계만 딱 골라서’라면서 강하게 질책했으나 ‘2018년 기준’의 문제점은 잡아내지 못했다.
게다가 홍 부총리의 ‘2018년 기준’ 발언에 앞서 강 청장의 답변 첫마디가 ‘작년도 2분기’였기 때문에, 강 청장은 처음부터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을 알고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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