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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수건 쥐어짜는 불황기…'삶의 희망' 꺾일 순 없지요"

2020-01-02

서민경제 주역들 '새해 소망'<2020신년특집>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쥐 중에서도 힘이 아주 센 '흰쥐의 해'다. 활활 타오른 새해 첫 태양이 희망을 상징하듯 흰쥐의 힘이 서민들의 경제를 떠받쳐 주길 바라는 마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서민경제를 전망하는 수치들은 하나같이 녹록지 않은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2018년 지역내 총생산'에서 경북은 제조업과 건설업의 부진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2.2%의 성장률을 나타낸 대구도 건설, 도소매, 음식점, 사업서비스에서 부진했다. 올해도 부진의 여파가 부동산업과 교육서비스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경북 제조업이 약화되면서 성장률이 동반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전망도 밝지 않다. 10곳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내다본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평균 2.1%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각각 2.3%를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1.8%)과 하나금융경영연구원(1.9%)은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당분간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로 고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가 나빠지면 가장 피해를 보는 계층은 서민들이다. 불황 속 중소기업인들은 인건비와 재료비 마련을 위해 금융권을 헤매 다녀야 하고, 자영업자는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마른 수건을 짜게 된다. 재고가 쌓인 공장은 채용 대신 정리해고를 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한창 일할 30~40대 경제주역들은 실업자 신세로 길거리를 헤매고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은 구직난에 눈물을 머금게 된다.

그러나 서민들은 2020년 새해 다시 '희망'을 말한다.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이들의 희망을 꺾을 순 없다. 새해에도 꼭두새벽부터 일자리로 나온 이들은 거리 곳곳에서 각자의 삶을 억척스레 꾸려가고 있다.

해가 떠오르기 전은 가장 어둡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잠깐일 뿐, 곧 새 빛이 솟아나게 되면 어둠을 잊고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하루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2020년 새해에는 어떤 희망을 품고 살아갈까. 경자년 새해 삶의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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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되살아나 농산물 제값 받았으면"
■ 대구중앙청과 허현 경매사


"새해에는 경기 및 소비가 활발해져 농산물이 제값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23일 오전 7시, 대구시 북구 매천동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과일상자가 빼곡히 쌓인 도매시장 안에는 농산물을 판매하려는 경매사와 중도매인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이곳에서 매일 새벽 경매대에 올라 가격을 흥정하는 대구중앙청과 허현 경매사(52)를 만났다. 전자식 경매판에 농산물 입찰품목이 올라오면 허씨와 중도매인들 간 가격흥정이 시작된다. 도매시장은 농민을 위해 농산물을 제값에 팔려는 경매사와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하려는 중도매인과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허씨의 새해 바람은 농가와 경매사, 중도매인 모두 행복한 한 해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풍수해로 출하상품 질이 예년만 못했고, 소비까지 줄면서 힘든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허씨는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만 20년 넘게 근무 중인 베테랑 경매사다. 경매를 통해 생산농가에 큰 이익을 가져다줄 때 허씨는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좋은 경매를 위해선 "양보와 설득의 미학이 필요하다"는 철학도 가지고 있다. 허씨는 "경매사와 중도매인 모두 원하는 가격이 있기 때문에 가격 흥정시 물러서거나, 설득하기도 한다. 각자의 입장만 내세우면 모두 손해여서 중간 값을 찾아 상품을 낙찰시키는 것이 경매의 노하우"라고 말했다.

허씨는 최근 확정된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확장 재건축 승인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허씨는 "그동안 시장 근로자 및 방문객 불편이 컸는데, 이번 재건축 승인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은 2023년까지 확장 재건축으로 시설 현대화를 완료한다.

글·사진=오주석 수습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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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석 서기몰 사장이 달서구 장기동 공장에서 UV인쇄기를 이용해 판촉물 후가공 작업을 하고 있다.
"자영업자들 노력 만큼 웃을 수 있기를"
■ '서기몰' 이영석 사장


"올해도 작년처럼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일 생기지 않겠습니까."

생활용품 도·소매업체 '서기몰' 이영석 사장(46)은 제품 사진촬영에서부터 상품 등록, 오픈마켓 광고집행과 같은 온라인 업무는 물론 자체 판촉물사이트 운영과 판촉물 후가공, 심지어 생활용품 수입까지 직접 담당한다. 만물박사가 돼야 하는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전형인 셈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자정을 훌쩍 넘기기 일쑤인 이 사장도 지난해의 불경기는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는 "서기몰에서 취급하고 있는 제품은 서민들이 주로 쓰는 것들"이라면서 "예전과 달리 이런 물건을 찾는 사람조차 줄어드는 것을 보고 경기침체를 실감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이 사장은 팩토리푸어다. 2년여 전부터 서기몰 운영에 거의 전재산을 투자하고 있다. 그는 "다른 자영업자들처럼 '밀리면 끝장'인 상황"이라면서 "그렇지만 앞만 보고 열심히 살다보면 이런 어려운 시기도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쁘다고 해서 이영석 사장이 일만 하는 워커홀릭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국가드론자격증을 준비하면서 1종대형면허를 취득했다. 또 모 대학의 유튜브방송제작과정을 끝내고, 일식요리사 과정도 수료했다. 주업과 연관이 없어 보인다는 말에 그는 "자영업자는 퇴직금도 정년도 없이 벼랑끝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서 "미래에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해 소망에 대해 묻자 "분명한 것은 열심히 해도 결과가 안 좋을 수 있지만, 성실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올해는 정말 열심히 사는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이 노력한 만큼 웃을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고 웃었다.

글·사진=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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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대 아피스 대표가 동구 옻골로에 위치한 본사에서 성공적인 2020년을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혁신제품 개발 중견기업 거듭나고파"
■ '아피스' 곽종대 대표


낚시용품 제작회사인 〈주〉아피스 곽종대 대표에게 2020년은 기대로 가득차다. 국내 판매에 주력했던 제품이 올해 처음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과 계약이 진행 중에 있으며 태국, 베트남 등과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곽 대표에게 지난해는 꿈같은 해였다. 대구테크노파크(TP)의 지원을 받아 개발된 낚싯대가 시장을 평정했다. 자체 개발한 천년지기와 천년지기 골드 시리즈로 인해 매출이 2016년과 비교해 약 3배 상승했다. 신소재 적용을 통한 제품의 경량화와 고탄성 실현에 성공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으며 낚시인들에게 입소문이 난 것.

민물낚시에 주력하던 아피스 열풍은 바다에서도 이어졌다. 곽 대표는 바다낚시에 진출하기 위해 전국을 떠돌며 선상낚시 및 각 지역에 맞는 장비 등을 점검하고 조사했다. 바다낚시 시장의 가능성을 본 곽 대표는 바다낚싯대 개발에 착수해 고품질의 오스카시리즈를 시장에 내놨다. 오스카시리즈 역시 낚시인들의 입소문을 통해 폭발적인 판매를 기록하며 아피스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인지도 부족으로 시장 개척이 힘들었다. 한때 낚시 자체가 스포츠가 아닌 취미로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품질력에 중점을 둔 아피스의 낚싯대는 시장의 환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곽 대표는 낚시 자체가 언젠가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곽 대표는 "기업을 운영하다보면 대부분 어려운 시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제품에 확신이 있다면 꾸준히 투자를 해야 한다"며 "올해도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중견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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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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