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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문제인가요? 당장 먹고 사는 게 힘든데…"

2020-02-14

감염병 무방비 상태인 대구 쪽방촌 등 취약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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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중구 북성로 인근 쪽방촌 골목. 한 주민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집을 나서고 있다. 정우태기자wtae@yeongnam.com
"바이러스가 문제인가요? 당장 먹고 사는 게 힘든데…"

13일 오전 10시 40분쯤 대구 서구 비산7동 내 좁은 골목길에 있는 여인숙 입구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수칙' 안내문과 함께 손 소독제가 비치돼있었다. 그러나 손 소독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탓에 새것처럼 내용물이 가득차 있었다.
인근의 또다른 여인숙 신발장 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수칙과 손 소독제가 놓여 있었다. 방안으로 들어서자 지난해 12월 동 복지센터에서 배부한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이날 취재진과 동행한 비산7동 동사무소 관계자가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는 쓰셔야죠 어르신, 건강 챙기셔야죠"라고 말했지만, "필요없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의 공포가 전국을 뒤덮고 있지만, 취약 계층은 감염병 예방에 무관심했다. 위생용품의 가격이 폭등하고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취약 계층은 예방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것. 취약계층이 주로 살고 있는 쪽방촌에서 마스크와 손 세정지는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다.

이들에게는 감염병 확산보다 일감이 줄어드는 공포가 더 큰 두려움으로 보였다. 비산동 쪽방촌에 사는 김영대씨(57)는 "무료로 받은 마스크가 있어도 갑갑해서 착용하지 않는다. 쓸 필요성도 전혀 못 느낀다"며 "차라리 생필품을 줬으면 좋겠다. 코로나인가 뭔가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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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5시쯤 대구 서구 비산7동 한 여인숙 냉장고위에 대구시가 제공한 마스크가 포장된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곳에 사는 이들은 마스크 보다 당장 하루의 생계를 더 걱정하고 있었다. 정지윤 수습기자 yooni@yeongnam.com
심지어 마스크가 버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김달찬 비산7동 동장은 "지난해 쪽방촌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마스크를 제공했는데, '마스크가 필요없다'며 길거리에 받은 마스크를 던져버리시는 이들도 있었다"면서 "통장들이 구청에서 나눠준 마스크를 길거리에서 주웠다며 가져오는 상황도 있었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중구 북성로 인근 쪽방촌. 재개발·재건축 영향으로 쪽방촌이 많이사라졌지만, 여전히 '달셋방'을 놓은 여인숙, 여관이 몇몇 남아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박모씨(67)는 "외출 할 때 마스크를 끼라고 해서 가지고 나오긴 했다"면서 "아무래도 갑갑해서 잘 안 끼게 된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거 같다"고 했다. 또다른 주민 이모씨(65)는 "감염병 소식 지겹게 듣긴 했는데 그렇게 호들갑 떨 일은 아닌 거 같다. 마스크도 끼는 사람은 끼고 안 끼는 사람은 안 낀다"고 했다.

인근에 위치한 대구주거복지센터 행복나눔의 집(중구 대안동).쪽방촌 주민들에게 세탁,샤워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지원물품 등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입구에는 체온계와 손 세정제가 비치돼 있었고, 벽면에 '1일 1인 1마스크 제공'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대구주거복지센터 관계자는 "먼저 요구를 하면 마스크를 드리고 있는데, 찾는 분이 그리 많지 않다"면서 "한 개씩 주는 게 원칙이지만 더 드리기도 해서, 하루 평균 40~50장 나가는 것 같다. 지원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물량도 모자라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손 세정제는 개인별로 나눠주지 않아, 재고가 더 많이 쌓여있었다. 밖에 나와있는 박스 외에 냉장 창고에도 여유분이 있다고 센터측은 설명했다.

한편, 대구쪽방상담소는 지난 11~12일 이틀에 걸쳐 대구지역 쪽방 거주민을 대상으로 일회용 마스크 3천360장을 지급으며, 손 세정제는 91곳에 200여개를 배포했다.
대구쪽방상담소 관계자는 "감염병에 무관심한 분들이 많아 예방 수칙을 알려드리려 힘 쓰고 있다. 마스크 대신 생필품을 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지만, 감염병을 예방이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정지윤 수습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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