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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시인보호구역 희망릴레이 詩作] 당신과 함께 쓰는 일기/정훈교

2020-03-10

1년 같은 한 달을 보내며, 우리의 마음이 지금 두려움과 공포를 넘어 분노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늦지 않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는, 따스한 봄날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정훈교
정훈교

당신과 함께 쓰는 일기


벚꽃이 흩날리는 그 어디쯤에서 보자고 했지

나와 당신은 그렇게 기약 없는 그리움을 약속했지

그리고 겨울이 왔고,

온통 시린 바람이 골목을 휩쓸고 다녔지

당신의 그림자가 자꾸만 멀게만 느껴졌어

지난봄에도 우린 만날 것을 기약하고

지난여름에도 우린 뜨거운 날을 기약했지

그렇게 여러 날의 시간이 마치 여러 계절의 날처럼 어둡게 몰려 왔지

아침마다 눈을 뜨면, 회색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꿈을 꾸었어

거리는 온통 빈 여백처럼 울음을 숨기고 있었지

지난겨울엔 바다 멀리

동백꽃을 보고 왔어

시린 겨울에도

높은 파도에도

당신은 더욱 붉게 빛났지

동백은 나와 당신의 뜨거운 심장을 꽤나 닮았어

함께 걸었던,

함께 지났던,

어둔 골목을 밝게 비추어 주는 것 같았어

곧, 우리에게 닿을 봄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도 당신을 생각했어

수많은 별들이

벚꽃처럼 피어나는 봄밤을

오늘도

기다리지, 붉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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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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