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만든 글자 이모지
기호·숫자 조합한 이모티콘
나를 대신해 웃고 울어주는
비대면의 시절 우리의 얼굴
정서적 연대 지켜주는 존재
![]() |
바야흐로 비대면의 시절이다. 온라인 강의를 처음 준비하느라 익혀야 했던 새로운 시스템에 슬슬 익숙해지는 와중에 봄 학기 전체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기는 하지만 강의실 문턱도 넘어보지 못하고 한 학기를 보내야 하는 20학번 신입생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시리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신입생의 찬란한 봄날은 이제 서서히 스러져 가고 있다.
날씨가 풀리면 주말마다 진행되던 각종 학술대회도 온라인상에서 발표를 하고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주일이면 몇 차례씩 꼬박꼬박 들어가야 하는 회의도 화상회의 시스템이나 메신저로 진행되는 것이 대세다.
메신저로 의사소통을 하는 일은 꽤나 번거로운 일이다. 특히 여러 사람과 동시에 회의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안건을 처리하느라 수많은 대화들이 오가는 가운데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과정이 있다. 바로 이모티콘(emoticon) 혹은 이모지(emoji)를 주고받는 일이다.
어제도 카카오페이로 '신상 이모티콘'을 구입한 당신도 '이모지'가 무엇인지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펭수를 비롯한 여러 캐릭터가 다양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때로는 춤을 추기도 하는, 앙증맞은 '이모티콘'은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모지'다. 즉 이모티콘과 이모지는 거의 유사한 존재이나 나름의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영어권에서 이미 단어로 안착한 '이모지'는 원래 일본어에서 기원한다. 대략의 뜻은 '그림으로 만든 글자'라는 의미다. 이모티콘이 컴퓨터 자판의 문자나 기호·숫자 등의 조합으로 사람의 표정을 흉내내는 것이라면, 이모지는 원하는 표정을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해 둔 것이라고 구분할 수 있겠다. 90년대에 일본에서 최초로 개발된 이모지는 현재의 모습처럼 캐릭터가 전면에 등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키보드로 입력 가능한 이모티콘을 한 번에 입력하기에 편하도록 프로그램해둔 것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최초로 이모티콘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과의 팔먼 교수가 최초로 컴퓨터상에서 이모티콘을 사용한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1982년 9월19일 아침 교내 게시판에 웃는 얼굴(:-))을 표시한 이모티콘을 게시하며 이 새로운 기호에 대한 주석을 달았다(아는 체 하는 일은 학자들의 직업병이다). 팔먼 교수가 이모티콘을 개발한 이유는 게시글 가운데 진지한 제안과 쓸모가 적은 농담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을 게시글의 내용이 농담이거나 심각한 내용이 아니란 점을 밝힐 때에 사용해 달라고 제안했고 그의 아이디어는 삽시간에 널리 퍼져 나갔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모티콘을 이모지로 자동변환시키는 프로그램에 대해 불평하며 자신이 이모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모티콘이면 어떠하고 이모지면 어떠하랴. 무미건조한 문자의 나열 가운데 간간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흉내 낸 기호들은 비대면의 시절에 우리의 얼굴이 되어준다. 나를 대신해서 웃고 울고, 때로는 찡그리기도 하며 내 안의 감정을 열심히 타인에게 전달한다. 이모티콘 혹은 이모지가 우리가 지켜내야 할 정서적 연대를 지켜주고 있는 건 아닌지…. 다만 너무 비싸진 않았으면 좋겠다. 사장님 나빠요. ^^;;김진웅 경북대 국어 국문학과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