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01015010001742

영남일보TV

[신간] 쓰레기 거절하기...사고 버리고, 버리고 사고…과잉소비가 부른 재앙

2020-10-16

카 셰어링하고 쇼핑 줄여서 '쓰레기 제로' 실천한 가족이야기
소유하는 물건이 늘어날수록 쓰레기 발생량도 덩달아 늘어나
너무 쉽게 사고, 쉽게 버리게 만드는 사회와 경제적 구조 비판

[신간] 쓰레기 거절하기...사고 버리고, 버리고 사고…과잉소비가 부른 재앙
경북의 한 도롯가에 버려진 쓰레기들. 신간 '쓰레기 거절하기'는 일상 속 '쓰레기 과잉'을 거부한 한 가족의 체험을 담고 있다. 〈영남일보 DB〉
[신간] 쓰레기 거절하기...사고 버리고, 버리고 사고…과잉소비가 부른 재앙
산드라 크라우트바슐 지음/ 박종대 옮김/ 양철북/252쪽/1만5천원

그야말로 '결핍이 결핍된 시대'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이렇게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소비하던 때가 또 있었을까. 어쩌면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가장 결핍된 것은 '결핍'일지 모른다. 물론 극심한 빈부격차가 불러온 상대적 결핍은 다른 개념이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상당히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소비하면서 살아간다.

소유와 소비는 곧 현대인의 상징이 됐다. 무엇인가를 사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 노동하고, 노동의 스트레스를 소비로 푼다. 예뻐서 사고, 편해서 사고, 불안해서 산다. 그렇게 물건은 산더미처럼 쌓인다.

거기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필수품'의 범위가 늘어났다.

마스크나 물티슈,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등 팬데믹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들은 저 물건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물티슈나 일회용 용기에 집착하게 된 자신의 모습을 어느샌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인간이 소비 또는 소유하는 물건이 늘면서 '쓰레기'도 덩달아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먹고, 입고, 살아가는 모든 것에서 쓰레기는 발생하고, 인간의 편의가 커질수록 쓰레기 발생량도 늘었다. 거기다 꼭 필요하지 않아도 사다 모은 '예쁜 쓰레기'들은 왜 그리 많단 말인가.

최근 발간된 책 '쓰레기 줄이기'는 '너무 많은 물건으로부터 해방된 어느 가족의 도전기'라는 부제처럼 여러 해 동안 이어진 한 가족의 '쓰레기 줄이기' 경험담을 토대로 한 책이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가족은 2009년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행성'을 본 뒤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기' 실험을 거쳐 '쓰레기 거절하기' 삶을 실천해나간다. 책은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겪고 깨달은 일들을 상세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가족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최대한 소비를 줄였다. 너무 거창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무엇보다 여러분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5쪽)

결국 소비와 낭비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의 제목은 '질문'이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쓰레기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등의 질문에 대한 답과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주된 내용이다.

"나는 단점이 없는 물질은 없고, 결국 문제는 우리가 모든 물건을 너무 많이 소비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과잉 소비는 결코 포장 용기나 포장 물질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에너지, 심지어 서비스까지 모든 형태의 소비에 해당하는 이야기였다."(30쪽)

2부 제목은 '실험'이다.

'7년의 실험, 반쪽짜리 자동차' '강제적 채식주의자?' '고쳐 쓰고, 덜 사고' '포장 용기에 대한 새로운 제안들' '냉장고 절반 채우기, 그리고 식품 구조 운동' '공짜 가게로 물건의 수명 연장하기' 등의 소제목으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진행된다.

저자의 가족들은 자가용 사용을 줄이기 위해 이웃과 카 셰어링을 하기도 하고, 쇼핑도 줄여나간다.

그리고 '쉽게 사고, 쉽게 버리게 만드는' 사회와 경제 구조를 비판한다.

"나는 플라스틱 없이 장보기를 1년 동안 실천하면서 사회적 구조가 다수의 사람이 생태 사회적으로 지혜롭게 행동하는 것을 막고 있음을 명확히 깨달았다. 쉽게 버리는 문화와 낭비의 일상화는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는 물건을 만들 때부터 쉽게 고장 나거나 고쳐서 쓸 수 없게 만들고, 그래서 잠깐 쓰고 버리는 과정으로 이익을 보는 경제시스템의 결과였다. 이 경제시스템은 필수적으로 점점 더 많은 소비를 필요로 하고, 소비를 자기 목적으로 고착화하고, 질보다 양을 앞세우고 있었다."(83쪽)

3부에선 '해결책'을 제목으로, '실험에서 운동으로, 이웃과 함께' '거부, 포기의 즐거움' '먹을거리의 가치와 푸드 셰어링' '교환학생 제도의 생태 결산표' '슬기로운 디지털 기기 사용법 지혜롭게 비우기' '물건의 새로운 가치, 업사이클링' '물건과 정보의 공유로 모두 함께' '우리 실험에 대한 짧은 총평'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책 끝에서 저자는 '쓰레기 줄이기' 등을 통한 환경보호에 많은 이들의 참여와 관심을 촉구한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낭비를 끝내야 한다. 그러려면 '착한' 소비자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결국 정치도 사람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도 이제 환경 파괴와 기후변화가 결코 공짜가 아니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 대가로 우리 삶의 토대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무너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걸 원치 않는다면 우리 모두 그것을 막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205쪽)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