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01210010001399

영남일보TV

[제27회 영남일보 책읽기상] 중·고등부 최우수상(경북도교육감상)…고예은(영광여고 3년)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향과 맛'

2020-12-10

"늦어도 내가 원하는 삶 찾아가면 되지 않을까"

제목이 독특하게 느껴진 것도 있지만 책 뒷면에 있는 '천천히 답을 찾아가면 돼. 우리는 계속 자라는 중이니까'라는 문장을 보고 어쩐지 이 책이 나에게 위로를 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망설임 없이 이 책을 펼쳤다.

우리는 자라온 환경, 주위 사람들 등이 같지 않아서 가치관과 생각이 다르다. 이 책에서는 각각 다른 상처를 가진 다윤, 소란, 해인, 은지라는 4명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중 소란은 친구 관계를 힘들어하는데 그 모습이 나와 비슷해 보여서 나는 '소란'이에게 가장 마음이 갔다. 소란은 전에 친구와 헤어지며 의도치 않게 받은 상처 때문에 친구들의 사소한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힘들어한다.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하거나 소외된다고 느끼면 상처 받지만 당당하지 못해 친구들에게 터놓고 이야기하지도 못한다. 나도 중학교 때 친구들과 잘 어울릴 줄 모르기도 했고 친구들과 관심사가 달라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아 힘들어했었다. 친구들과 진지하게 이야기 해보려 했지만 당시 부드럽게 말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결국 친구들과 여엉부영 헤어졌고, 이건 내 가장 큰 후회 중 하나이다. 결국 나는 그때 받은 상처 때문에 친구 관계에서 소심해졌고 가족 외의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다행히 소란이는 나와 다르게 용감해졌고, 소란이와 친구들은 서로를 조금 더 잘 이해하는 친구가 되었다.

내가 가장 마음이 가는 아이가 소란이었다면 안아주고 싶은 아이는 '다윤'이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아픈 동생 때문에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던 다윤이의 모습에서 내 여동생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작은 칭찬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남동생과 여동생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기도 하고, 남동생은 어릴 때부터 사고도 많이 치고 활발하게 돌아다니면서 많이 다쳐서 여동생은 부모님보다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봐주셨다. 그래서인지 여동생은 일찍 어른이 되었다. 떼를 쓰고 투정을 부리지도 않고 오히려 남동생이 떼를 쓰고 투정을 부릴 때 옆에서 남동생을 달래곤 한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언니, 누나의 역할을 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여동생에게 미안하다. 내 여동생이 본인의 할 일을 본인이 알아서 하면서 부모님의 칭찬과 사랑을 바란다면 다윤이는 부모님의 사랑을 포기하고 수많은 연애를 한다. 좋아해서가 아닌 사랑을 받기 위한 연애는 오래가지 못했고 다윤이는 점점 지쳐간다. 그러던 중 다윤이는 진심으로 본인을 좋아해 주는 아이를 만나고, 계속되는 연애를 그만둔다. 아픈 동생에게 매여 살던 다윤이는 외고 면접을 포기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다.

해인은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빠 때문에, 은지는 친했던 친구의 이유 없는 적의로 인해 고통받았다. 하지만 소란이와 다윤이, 해인이, 은지 모두 서로를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향기를, 맛을 찾아간다. 은지 엄마와 간 여행에서 다윤이가 기대하지 않아서, 예상하지 않아서, 계획하지 않아서 귤이 맛있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 장면에서 다윤이가 그동안 얼마나 자신의 삶을 기대하지 않고 예상하지 않고 계획하지 않았는지 보여서 슬펐다. 아픈 동생 때문에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양보했을까? 다윤이도 이제 자신의 삶을 기대하고 예상하고 계획할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초록색일 때 수확해서 혼자 익은 귤, 그리고 나무와 햇볕에서 끝까지 영양분을 받은 귤, 이미 가지를 잘린 후 제한된 양분만 가지고 덩치를 키우고 맛을 채우며 자라는 열매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귤일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어떤 귤이 되고 싶은지도. 사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이미 가지를 잘린 후 제한된 양분만 가지고 덩치를 키우고 맛을 채우며 자라는 열매'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주변에서 원하는 향과 맛을 내기 위해 방향을 정하고 제한된 정보만을 주는 모습이 그렇게 보였다. 하지만 책에서 말했듯 우리는 아직 자라는 중이니까 조금 천천히 자라면서 내가 원하는 향과 맛을 찾아도 괜찮지 않을까? 새로운 가지를 뻗어 원하는 방향을 찾아가고 실수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우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20121001000353500013991

"나의 일기장 펼치듯 써 내려가"
수상 소감

나의 기억은 대부분 책이 있어야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어릴 때부터 곁에서 친구가 되어준 책은 성인을 앞둔 지금까지도 나의 가장 가까운 벗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 꼭 내가 했던 생각들과 줄거리를 정리한다. 그리고 나에게 다시 이야기를 건네는 것으로 독서를 마무리한다.

'귤의 맛' 이야기는 나의 기억 속 이야기와 많이 닮아 있었고, 책 속의 아이들에게 몰입했다. 읽는 내내 나와 겹쳐 보였던 소란이, 내 동생과 닮아 더욱 미안했던 다윤이 등 각각의 인물들은 나의 기억을 조금씩 들췄다. 이 책은 내게 '괜찮아, 아직 성장 중이야'라는 위로를 건넸고, 나는 코로나19와 맞서며 대입을 준비했다. 아프고 힘든 시간 속에서 마치 나의 일기장을 펼친 것 같은 독후감을 읽고,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내심 걱정하며 끙끙 앓았다.

나의 생각나무가 잘 자라도록 지도해주신 영광여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어려서부터 내게 늘 책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신 부모님,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들, 그리고 대회를 주관한 영남일보와 심사위원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