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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영남일보 문학상] 단편소설 당선소감 - 최원섭씨 "글 간절할 때 침착하게 쓴 이야기"

202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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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섭씨

백지를 노려보다가 욕조로 들어간다.

밀려드는 무력감에 몸을 담근다.

천장에 수달이 나타난다.

수달은 바다 한가운데서 바다사자에게 쫓긴다.

수달은 손가락을 바짝 모아 바닷물을 가른다.

꼬리는 곤두서고 수염은 꼿꼿하다.

밀려온 큰 파도에 수달의 몸이 구름 가까이 솟구쳤다가

파도의 경사면을 타고 굴러떨어진다.

한바탕 일던 물결이 잠잠해진다.

수달이 눈을 뜬다.

다시 바다사자가 나타난다. 입을 크게 벌린다.

양쪽에 솟은 이빨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수달은 눈을 감고 물결에 몸을 맡긴다.

바다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펭귄을 쫓고 있어.

바다사자가 멀어지며 윙크를 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는 수달 옆으로 첨벙 뛰어든다.

수달을 향해 팔을 뻗는다. 그도 나한테 팔을 내민다.

우리는 서로 팔짱을 끼고 유유히 배영을 한다.



백지에 바닷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글을 쓸 준비가 됐다.

이건 수달이 알려준 방식이다.

기자 이미지

노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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