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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메일] 판결문 공개, 전관예우 근절의 시작

202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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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 의원들은 가끔 판결문을 구해달라는 기자들의 부탁을 받는다. 중요 사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추구하지만 법원이 공식적으로 브리핑하지 않은 판결문 확인이 필요한 경우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청한다. 국회는 공적 시스템을 통해 법원에 판결문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개된 법정에서 선고된 판결문을 기자도 구하기 쉽지 않은데 일반 국민은 어떨까?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하라지만 원하는 판결문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 소송 결과를 예상할 수 없으니 국민들은 변호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사안이 중대하고 민감할수록 과도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전관 변호사를 찾는다.

판결문을 확인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시스템'에서 확인 가능하지만 대법원 판결문의 9.75%, 각급 법원 판결의 0.19%만 공개되고 있다. '판결문 통합검색·열람시스템'을 통해 미확정 판결문을 확인할 경우 사건번호와 당사자 이름을 알아야 하고 검색 기간도 1년으로 제한된다. '대법원 특별열람실'에 직접 가 판결문을 확인할 수 있지만 자리 예약은 수강신청보다 어렵고 사진 촬영이나 메모가 금지되고 시간도 제한된다. 판결문 복사를 위해선 한 건당 1천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법원이 판결문 공개에 소극적인 이유는 뭘까? 표면상으로는 사건 당사자의 개인정보 침해, 상업적 이용, 비실명화 작업에 따른 비용 문제를 든다. 하지만 법원은 기본적으로 외부의 관여와 견제를 거부하는 생리가 있다. 판결의 오류나 모순에 대한 지적이 불편하다. 전관 출신 변호사와 일반 변호사가 대리하는 사건의 처리 과정과 결과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드러나기도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논란이 되지 않는 전관예우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건 이처럼 우리 사법시스템 특유의 불투명함 때문이다. 감추는 자가 범인인 것과 같은 이치? 일반 국민과 달리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친분있는 판사나 법원 직원들을 통해 미확정 실명 판결문까지 구해볼 수 있다. 소송 당사자는 어떤 변호사를 수임하느냐에 따라 정보 격차가 있는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전관예우가 없어지지 않는 중요한 이유다.

따라서 전관예우 근절과 공정한 재판을 위해 판결문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의 관심이 높고 공익적으로 중요한 사건일수록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판결문이 공개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자기 사건과 유사한 판례 확인을 통해 판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면 전관 변호사를 찾을 일도 없고 소송 자체도 줄어들 수 있다. 법원이 하는 일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야 국민들이 나서서 법원 내외부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재판의 독립을 지켜줄 수 있다.

작년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내가 대표발의한 미확정 민사 판결문 공개 확대를 담은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2023년 1월부터 시행이 된다. 국민의 알권리와 사법접근권 향상에 기여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판결문 공개는 사법불신 해소와 전관예우 근절의 시작이자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라는 루이스 브랜다이즈 미 대법관의 말을 새기기 바란다.
조응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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