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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과 한국문학] 웃음, 근심을 녹이는 묘약

2021-02-04

코로나 시대가 길어지면서

현대인들 불안과 우울 호소

웃으면 집에 만복이 깃들고

마음의 근심도 스르르 풀려

웃음묘약으로 즐거운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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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락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삼국유사 감통편에 보면 '경흥이 성인을 만나다(憬興遇聖)'라고 하는 매우 흥미 있는 이야기가 전한다. 신라 신문왕 때 경흥이라는 승려는 성이 수(水)씨이며 웅천주 사람이다. 나이 열여덟 살에 승려가 되었는데, 삼장(三藏)에 통달해 명망이 매우 높았다. 개요 원년(681) 문무왕이 세상을 떠나려 할 때 신문왕에게 유언, 경흥은 국사가 될 만하니 자신의 명을 잊지 말고 중용하라고 당부했다.

이후 국사가 된 경흥이 격무에 시달리다 갑자기 병이 나서 한 달이 넘도록 앓아 눕게 되었다. 이때 한 여승이 그를 문안하고는 "지금 스님의 병은 근심으로 생긴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리곤 열한 가지의 모습을 만들어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게 하니 너무 우스워 턱이 빠질 지경이었다. 이에 경흥의 병은 자신도 모르게 씻은 듯 나았다. 여승은 문을 나서서 남항사로 들어갔는데, 갖고 있던 지팡이만 그 절의 십일면보살상의 탱화 앞에 놓여 있었다.

이 이야기는 중요한 두 가지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한다. 하나는 진지함과 경쾌함의 이중주가 사람을 온전하게 한다는 것이다. 경흥은 삼장을 통달한 명망있는 승려로 불법을 진지하게 수행해 나갔던 사람이다. 그러나 그 진지함은 근심을 만들어 병에까지 이르게 했다. 이 때문에 여승은 그를 위해 웃음을 선사했고, 웃음은 경흥의 근심을 사라지게 했다. 온전한 인간이란 이처럼 진중과 쾌활 사이에 있다. 다른 하나는 위대한 사람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심지어 남루하기까지 하다. 경흥에게 '화엄경' 가운데 '착한 벗이 병을 치료해준다'는 예기를 하며, 다가온 사람은 이름 없는 비구니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는 관세음보살이었다. 남항사의 십일면관세음보살 탱화 앞에 그녀가 지녔던 지팡이가 놓여 있었던 것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고민을 살피는 관세음보살이 지극히 평범한 모습으로 경흥의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근심 때문에 병이 들었으니, 웃음은 근심을 녹이는 묘약이다. MBC TV에서 1969년 8월14일부터 1985년 4월17일까지, 다시 1992년 11월22일부터 1994년 10월8일까지 방송된 바 있던 '웃으면 복이 와요'도 빈 말이 아닌 것 같다. 웃는 집안에 만복이 깃든다는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에서 제목을 따왔을 이 프로가 힘들게 살아가던 당시의 한국인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하며 사람의 근심을 달래주었기 때문이다.

요즘 '웃음치료사'라는 직업도 있다. 웃음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그 영향으로 몸이 건강해지도록 돕는 것이 웃음치료사다. 경흥의 근심을 웃음으로 풀어주어 그가 병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었던 그 관세음보살과 같은 존재 말이다. 국내 60여 곳의 기관에서 이와 관련된 자격증을 제공하며 관세음보살을 길러낸다고 하니 흥미롭다. 현대인들이 불안과 우울 등으로 인해 병이 깊어가므로 이러한 사람들의 활약이 더욱 요청된다.

불가에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고해(苦海)라고 했던가. 명망있는 대덕 경흥도 이 고해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고 하니, 깨달음을 얻어 이곳을 탈출하는 것은 아주 힘든 것인가 보다. 탈출이 어렵다면 아예 이곳에서 즐기는 방법을 찾아야 할 터인데 이것도 쉽지가 않다. 코로나 시대가 길어지면서 고해에 대한 느낌은 더욱 강하게, 그리고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나라에서 돈 몇 푼 나눠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웃음이 오히려 묘약일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즐겁게 살자.
정우락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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