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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아 사회적기업 〈주〉공감씨즈 대표 |
'헬프'(원제 The Help)라는 영화가 있었다. 1960년대 초반 미국 미시시피 잭슨이라는 마을에서 백인 가정을 위해 일하던 흑인 헬퍼(가정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10년 전 개봉되었던 이 영화가 떠올랐던 건 4월 초 어느 날이었다.
사회적기업 숙박·여행업 대표이기도 하지만, 사업장을 방문하며 작업환경을 살펴보고 노동자 건강상담을 하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인지라 그날도 일정대로 어느 일터를 방문하였다. 최근 급격히 늘어난 물류배송센터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종사자들을 만나야 했다. 오전 4시부터 9시30분까지 일하는 근무조를 만나려고 들어선 물류센터는 추웠다. 4월 초인데도 기온이 뚝 떨어져 난방이 필요한 날이었다. 새로 지은 작업장이었지만 난방기구는 없고, 높다란 창고형 건물의 천장 둘레를 따라 선풍기만 달려있었다. 협력업체 관리자의 말에 따르면 원도급업체의 전국 어느 물류센터에도 작업장에는 난방기구가 없다고 했다. 야간작업 후 급사, 특히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진 날들에 발생했던 죽음이 바로 이해되었다.
여하튼 저 영화가 떠올랐던 건 그 관리자가 노동자들을 '헬퍼'라고 부르던 순간이었다. 헬퍼라니! '헬퍼(도우미)'라고 부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으나 모른다고 하였다. 갑을계약관계의 하도급업체인데도 굳이 협력업체라고 부르고, 가족 아닌데 또 하나의 가족이라 부르고, 노동자인데 헬퍼라고 부르는 등속의 뭐 그런 '명명(이름붙이기) 전략'인가. (원도급업체 정규직원들은 '○○맨'이라 불리는데, 대체로 대기업의 정규직원들은 이렇게 불리는 경향이 있다.)
도우미. 언젠가부터 가사도우미(가사 노동자), 간병도우미(돌봄 종사자), 육아도우미, 입주도우미 등등의 용어가 통용되더니 최근 방문한 병원 협력업체에서 병동도우미라는 호칭까지 듣고는 의아했던 적이 있었다. 그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지만, 옆에서 거든다는 보조적 역할로 두면서 주변화시키고 그러면서 그에 합당한 경제적 및 사회적 대우를 낮추게 되는 건 아닐까 싶었다.
코로나19 이후 새로 등장한 용어가 있다. '필수노동'과 '필수노동자'. 재난 상황에서 사회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필수노동)과 이를 수행하는 이들(필수노동자). 미국·유럽에서는 '에센셜 워커(essential-worker)' '키 워커(key-worker)'로 부른다. 우리 정부가 정한 필수노동자는 보건의료, 돌봄, 배달·택배, 환경미화 노동자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이 업무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불안정한 고용관계, 저임금 및 대면노동의 불가피성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전에도 필수적인 일을 해왔던 이들이 눈에 띄지 않았던 건 왜일까.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 이들에 대해 '필수 노동자'라 이름을 붙이고 '고맙습니다 캠페인'까지 하게 된 건 왜일까. 아마도 그 노동이 사회와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저평가되어 왔기 때문이다.
지난 3월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는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의결했다. 국회는 이렇게 국회의 일을 하면 된다. 일반 시민인 우리는 필수노동을 필수로 여기듯, 필수노동자도 필수라 여기면 된다. 가사·육아 등 온갖 일을 도맡아 하던 헬퍼(흑인 가정부)의 도움으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자란 영화 '헬프'의 주인공(백인여성)이 '헬퍼'를 자기 노동의 주체로 서게끔 도움을 줬듯이.
김성아 사회적기업 〈주〉공감씨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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