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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피플] '동반성장 전도사' 정운찬 전 국무총리 "코로나 여파로 소득 양극화 심화…동반성장은 자본주의 시대정신"

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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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어 다 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이는 시대정신이고 코로나19로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는 물론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이 악화했다. 이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2010년 이명박정부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회의를 열고 동반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조성, 확산하기 위해 설립됐다. 초대 위원장은 정운찬(74)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산파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에게 중소협력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직언한 것도, '동반성장'이라는 새 단어를 만든 것도 그다. 동반성장위원장을 마친 뒤 바로 동반성장연구소를 만들어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현재까지 연구소를 이끌어왔다. 최근에는 책 '한국경제 동반성장 자본주의 정신'도 펴냈다. 그를 '동반성장 전도사'라 부르는 이유다.

자유·경쟁 강조 신자유주의로
시장의 '공정한 관찰자' 실종
동반성장, 이익 극대화 이끌어
기업 성과 합당하게 돌아가야
대기업·中企·벤처 장점 융합
경제활력 되찾고 지속 성장도


▶동반성장이란.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어 다 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목적의 사회철학이다. 있는 사람 것 빼앗아 없는 사람한테 주자는 게 아니다.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면서 분배구조는 좀 더 공정하게 고치자는 것이다."

▶'동반성장은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한국은 짧은 시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성장의 이면에는 심각한 불평등과 양극화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한국의 소득분배를 보면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5%, 상위 10%가 47%를 가져간다. 저성장도 한국경제의 문제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건전성은 강화됐지만,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저성장이 굳어졌다. 세대, 계층, 도시와 농촌, 지역 등 사회 각 영역의 불균형과 양극화가 매우 심각하다. 해결책이 동반성장이다. 20세기와 구분되는 21세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자 인류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다."

▶동반성장이 자본주의를 건설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했는데.

"동반성장은 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에 참여하는 근로자, 납품·협력업체, 고객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모든 참여자에게 성과가 합당하게 돌아가고 그 성과를 최대화하는 게 미래의 자본주의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다."

▶코로나 사태로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했다.

"코로나 여파로 섬유제품업과 숙박·음식점업의 피해가 가장 크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정규직, 비정규직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악화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집합금지, 영업 제한이 시행되고 경제성장률 급락과 실업의 고통이 경제적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집중되면서 소득 및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코로나 사태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동반성장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있다.

"198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주류가 됐다. 자유와 경쟁만 강조되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는 다른 사람에 대한 고려 없이 오직 개인 이익 추구만을 목표로 해 경제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동반성장이 자본주의 정신에 어긋날 수 있다. 하지만 동반성장은 자본주의 기본정신에 충실하다. 동반성장은 애덤 스미스가 말했던 '공정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의 정신을 계승한다. 이 정신은 개인의 이기심을 실현하는 자유와 경쟁을 무한히 허용하지 않고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도덕적 한계 내에서만 허용한다. 신자유주의는 공정한 관찰자를 사라지게 했다."

▶동반성장에 관해 관심을 가진 계기는.

"3·1운동의 34번째 대표로 불리는 스코필드 박사는 중·고등 시절 나를 재정적으로 후원해 주신 분이다. 인격 형성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대학 전공을 정할 때 박사님이 경제학을 권유했다. 한국은 경제성장을 빨리 이뤄야 민주주의도 완성할 수 있다며 경제학과에 가서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빈부 격차를 해소할 방안을 공부하라는 것이었다. 동반성장의 길로 이끈 바탕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을 설득해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었다.

"총리로 일할 때 오래전부터 알았던 중견 기업인이 찾아와 호소했다. 자신이 거래하는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때문에 이민 가겠다는 말까지 했다. 납품가를 터무니없이 낮춰 회사 운영이 힘들다는 것이다. 이만이 아니다. 근거가 분명한 서면 주문 대신 구두로 주문하고, 기술 탈취를 일삼는다. 납품 대금은 현금 대신 장기어음으로 결제한다. 대통령에게 특단의 조치를 건의했고 동반성장위원회 설립까지 이어졌다. 나름 성과를 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중소기업 위주의 정부구매 등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불공정행위도 줄었다."

▶동반성장이 가장 시급한 곳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이다. 동반성장은 기업 생태계를 선순환 체계로 만든다.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기술력, 중소기업의 다양성과 신축성, 벤처기업의 창의성 등 각자의 장점을 융합하면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지속성장할 것이다. 대기업과 협력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저소득 취약계층에게도 과실이 골고루 돌아간다."

▶중소기업 성장의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한다. 전체 취업자의 88%를 고용한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괜찮은 일자리'가 아니라 '불안한 일자리'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을 제외하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대기업, 공무원 등이다. 이 취직자리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만큼 어렵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만 하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고 남에게도 꿀릴 것 없는 사회에서 사는 사람은 행복하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되고 중소기업에 취직해도 생활이 어렵지 않다. 좋은 사회는 좋은 중소기업이 많이 생겨야 실현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지고 튼튼해져야 한다."

▶동반성장연구소도 설립했다.

"반관반민의 동반성장위원회에서 1년 반 동안 일한 뒤 2012년 순수 민간연구소인 동반성장연구소를 만들었다.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초빙해 월 1회 포럼을 개최했다. 75차례나 열었다. 다양한 사회적 의제에 대해 해법과 대안을 도출하는 연구 활동으로 한국 사회에 비전을 제시하고 공공 이익에 부합하는 공익적 연구기관의 역할을 했다.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동반성장 논문대회도 개최했다."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된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짧은 기간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뤘지만, 장기적인 저성장과 극심한 양극화로 사회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연구소는 국민이 더불어 잘 사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포럼과 심포지엄, 중소기업 애로 해소에 일조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앞으로는 내부 연구역량을 키우고 외부의 연구용역 수주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논설위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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