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3시쯤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상인점 앞은 영업 중단을 알리는 팻말이 입구 앞에 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홈플러스 상인점이 기습적으로 영업 중단을 결정하면서 지역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도 가속화되고 있다. 제품 납품도 제때 이뤄지지 않아 점포 곳곳이 텅 비어 있다.
12일 오전 11시 홈플러스 수성점 지하1층. 식품이 진열돼야 할 냉장고에 후라이팬, 반찬용기 등이 채워져 있었다. 이런 구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 해산물 판매 냉장고에는 젓갈류를 할인해서 팔았고 인근 냉장고는 전원을 끈 채 후라이팬과 각종 그릇을 판매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식품 매장에 식료품 대신 속옷, 그릇 등 잡화로 채워졌다. 빈 매대도 상당해 오뚜기, 백설 등 납품업체 제품은 매대 첫 줄만 겨우 채워진 경우다. '매진' 안내문을 붙인 채 텅 비어있는 매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영남일보 취재진이 수성점에 이어 홈플러스 남대구점, 성서점을 방문했으나 물건이 제대로 채워진 매장은 한 곳도 없었다. 모든 지점은 식품 매장에 잡화가 진열됐다.
홈플러스 수성점에서 만난 주부 이모(여·64)씨는 "한 달에 한 번은 방문하는데, 갈수록 매대가 텅텅 비어가는 듯 하다. 신선식품도 줄어들고, 고객 입장에서 자주 구매하지 않는 잡화로만 채워지고 있다"며 "살 수 있는 제품이 줄어드니 다른 마트를 가야하나 고민이 크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10일부터 전국 37개 매장을 기습적으로 휴점했다. 기업 회생 절차가 지연되면서 경영난이 심화되자, 장사가 되는 핵심 점포에 힘을 집중한다는 게 이유다. 상당수 직원이 휴직을 하게 됐고, 남은 홈플러스 직원들은 고용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 근무를 하고 있었다.
20년 간 홈플러스 매장에서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본사에서 휴점 점포 직원에게 평균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직 수당을 지급한다고 했지만, 실제 이뤄졌는진 듣지 못했다. 납품이 완전히 끊긴 건 아니지만 수급되지 않는 제품도 있어 고객 발길도 줄고 있다"며 "남은 직원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홈플러스 대구수성점 지하1층에는 식품이 진열돼야할 냉장고에 후라이팬이 진열돼있다. 최근 몇 달간 홈플러스에 납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자사PB, 공산품 등으로 매장을 메꾼 모습이다. <독자 제공>
협력업체 직원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홈플러스 직원을 포함해 협력업체 직원 상당수는 회사 경영 악화와 납품 지연으로 임금 체불도 몇 달간 이뤄진 상황이었다.8년 간 홈플러스에서 음식을 판매했다는 직원은 "몇 달전부터 납품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니, 일주일 전부터는 정직원 뿐 아니라 몇달 째 월급도 밀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문을 닫으면 임금도 못받고 쫓겨나게 되는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대구경북 홈플러스 근무 직원 수는 1천 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앞서 문을 닫은 상인점은 100여 명으로 추산됐다. 노조는 홈플러스가 휴업 시행 이튿날인 11일, 추가 공문을 통해 "영업 중 매장들 역시 매출이 전년 대비 70% 이상 감소한 상황"이라며 "상품 납품이 개선되지 않는 한 추가 인력을 수용할 여건이 되지 않아 휴업 기간 내 전환배치는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신경자 마트노조 홈플러스 대구경북본부장은 "임시 휴업 통보 이틀 째 문을 닫았고, 본사가 약속한 추가 인력 배치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직원 입장에선 배신감이 상당하며, 회사의 무책임한 행보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편 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내당점을 포함해 동촌·상인점 영업 중단을 발표했다. 대구경북에 남은 매장은 작년 15개에서 8개로 줄어들게 됐다. 대구에는 남대구·수성·성서·칠곡점 4개 지점만 영업 중이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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