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선거 과정에서 홍준표 전 시장때 결정됐던 주요 정책들이 여야 후보들의 공약 속에서 재검토 대상에 오르고 있다. 속도감 있는 추진과 강한 결단력으로 상징됐던 '홍준표식 행정'이 심판대에 오른 것이다. 이들 사업이 의사 결정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지역 정책 결정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그저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와 관련, 정부가 검토 중인 낙동강 복류수·강변여과수 방식을 우선 추진하되, 여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구미 해평 취수장 공동 이용 방안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진 전 대구시장과 장세용 전 구미시장이 합의했던 방식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의미다.
홍 전 시장은 취임 이후 해평으로의 이전을 없던 일로 하고, 안동댐 원수를 사용하는 방식을 추진했다. 막대한 사업비와 환경적 타당성 등을 둘러싼 반대가 상당했지만 홍 전 시장은 밀어붙였다. 홍 전 시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낙동강 복류수·강변여과수 활용 방안이 거론되면서 안동댐 구상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대구도시철도 4호선 차량 방식 선정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홍 전 시장 재임시절 철제차륜 AGT 방식으로 정해졌지만, 도시 경관 훼손 우려와 기존 3호선 모노레일과의 운영·유지관리 연계성 문제를 이유로 반대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선거에서 김부겸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모노레일 방식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홍 전 시장때의 결정이 다시 평가대에 서게 됐다.
홍 전 시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신천 프러포즈 존' 사업도 유사하다. 신천에 반지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해 청년층의 관광·문화 명소로 만들겠다는 취지였지만, "청년들이 프로포즈 공간이 부족해서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는 예산 대비 효과에 대한 비판이 드셌다. 하지만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사업은 빠르게 추진됐다. 그의 퇴임 이후 사업 명칭과 콘셉트가 수정되며 당초 구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강한 추진력과 속도감 있는 결단은 행정의 동력을 확보하고 장기 표류 사업을 진전시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공론화 절차없이 강행한 정책은 행정수장의 교체와 함께 쉽게 흔들린다는 것을 이들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6·3 대구시장 선거는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 결단의 강도로 확보되는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시민 공감의 깊이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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