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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지방법원 전경. 영남일보 DB |
대구지법 형사4단독 김남균 판사는 아파트 입주민이 걸어 놓은 현수막을 임의로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관리소장 A(여·47)씨에게 벌금 7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이었던 A씨는 지난해 6월 주민 B씨가 아파트 단지에 걸어 놓은 총 4만 원 상당의 현수막 2개를 가위로 잘라 훼손한 혐의(재물손괴)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수막에는 "주민들 피해 주는 소장 물러나라"라고 적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과정에서 A씨 측은 "현수막 2개는 관리 주체의 동의 없이 게시된 것이었고, 관리소장으로서 불법 현수막을 철거한 것 뿐이다"라며 "또 관리소장으로서 불법 현수막을 공동주택관리법령 등에 따른 조치행위로 철거·제거할 수 있다고 잘못 인식했고, 이와 같이 잘못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공동주택관리법과 그 하위 법령 어디에도 관리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게시물 등에 대해 관리 주체가 철거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공동주택 관리 주체로서는 동의를 받지 않은 게시물에 대해 자진철거를 청구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 강제집행으로 구제받는 등의 법정절차를 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판사는 "현수막의 내용 중 '피해'의 구체적인 내용이 적히지 않아 피고인의 명예에 중대하거나 회복하기 어려운 침해를 유발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또 피고인은 피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 등 법정절차를 취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출 때,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행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관련 법령 등을 스스로 검토한 결과 현수막을 철거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뿐, 관계 행정청 등에 조회해보지는 않았다. 법치국가에서 사법절차를 통하지 않은 자력구제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점인 것에 비추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믿은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단, 반성하는 점, 더 이상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지 않아 재범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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