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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종부세에 가해진 왜곡

2021-12-10

보유가액 기준 누진과세서
MB정부때 차등과세 '물꼬'
朴정부 임대사업 혜택 주다
'다주택=투기' 극단적 프레임
文정부 징벌주의 문제 야기

[경제와 세상] 종부세에 가해진 왜곡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둘러싼 논란이 심상찮다. 투기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이 한 집을 가지고 오래 살았는데 왜 투기꾼에게 부과하는 종부세를 내라고 하느냐는 불만은 예전부터 있던 것이니 제쳐두자.

주택 보유가액이 같은데도 한 채 가진 사람과 두 채 가진 사람의 종부세액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든지, 이사 가려고 새집을 샀는데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장기보유 고령자에게 '살인적인' 종부세가 부과됐다든지, 법인으로 등록했다는 이유로 협동조합 주택이나 공동체 주택에 감당키 어려운 종부세가 고지됐다든지 하는 것 등은 현행 제도의 결함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다.

이렇게 말하면 필자를 종부세 반대론자로 여기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필자는 참여정부가 종부세를 도입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지지해왔으며, 이명박정부가 종부세 무력화 '작전'을 벌일 때 이를 저지하는 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참여정부의 종부세는 장점이 많은 세금이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크고 조세회피가 어려웠으며, 세수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교부세로 지방에 이양해 지자체 간 재정능력의 격차를 줄이는 장치도 갖추고 있었다.

원래의 종부세는 보유가액 한 가지를 기준으로 누진과세하는 방식이었다. 주택에 한정하자면, 1세대가 전국에 걸쳐 보유하는 주택의 가액을 모두 합산하고 일정 금액(공시가격 6억원)을 공제한 후 남은 금액의 일정 비율에 대해 누진세율을 적용했다. 소유자의 형편에 따라 과세방식을 달리하는 차등과세는 배제되었다. 이처럼 부동산보유세를 보유가액 기준으로 일률과세하면 형평성 시비가 일어날 여지가 없고, 자원배분의 왜곡도 최소화한다. 누진과세이므로 투기를 억제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도 확실하다. 한마디로 애초의 종부세는 좋은 세금이었다. 올해 종부세가 이 방식에 따라 부과되었더라면, 앞서 소개한 사례들은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008년 이후 소유자의 형편에 따라 차등과세하는 내용이 하나하나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명박정부는 종부세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정을 계기로 1주택자, 특히 장기보유 고령자를 우대하는 조항을 만들어 차등과세의 물꼬를 텄고, 박근혜정부는 임대주택등록제를 도입해 다주택자가 종부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후 내내 보유세 강화에 미적대다가 2020년 7·10대책에 와서야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와 법인을 중심으로 종부세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책은 어떻게 해서든 부동산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소산이었지만 지역과 주택 수, 그리고 소유자의 성격(개인이냐 법인이냐)에 따라 과세방식을 달리하는 차등과세를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다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종부세 최고세율은 3.2%에서 6%로 급등했고, 다주택 보유 법인에는 일률적으로 6%의 세율을 적용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1주택자는 실수요자, 다주택자와 법인은 투기꾼'이라는 프레임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번 종부세 부과는 바로 그 정책의 첫 시행이다.

지금 터져 나오는 불만을 부동산 부자들의 이기적 행동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특수 사례에 초점을 맞춰서 '종부세폭탄론'을 유포하는 언론들의 보도행태에는 문제가 많지만 내용이 전부 가짜인 것은 아니다. 일부 다주택자와 법인에 이번 종부세는 분명 예상치 못한 '폭탄'이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극단적인 '1주택 보호주의=다주택 징벌주의'가 초래한 결과이므로 조속히 제도를 개선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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