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법정 공휴일이 된 노동절이다. 종전 근로자의 날에서 명칭이 바뀌었고, 공휴일로도 지정됐다는 것은 노동의 가치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우선 이날 근무할 경우 법에 따라 통상임금의 최대 2.5배까지 보장하는 것은 노동의 가치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노동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다. 근로자의 날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만 대상으로 했지만, 이제는 공무원과 교사,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까지 포함하는 '일하는 모든 사람의 날'로 의미가 확장됐다. 노동 정책의 방향이 근로시간·임금 중심에서 벗어나 노동의 가치와 권리를 보호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절은 1886년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8시간 노동제 투쟁을 뿌리로 한다. 인간다운 삶을 요구한 외침은 국제적 연대로 이어졌고, 오늘날 노동권의 기초를 형성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시대인 1923년 노동절이 시작됐지만, 오랜 기간 근로라는 용어 속에 권리의 의미가 희석돼 왔다. 그런 점에서 올해 노동절은 노동에 대한 인식 전환을 상징한다.
동시에 2026년의 노동절은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을 재편하며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빅테크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에 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술의 진보가 노동의 축소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노동의 가치는 더욱 분명해진다. 노동은 생계 수단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존재 이유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AI가 효율과 속도를 극대화할수록 인간 노동은 창의성과 책임, 윤리라는 대체 불가능한 영역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내 산업 현장의 긴장도 이를 반영한다. 삼성전자에서는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 파업까지 거론되고 있다. 높은 생산성의 결과물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는 AI 시대에 더욱 첨예해질 수밖에 없다. 기술이 만들어낸 생산량 증가 때문에 인간 노동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오늘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노동 없는 기술 진보는 지속될 수 없다. 노동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인간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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