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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보자르모발성형이식센터 권태정 원장, 저소득 탈모인에 모발이식 재능기부·직장인 밴드 리더 활동 "즐거운 인생"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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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이식 재능기부와 직장인 밴드 활동을 통해 봉사하는 건강한 의사로 살아가는 권태정 보자르모발성형이식센터 원장.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권태정(53) 보자르모발성형이식센터 원장은 모발이식을 전문으로 하는 개업의다. 스스로를 뚜렷하게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시민이라고 하지만 조금 더 다가가 보면 일반 의사들과 사뭇 다르다. 바쁜 시간을 쪼개 모발이식 재능기부를 한다. 즐거운 인생을 찾기 위해 직장인 밴드 연습실을 운영하면서 밴드 멤버로 활동한다. 권 원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탈모로 고생하는 이들에 도움줄 수 있어 뿌듯
병원 동료들도 봉사활동 적극 동참해 '감사'
모발이식 기부통해 희망·자신감·미래 심어줘
상실감 큰 젊은층엔 정신적 우울증 까지 치료

중년에 접어들며 직장인 밴드 이끌며 새활력
술 잔 대신, 기타 들고 음악 통한 '건강한 삶'
10년전 결성한 '블루오션' 이끌어 오며 열정
멤버 탈퇴 등 우여곡절 많고 힘들기도 하지만
무대 향한 꿈 위해 멋진 밴드로 꾸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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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공연때 연주하고 있는 권태정 원장.

◆모발이식이 좋았던 성형전문의

고등학생이던 시절 의학·신학·법학 등 세 학문이 깊이 있고 대단해 보였다. 이 가운데 의학에 더 마음이 끌렸다. 경북대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학창시절 권 원장은 '의사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끊임없이 자답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렇지만 "순수한 마음과 불타는 정의로 온몸이 힘들어도 생명을 구하는 멋진 의사가 되자"고 다짐했다. 권 원장은 돈 잘 벌고 시쳇말로 잘나가는 의사가 될 수도 있었던 성형외과를 전공했다. 권 원장은 일반적인 성형의가 되기보단 당시에는 생소했던 모발이식으로 진로를 선택했다. 그는 모발이식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평가받는 김정철 경북대 의대 교수의 제자다. 권 원장은 그때를 떠올린다. "모발이식 수술 자체가 즐거웠다. 예쁘게 심기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았다. 몸은 좀 힘들지만 그걸 다 잊을 만큼 충분히 좋았다. 생명을 구하는 의사도 중요하지만 탈모로 고생하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것도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발이식이라는 학문은 의학에서도 고도의 전문분야인 탓에 배우기가 쉽지 않았지만 경북대 출신이라는 덕분에 김정철 교수가 계신 경북대 모발이식센터를 갈수 있었고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권 원장은 모발이식에 대해 설명한다. 모발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후두부에 영구보존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 부분의 모발을 이용해서 탈모가 진행되는 부분으로 옮겨주는 작업이 모발이식 수술이다. 영구모발이 탈모 부분에 옮겨졌을 때 탈모가 다시 오지않는다. 이러한 모발의 특징으로 모발이식수술이 가능하게 됐다. 수술은 모낭분리사가 후두부 모발을 띠모양으로 채취한 후 분리하는 방법과 전동펀치드릴로 구멍내서 모낭을 하나씩 추출하는 방법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모발이식은 노동집약적 수술로 통상 한번에 3천500~4천모 정도를 심게 된다. 이를 위해 모발이식 받을 환자의 머리카락을 긴 막대기 모양으로 두피와 함께 잘라낸다. 그리고 거기서 모낭을 분리, 하나씩 심어야 하는 작업으로 통상 6시간 넘게 걸린다. 이를 위해 권 원장을 포함한 병원 전 식구가 이 과정에 참여한다. 환자가 오면 오전 10시 상담을 시작, 어떤 모양으로 이식할지 등 디자인을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난 뒤 10시30분 정도 환자의 머리에서 이식할 머리카락을 떼낸 뒤 봉합수술을 하게 된다. 그사이에 2시간 동안 한 뭉터기로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심을 수 있게 1개 또는 2~3개 모낭을 분리하고 2시간 동안 심기 시작하면 오후 4시에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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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정 원장이 운영하고 있는 밴드연주실 '블루오션'. 지역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저소득 탈모인에게 희망을 주는 권 원장

2017년 권 원장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그해 4월쯤 대구사회복지재단으로부터 "모발이식이 필요한 저소득층 환자를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권 원장 스스로는 의미를 가지고 하는 활동인 탓에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병원 내 간호사 등 동료들에게는 업무 외에 일이 더 늘어난다는 걸 생각하니 선뜻 나설 수가 없었다. 오전부터 시작한 모발 이식은 오후쯤 마무리되지만 병원 식구들은 하루 종일 이 일에 매달려야 한다. 이런 탓에 병원 동료들이 일거리만 늘어난다고 생각하게 되면 봉사활동을 대충할 수도 있고 만약 그렇게 되면 재능기부인 탓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두려웠다. 망설이며 고민한 끝에 결론을 냈다. "의사는 철저히 봉사하는 직업이다. 때론 종교적인 신념도 필요하고 자기희생이 필요한 직업이다. 머리카락이 없는 고통은 말로 설명이 안된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그런 고통이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그 고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자. 그들을 돕자." 대구사회복지재단에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모발이식 재능기부 첫 사례는 3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앞머리가 없는 형태의 탈모인 탓에 늘 뒷머리를 앞으로 내렸고 그렇다 보니 늘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시술 이후 자신감이 생기면서 고개를 들게 됐고 성격도 밝아졌다. 이 남성은 직장을 얻게 됐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았다. 병원 동료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권 원장의 우려는 기우였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병원 동료들이 더 좋아했다. 어려운 형편 탓에 모발이식을 못받던 이들에게 함께 희망을 만들어준다고 느낀 것 같다.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인지 더 열심히 하고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 모발이식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권 원장과 병원 동료 등이 얻는 가장 큰 행복은 모발이식을 받은 이들의 정신적 우울증도 치료해주게 됐다는 점이다. 권 원장은 "탈모로 힘들어 하는 이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피할 정도로 심리적 우울 상태를 보인다. 특히 젊은 층의 경우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는 큰 요인 중 하나로 작동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모발이식 재능기부는 이들에게 단순히 머리를 심어준다는 것이 아니라 희망과 자신감, 미래를 심어주는 것이다. 이식한 모발이 자라면서 희망과 자신감 등이 함께 자라나 이들의 미래도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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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송사 의학 프로그램에 출연해 모발이식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권태정 원장.


◆직밴에서 찾아가는 즐거운 인생

마흔 살 무렵, 권 원장은 직장인 밴드에 문을 두드렸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삶의 활력을 찾고 싶었다. 이름난 기타선생을 찾아갔다. 밴드한다고 의사가 왔다갔다 하는 걸 보고는 못마땅해했다. 두달 정도 레슨하다 그만두고 일년쯤 있다가 잊을만하면 연락하기를 반복했다. 비오는 어느날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만났다. 폭탄주 말아 주면서 "술을 끊어라. 그러면 기타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기타 선생의 말에 따라 그날부터 술을 끊고 기타 를 배웠다. 인터넷 구인난을 보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팀에 합류했다. 몇달만에 팀이 해체되고 또 다른 팀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수성못 무대가 지금처럼 알려지지 않았을 때 초보였던 권 원장이 무대에 오르는 기회를 잡았다. 그때 수성호텔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러다 10년전쯤 결성한 게 '블루오션'이다. 아직도 이 팀에서 기타겸 리더로 활약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도 밴드 전용 연습실을 꾸리게 됐다. 연습실 이름도 블루오션이다. 대구 최고의 프리미엄 연습실이라 자부한다. 권 원장은 이곳에서 혼자 연습하기도 하고 일찍 퇴근해 와서 쉬기도 한다.

되돌아보면 권 원장의 밴드생활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팀이 만들어지고 어느 정도 연습이 됐다싶으면 누군가 탈퇴하고 멤버를 새로 구하면 좀있다가 또다른 사람이 나가고, 개인적으로는 밴드생활 동안 기쁨보다 힘든 시간이 더 많았던거 같다. 그래서인지 밴드와 관련된 어떤 이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회사 경영보다 더 힘든 게 밴드 운영 같다. 개미지옥과 다름없다." 음악적 기초가 부족한 탓에 아직도 제대로 된 밴드를 꾸리지 못한 채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자신을 평가한 권 원장은 연습실을 운영하면서 좀더 많은 시간을 음악에 투자할 수 있었고 이 덕분에 올해부터는 결실을 거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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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이식 수술 중인 권태정 원장.


◆"재능기부 확대하고 멋진 밴드 꾸리고 싶어"

권 원장에게 의사로서 두 가지 바람이 있다. 하나는 의사라는 직업이 희생과 봉사를 필요로 하는 직업인 데다 모발이식이 노동집약적 분야인 만큼 체력 안배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소에 시간나는대로 연습실을 가서 음악 듣고 5년 전부터 운동으로 스피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리고 모발이식 재능기부를 지금보다 조금 더 확대하는 것이다. 처음 모발이식 재능기부 아이디어를 낼 때도 걱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안 해본 사람은 모르는 그런 매력이 있다. 모발이식과 봉사활동 모두가 그렇다. 모발이식 재능기부를 앞으로도 계속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분기에 한 번 하는 것을 격월로 하는 방안, 그리고 다양한 사연을 통해 전국적으로 봉사활동 영역을 넓히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건강한 시민으로서 하고 싶은 게 있다. 자신과 같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중년들과 멋진 밴드 활동을 하는 것이다. 블루오션 연습실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중년의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같이 밴드 해보자고 권하고 싶다. 사람사는 세상이 그렇듯이 여럿 모이면 시끄럽고 자잘한 갈등 생기고, 그리고 모여서 떠들고 즐겁게 놀고, 이와 흡사한 밴드의 매력을 이젠 도저히 떨쳐 낼 수 없다. 팀음악이 형성되고 공연이나 활동을 하게된다면 그순간이 가장 즐거운 시점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권 원장은 이젠 수성못 수변데크 무대가 너무 유명해져서 다시 오를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빠른 시간 안에 그 기회를 잡고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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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못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는 권태정원장.


권 원장은 지난 시간을 잠시 돌이켜본다. 일반 가장이 다 그러하듯이 의사로서 개업의로서 열심히 달려왔다. 남은 인생의 계획을 세운다. 비록 생명을 구하는 의사는 되지 못했지만 행복과 기쁨을 줄 수 있는 의사로서 사회에 해악이 안되는 한 사람으로 최선을 다해 살자고.음악적으로는 연습실이라는 공간으로 음악인들에게 도움을 주자고.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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