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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립준비청년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마친 뒤 마이크를 내려놓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향해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대선 기간 중 침묵을 지키며 중립을 유지해 왔던 문 대통령이 야당 대선 후보를 정조준하며 대선의 한복판에 뛰어든 것으로 막바지 대선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 文·靑 "적폐 못 본척했나" 강력 반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 회의에서 윤 후보를 향해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단 말인가"라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야당의 대선후보를 겨냥해 이례적으로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이는 윤 후보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집권시 전(前) 정권 적폐 청산 수사' 발언에 직접적인 분노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 직속 정권교체동행위원회는 전날 유튜브를 통해 윤 후보 생각을 밝히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서 윤 후보는 "나는 이런 정권을 처음 봤다"거나 "이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계승자라고 그러는데, 그거는 사기" 등의 격한 표현을 썼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도 윤 후보는 집권 시 전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를 하겠냐는 질문에 "당연히 한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현 정부에 적폐 수사의 대상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다.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윤 후보를 겨냥해 "최소한 민주주의자라면, 이런 발언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선거 전략이라면 저열하고, 소신이라면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고 사과하면 깨끗하게 끝날 일"이라면서 "이런 사안으로 대통령을 선거판으로 불러낸 것에 정말 유감이다. 이런 게 일종의 정치 적폐이자 구태"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에 이어 청와대 참모들도 윤 후보에게 날을 세우면서 청와대와 야당 사이의 대치 전선이 더욱 가팔라진 셈이다.
◆ 국민의힘 '대선 개입' 반발…尹 "정치보복 없다"
국민의힘은 유감의 입장을 밝히며 청와대가 대선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정권을 막론하고 부정한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공정하게 진행했던 우리 후보가 문재인 정부도 잘못한 일이 있다면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론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청와대가 발끈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원칙론에 대해 급발진하면서 야당 후보를 흠집 내려는 행위는 명백한 선거 개입에 해당한다"며 "앞으로 28일간 청와대가 야당 후보를 사사건건 트집 잡아 공격하려고 하는 전초전이 아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과 요구에 "저 윤석열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면서 "문 대통령님과 저는 똑같은 생각이라 할 수 있겠다"고 답했다. 사과에 응하지는 않았지만, 정치보복을 위한 적폐 수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으로 대응 수위를 조절한 것이다.
또한 윤 후보는 "우리 문 대통령께서도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을 강조해오셨다"며 "저 역시도 권력형 비리와 부패에 대해서는 늘 법과 원칙, 공정한 시스템에 의해 처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려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집권 시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며 "제가 당선되면 어떤 사정과 수사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는 말씀을 지난해 여름부터 드렸다"고 덧붙였다.
◆ 文 이례적 대응에 영향 관심…여권 결집할까
그동안 문 대통령은 그동안 3·9 대선에 대해 엄정중립과 공정관리를 당부하며 후보 및 정치권의 발언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 정부를 적폐 수사 대상으로 몰아가며 '문재인 정권 심판론'에 목소리를 높이자 더이상 침묵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은 여권의 지지세 결집에도 메시지가 있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도 4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여당 후보에 의문 부호를 표했던 친문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상호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직접 발언도 그렇고 (발언의) 수위가 높아서 (대통령께서) 화가 많이 나셨다고 본다"며 "소위 친문 세력 의원들과 많이 통화했는데, 다들 격노해서 그동안 소극적으로 했던 분들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하고 있다"며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막판 변수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야권이 문 대통령이 정치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지위를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가짜뉴스에 대한 해명으로 정당한 반론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여당 의원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선거 중립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했고 최근에는 행정력 80∼90%를 오미크론 대응에 쏟아붓고 있다"며 "이번 발언을 선거 개입이라고 하면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처럼 죽은 듯이 직무 정지 상태로 있어야 하나"라고 반문하며 의도가 없음을 강조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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