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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국 사회에 빅맨(Big Man)이 없다

2022-07-25

권위와 존경심 사라진 한국
청소년 롤모델 정립에 영향
돈 많이 벌고 안정된 일 선호
존경심 가질 인물 많아져야
국가의 미래 달라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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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대한민국에서 권위와 존경심이 없어지고 있다. 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의 위엄성은 약화되었고, 대법원도 사법 판단의 최후 보루로서의 존경심을 많이 잃었다. 국회가 국민에게 지탄을 받으니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의 권위 또한 많이 떨어졌다. 종교지도자들의 말에도 사회적 무게가 실리지 못하며, 대학교수와 전문가들도 지성인으로서의 사회적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한다.

권위와 존경심이 약해진 것은 탈권위주의와 다원화 사회에서의 시대적 흐름일 수 있다. 권위와 존경심을 갖도록 처신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 진화심리학자 마크 판 퓌흐트가 저서 '빅맨(Selected)'에서 말했듯이 리더의 전형적 자질인 '관대함' '공정함'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파의 이해에 따라 권위를 공격하고, 정치 논리로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영향도 크다.

국가기관의 위상과 권위가 약화되고 존경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믿고 따를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뜻이다. 사회규범이 잘 작동되지 않아 사회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며, 갈등과 분열 상황에서 조정 기능이 없어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 3대 사회자본(Social Capital)은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권위와 존경의 대상이 없다는 것은 청소년들의 롤 모델(role model) 정립에도 영향을 미친다. 2021년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초중고 학생들이 가장 바라는 직업은 운동선수, 의사, 교사, 간호사, 경찰관 등이다.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대통령과 이순신이 꿈도 아니고 롤 모델도 아니다. 돈 많이 벌거나 안정적으로 사는 것이 아이들의 로망이다.

국가와 공동체를 위하여 큰일을 하는 훌륭한 사람이 아이들의 꿈이 아니다. 스포츠 스타, 연예인이 아이들의 꿈이다. 그들이 존경의 대상이며, 영웅이고 위인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대니얼 부어스틴(Daneil J. Boorstin)의 말처럼 옛날에는 위대하면 유명해졌지만, 지금은 유명하면 위대해진다. 영웅은 큰 인물이지만 유명인사는 단지 큰 이름일 뿐이다.

청소년의 꿈은 한 사회가 지향하는 욕망을 담고 있다. 아이들이 돈 많이 벌고 안정적인 직업을 원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라는 뜻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하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돈 많은 사람에게 그리고 영웅이 아니라 유명인사에게 더 박수를 보내는 사회라는 뜻이다. 청소년의 장래 희망에는 우리 사회의 그런 그릇된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

아이들의 꿈은 한 사회의 꿈이고 한 사회의 미래다. 아이들이 물질적 욕망 실현이란 작은 꿈에 머물지 않고 국가와 사회를 위한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의 그런 꿈을 위해서는 아이들이 존경심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이 많아야 한다. 존경심을 갖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이 닮고 싶은 꿈이자 목표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꿈이 달라지는 것은 한 사회의 꿈이 달라지는 것이고 한 사회의 미래가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권위와 존경을 가진 존재를 잃어간다는 것은, 그리고 그런 존재를 공격하고 부정한다는 것은 아이들의 큰 꿈을 뺏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나은 미래를 뺏는 것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존경심을 가져야 겸손함도 생기고 자신을 돌아보는 힘도 더 생긴다.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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