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20905010000446

영남일보TV

[이영란의 스위치] '디자인계의 BTS' 극찬 받는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 "아르떼뮤지엄 2호점 경주에 설립하려 했지만 아쉽게 거절 당해"

2022-09-07

이성호대표
지난 2년간 제주, 여수, 강릉에 아르떼뮤지엄을 설립해 자본잠식 상태이던 회사를 일거에 일으켜 세운 이성호 디스트릭트대표는 경북의 관광지에 상설 전시장이 한 곳도 없어 아쉽다는 지적을 받자 "제주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뒤 두 번째 뮤지엄을 경주 보문단지 주변과 경주문화엑스포 공간에 설립하려고 노력했으나 아쉽게도 거절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LED 전광판에 '파도(WAVE)' 영상을 전시하고, 또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초대형 폭포 'Waterfall-NYC'와 물로 만들어진 고래 형상의 퍼블릭 미디어아트 'Whale #2'를 올려 '디자인계의 BTS'라는 극찬을 들은 디스트릭트 이성호 대표는 영주 출신이다. 그는 영주 대영고와 서울대 경제학부를 거쳐 삼일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하다가 2007년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체하면서 디스트릭트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우여곡절 끝에 30대 중반에 자본잠식 상태의 회사를 떠맡게 된 그는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오랜 적자의 회사를 턴어라운드 시켰다. 불과 1년만에 일어난 일이다. 작년 초만 해도 직원들 봉급 줄 걱정을 해야 했던 그는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가능하다니"라며 스스로도 놀라는 눈치이다.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등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고 있는 불혹을 갓 넘긴 이성호(42) 대표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본사 대표실에서 만났다.

▶'디스트릭트'를 간단히 소개하면.

"2004년에 설립한 회사다. 주로 오프라인 공간에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을 통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 디자인 회사다. 2007년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체하면서 디스트릭트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2009년 군 복무가 끝났지만, 입대 전 다녔던 삼일회계법인에 돌아가지 않고 디스트릭트에 남았다. 당시 이 회사의 사업인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이라는 아이템에 관심 있었고, 일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역량이 마음에 들었다. 입사 하자마자 회사가 어려워졌다. 2015년부터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당시 디자이너 출신이었던 회사 공동창업주들이 2016년 대표이사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극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우여곡절 끝에 회사가 살아났다. 사실 30대 중반에 회사 대표가 됐지만 회사 재정 상태가 직원 봉급 주기도 빠듯할 정도였다. 기업으로부터 주문이 없을 때는 매출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기술력이 있어도,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되려면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사업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B2C(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로 사업을 넓힐 수 있는 접점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우리 기술력과 브랜드를 세계에 알려야 된다고 판단했다. 아르떼뮤지엄 개관을 추진했다. 이것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


"한때 봉급 주기도 힘들 정도로 위기
변화 모색하다 아르떼뮤지엄 탄생
코로나에 막혀 해외로 못간 사람들
제주도 몰리며 사업 터닝포인트 돼
타임스스퀘어 영상 후 세계적 주목
현재 글로벌社 디지털 영상도 제작"



▶2020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등장한 파도와 지난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등장한 102.5m의 대형폭포, 그리고 물로 만든 고래 영상은 큰 화제를 모았다.

"우리 회사를 국내외에 알린 계기가 됐다. 시연 이후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도 우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최근 다수의 세계적인 회사와 계약을 체결, 해당 브랜드를 광고하는 디지털 미디어 아트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아르떼뮤지엄 제주 등 상설 전시장도 여러 개 오픈시켰는데.

"코로나 초기에는 팬데믹 때문에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됐다. 해외 관광길이 막히자,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뮤지엄 관람객이 늘기 시작했다. 꽃, 폭포, 정글, 파도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콘텐츠도 팬데믹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점차 입소문을 탔고, 매출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여수, 12월 강릉에서도 각각 문을 열었다. 여수는 하루 평균 1천400명 이상, 강릉은 3천100명 이상, 제주는 2천500명 이상이 계속 오고 계신다. 8월 말까지 총 관객이 31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마지막으로 2023년 '아르떼뮤지엄 부산'을 개관하기 위해 부산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고향인 경북에 상설 전시장이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아 아쉽다.

"사실은 제주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뒤 두 번째는 경주에 뮤지엄을 열 계획이었다. 보문단지 주변과 경주문화엑스포의 넓은 빈 공간이 최적지라고 보고 관계자들을 접촉했다. 그런데 모두 다 거절당했다. 아쉽고 당혹스러웠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여수·강릉·부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강릉은 시장께서 직접 회사를 방문해 유치 의사를 밝힐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유교·선비 등 지역문화 재가공 없이
그 자체로 앞세우면 사람 끌기 어려워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보는 노을 등
젊은 층에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아름다운 포인트 알릴 방법 찾았으면"


▶디지털아트가 세계인을 사로잡는 또 한 분야의 K컬처가 되겠다.

"홍콩을 시작으로 향후 5년 이내 전세계 주요 도시에 30여 개의 아르떼뮤지엄을 설립 운영할 계획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뉴욕, 중국 청두와 선전 등이 내년 아르떼뮤지엄 설립 후보지이다. 해외에서 전시의 콘텐츠 티켓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한국의 디지털 콘텐츠를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출 사업 중에 하나로도 자리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소도시가 문화와 관광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데 조언할 게 많을 듯하다.

"영주가 제 고향인데 유교·선비 문화 이런 것을 재가공 없이 그 자체로 앞세우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것은 젊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소재는 아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 인성 교육을 위해서 손잡고 데리고 갈 순 있겠지만 사람들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진 찍을 수 있을 만한 곳에 많이 간다. 아르떼뮤지엄이 잘 되는 이유도 거기 가서 사람들이 가상의 자연을 보면서 안식을 얻는 목적도 있긴 하겠지만, 사실 멋진 사진들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석사의 무량수전 앞에서 보는 노을 등 아름다운 포인트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면 좋겠다."

▶이 대표의 고향인 영주를 포함해 지방 소도시가 소멸 위기에 처했다.

"좋은 대학은 대부분 도시에 있으니까 그냥 다들 때가 되면 영주를 떠난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남아서 뭔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좋은 대학 나오는 게 인생 최고의 솔루션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좋은 대학이라고 남들이 얘기하는 데 가서 생활을 하면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예를 들어 영주에 있어도 정말 재능이 있고 끼 있는 유튜버는 서울 좋은 대학 나온 샐러리맨보다 훨씬 행복하고 돈 많이 벌고 살 수 있지 않나. 세상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지방에 사는 것도, 그리고 좋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기회를 평등하게 가져갈 수 있을 만한 길이 많이 열렸다."

▶아들에게 좋은 대학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 있나.

"첫째가 지금 7살인데 그 애가 대학 갈 때쯤이 되면 좋은 학교 나온 거가 정말로 별 의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직업이라는 것도 그렇다. 앞으로는 어떻게 자라왔는가가 그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학교를 통해서만 사람이 성장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사실 학교 안 가도 성장하고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있다. 후배들에게 도시에 가야지만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도시든 지방이든 더 중요한 거는 결국 본인이 내적으로 얼마만큼 잘 성장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어렵게 공인회계사가 됐는데 보장된 길을 걷지 않았다. 다른 선택을 하게 될 때 그 기준이 있었나.

"직감에 많이 의존했던 것 같다. 논리적인 것, 남이 얘기하는 거 들으면 판단이 어렵다."

▶앞으로 계획은.

"아르떼뮤지엄을 해외 주요 도시에 확산하는 것만으로도 회사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 우선 그걸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잘 만드는 역량만 있으면 사업의 기회는 굉장히 무궁무진하다. 5년 후는 5천억원 매출을 예상한다. 3, 4년 뒤에는 국내 매출 비중은 전체의 20%도 안 될 것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해 글로벌기업으로 키우겠다."

논설위원 yrlee@yeongnam.com

■ 이성호 대표=△1980년 영주출생 △영주 대영고, 서울대 경제학부, 서울대 대학원 석사 입학(제적) △삼일회계법인, 디스트릭트코리아 대표이사(현), 공인회계사(현)

기자 이미지

이영란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