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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사법 리스크, 어느 쪽이 더 치명적일까

2022-09-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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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의 헛발질은 하루도 빠짐없다. 자당 전주혜 비대위원이 재판장과 서울대 동기라며,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재판부를 바꿔달라 했다가 단칼에 거부된 건 정치 코미디의 백미다. 축구 한·일전에서 일본대표팀이 일본인 심판을 교체하라고 생떼 쓴 것과 다름없다. 그저께 그 재판부 앞에 다시 섰다. 최종 결정은 다음 주쯤에나 날 것이다. 다시 이준석의 완승? 국민의힘은 상상조차 하기 싫을 터이다. 비대위를 새로 꾸릴 수도, 최고위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의결기구의 증발. 당은 아무것도 못 하는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에 직면한다. 당 안에서 당이 공인한 룰로써 이준석과 윤핵관이 원(怨) 없는 일전을 치러 승부를 가리도록 하는 게 둘 다 살리는 길이다. 한쪽을 억지 배제하고 손 안 대고 코 풀려던 한심한 심산(心算)이 사태를 키웠다. 잡으라는 물가·금리·환율은 잡지 않고 이준석 때려잡으려다 생긴 사달이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 추가 징계, 영부인에 대한 특검 추진, 뉴욕발 막말 고소 고발전(戰)도 마찬가지다. 모두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닌 리스크다. 남 탓할 거 없다. 풀려면 쉽게 풀릴 것을 풀 마음이 없으니 풀지 못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아무리 '본 헤드(bone head·얼간이) 플레이'를 펼쳐도 더불어민주당이 곱절은 더 위험하다. 무슨 말인가. 민주당은 핵포탄을 깔고 누웠다.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爆心地)의 좌표는 이재명. 현재 당 대표이자, 2년 뒤 총선의 당 얼굴, 다음 대선의 유력 후보다. 대항마도 없고 대안도 없다. 민주당 최후의, 유일무이한, 오직 하나의 희망이자 보루? 이게 얼마나 위험한 상황설정인지 아는가. '이재명 없는 민주당'은 지금 상상조차 못 한다. 그에게 무슨 변고라도 생긴다면? 민주당은 완벽히 무장해제 된다. 의혹이 한둘 아니다. 어느 칼에 당할지 모른다. 무딘 칼에 손 벨 수도 있다. 취임 열흘 만에 '변고'가 현실화(선거법 위반 혐의 기소)했다. 그저께 오른팔 이화영 전 의원이 구속된 건 칼날이 더 예리해졌다는 경고다. 한 달 동안 '민생'을 외쳐온 이재명의 민주당이 '전쟁'에 갇힐 수밖에 없는 까닭이 무엇인가. 내 안의 두려움 때문인가. 위험천만인 건 이재명이 아니라 민주당이다.


지금이라도 당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당을 위한 선택이다. 늦으면 되돌리기 힘들다. 분명 쉬운 결정이 아니다. 사퇴하면 국민은 신선하다 여기고 민주당을 다시 돌아볼 것이다. 당은 선택지가 더 넓어진 새로운 도전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재명 사법 리스크는 2024년 총선,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까지 간다. 법정에서 3, 4년은 주고받는 전쟁이다. 그의 보좌관도 "전쟁입니다"고 했다. 문제는 그 짐을 오롯이 당이 져야 한다는 점이다. 플랜B도, 대안적 새 인물을 키울 기회도 얻지 못한다. 핵포탄을 끌어안고 조마조마한 싸움을 이어갈 텐가.


지금은 홀로 광야에 설 시간. 사법 리스크를 말끔히 해소한 뒤 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억울함이 많을 것이다. 0.73% 차로 애석하게 패한 대선 후보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사례는 헌정사에 없다.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수사하는 방식의 공정성에도 의구심이 큰 게 사실이다. 먼지떨이·별건·표적·기우제 수사라 여길 만한 갖은 방식이 동원된다. 그러나 죄가 드러나면 피할 방법 없다. '공정 수사다. 통상적 수사다'(한동훈 법무 장관)라고 하면 꼼짝 못 한다. 칼잡이 집단인 검찰을 쉽게 보고 '상대'로 고른 건 애초 민주당이다. 검찰과의 싸움은 쉬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질긴 숙명이 됐다.


지난주 민주당 원로들인 상임 고문단이 모였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뭉쳐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에게 힘을 실은 것이다. 갑자기 왜? 이 대표를 둘러싼 수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대표 리더십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원로들이 오랜만에 모여 당에 주문할 게 많았을 텐데 유독 '이재명 힘 실어주기'를 부각한 것은 역설적이다. 불안하다는 징거(徵據)다.
여야 모두 사법 리스크로 칠흑 같은 어둠에 갇혔다. 양보 불가의 외통수 형국이다. 누가 더 치명적일까. 타깃 좌표가 한 곳으로 특정된 쪽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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