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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시선과 창] 정몽주와 정도전

2023-01-25

조선 개국 일등공신 정도전
역사의 승자는 충신 정몽주
비판과 반기 드는 사람 배척
내 편만으론 국민통합 실패
상대방 포용·비판 수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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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전 대구시 정무부시장

정도전과 정몽주는 고려 말을 살아갔던 사람들이다. 함께 공부하고 관료생활도 같이했다. 약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존경하는 친구이기도 했다. 국가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경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추진해 나간 신진사대부들이었다. 그러나 공통점은 여기까지다. 개혁의 목표와 방향을 둘러싸고 둘은 대립했다. 정몽주가 볼 때 고려는 비록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체제 내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회생과 중흥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반면 정도전은 고려로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으므로 새로운 나라를 세워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둘의 싸움에서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죽어 나라를 지키지 못한 반면 정도전은 조선의 개국공신이 되었다. 그러나 역사의 승자는 정몽주였다.

개국과 새 왕조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헌신했던 정도전은 이방원과의 정치싸움에서 패배한 뒤 500년 동안 역적의 대명사가 되었다. 반면 저항의 상징 정몽주는 오히려 충신의 대명사가 되어 선비들이 따라야 할 모범이 되었다. 왜 그리되었을까. 창업에 성공한 왕의 입장에서는 나에게 순종하는 사람이 예뻐 보이고 체제를 비판하거나 반기를 드는 사람은 내쳐짐을 당하기 마련이다. 비록 전 왕조의 충신이었다 하더라도 임금에게 일편단심 충성하는 그 자세만큼은 지금의 너희들도 본받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상황변화에 따라 충신의 의미도 달리 해석되는 것이다.

창업과정에서는 쟁취라는 당면목표를 위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수성의 단계에 들어서면 그 자리에는 내 맘에 맞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선거에 이긴 이후에는 건설적인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충성파까지도 소외당하고 쓴소리를 달고 다니는 사람은 당연히 배척된다. 개국 일등공신이었던 정도전조차도 한번 발을 잘못 디디는 순간 만고역적의 자리로 떨어지는 것이다.

나라를 경영하는 지도자에게는 내 정치철학을 이해하고 이를 함께 추진할 동료들이 필요하다. 제아무리 뛰어난 영웅도 혼자서는 일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이 같은 사람들만으로 구성된 조직은 안으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산되지 않아 발전의 동력이 약화되고 고인 물이 되기 쉽다.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진영 안에서 권한과 이익을 둘러싸고 이전투구가 벌어지기도 한다. 밖으로는 반대의견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는 표출될 통로가 없어지므로 스스로 지하로 숨어들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기들의 이익을 관철하지 못하면 결국에는 혁명세력으로 자라나게 된다.

이긴 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큰 성공을 위해 상대를 포용하고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는 이치는 모두가 알고 공감하는 것이지만 그 실행은 어려운 일이다. 나를 향한 맹목적인 충성에 내 마음이 끌리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바탕을 둔 것이기에 역사적으로 고금의 차이가 없고 지역적으로는 중앙과 지방의 차이도 없다. 그러기에 역대 정권이 똑같은 지적을 받으면서도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내 편만으로는 국민통합은 물론 정책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다. 중국 당 태종은 쓴소리를 그 직책으로 하던 위징이 살아있을 때에는 훌륭한 정치를 펼쳤지만 위징이 죽고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신하가 없어지자 고구려 정벌이라는 망상을 밀어붙이다가 결국 자신도 죽고 나라도 망하고 말았다.


박봉규 <전 대구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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