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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포토 스토리] 다섯시간 남짓 살아 숨 쉰다 새벽의 '달장'

20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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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달성공원 새벽 시장 모습(위)과 31일 오전 새벽시장이 끝난 거리 풍경을 합성한 사진.

추운 겨울 날씨에도 햇빛 쏟아지는 대구 달성공원 주변을 거닐면 나른한 봄날의 정취 같은 것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오래전 어린이와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던 달성공원은 어느새 어르신들의 놀이터 혹은 조용한 나들이 장소를 택한 몇몇 시민의 사랑방 같은 느낌이다. 유동인구가 줄어드니 그만큼 주변 상권은 지나는 사람 붙잡지 않는 작은 점포나 창고 같은 것이 즐비하다. 이렇듯 조용하고 세월 바랜 달성공원 앞길을 느낀 후에야 비로소 새벽시장의 참맛이 느껴진다.

지난달 29일 새벽 다섯 시, 언제까지고 조용할 것 같던 어두운 거리 양옆으로 노점들이 들어섰다. 영하의 날씨에 난로를 피우고 따뜻한 어묵 국물과 국밥을 데우는 거리는 금세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안 파는 것이 없다. 쌈짓돈으로 사 먹을 수 있는 군것질거리부터 새벽의 해장술까지. 싱싱한 해산물부터 어디에 써먹어야 할지 알 수 없는 골동품까지. 약 500m 남짓한 거리에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 시장이 열린다.

달성공원 새벽시장은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달성공원 앞에서 열리는 시장이라 '달장'이라 부르기도 하고 새벽에 잠깐 서는 시장이라 '달성공원 번개시장'이라고도 불린다. 2000년대 초반 노점 몇 개가 들어서며 생겨난 시장의 이름은 노점 개수만큼 다양한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평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전 8시, 가장 많은 노점과 시민들이 찾는 일요일은 오전 10시까지 장이 선다. 지붕 없는 노점 시장이라 날씨 따라, 노점상 마음 따라 평일 새벽은 장이 서는 것이 불투명하지만, 일요일만큼은 노점상과 시민들이 약속이나 한 듯 거리를 한가득 채운다.

한바탕 소란스러운 새벽시장은 오전 10시가 가까워지면 상인들이 하나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다섯 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한(恨) 풀 듯 삶을 풀어낸 달성공원 앞길은 다시 조용했던 거리, 세월 품은 점잖은 거리로 돌아간다.

대구에 사는 사람이라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 혹은 달성공원 근처를 지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새벽시장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한편으로 모르고 살아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알려줘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다 한 번쯤 아침 일찍 이곳을 지나다 발견되었으면 한다. 내가 모르는 세상이, 내 주변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뜨겁게 생동하고 있다.

글·사진=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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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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