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천초등 인근에 조성된 안심통학로 무용지물
아이들 차 피해 다니기 바쁜데 상인·주민 "주차할 곳 없다"
수성구청 "민원 탓 단속 어려워"…인근 공영 주차장도 공간 태부족
7일 오전 8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 동천초등학교 인근 파란색으로 칠해진 안심통학로가 조성된 골목길에서 한 어린이가 불법주차된 차량을 피해 반대편 길을 걸으며 등교하고 있다. |
불법주차된 차량을 피해 도로 가운데로 나오는 등굣길 어린이. |
7일 오전 8시 대구 수성구 동천초등학교 앞 주택가 이면도로. 파란색으로 칠해진 '어린이 안심 통학로'는 아이들이 아닌 불법 주차 차량으로 점거돼 있었다. 안심 통학로를 이용해 등교하던 여학생 3명은 불법 주차된 차량을 피해 도로로 나왔다가, 다시 뒤따르는 차량에 의해 발길을 돌리는 등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종종걸음을 재촉했다. 다른 한 학생은 교행하는 차량으로 도로가 막히자 아예 옆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이날 안심 통학로를 걷던 김모(9)군은 "주차된 차량들이 늘 통학로를 가로막고 있어 이쪽저쪽을 피해 다니며 항상 차를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을 위해 만든 안심 통학로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뻔히 알면서도 불법 주차를 일삼는 몰지각한 운전자들에 의해 동심이 멍들고 있지만, 관할 행정기관은 민원 타령만 늘어놓고 있다.
지난 2020년 마련된 동천초교 이면도로 안심통학로. 하지만 불법주차된 차량으로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
지난 2020년 마련된 동천초교 이면도로 안심통학로. 하지만 불법주차된 차량으로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
지난 2020년 마련된 동천초교 이면도로 안심통학로. 하지만 불법주차된 차량으로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
초등학교 인근에 안심 통학로를 조성하는 이유는 교통사고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어린이는 대체로 키가 작아 운전자에게 잘 보이지 않고, 길을 걷다 갑자기 돌진하는 돌발행동을 보인다. 이런 보행 특성으로 어린이가 불법 주정차 차량 사이로 갑자기 튀어나올 경우 사고를 당할 위험성이 크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8~2021년 발생한 불법 주정차 유발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차 대 사람' 사고에서 어린이의 비율이 16.4%로 나타났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대구지역 스쿨존 내 어린이(12세 이하) 교통사고는 총 146건이며, 부상자는 151명에 달했다.
하지만, 동천초등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인 A씨는 "주택·상가 밀집 지역이라 주차 문제가 항상 심각하다. (안심 통학로) 외엔 마땅히 조차할 곳이 없다"고 했다. 주민 박모(53)씨도 "공영주차장과 노상공영주차장이 조성됐으나 면수가 적어 한정적이다. 어쩔 수 없이 골목길에 차를 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 관계자는 "3년 전 동천초등 인근 공사장 등 어린이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아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안심 통학로를 조성했다"면서 "통학로 주차는 불법이지만 주민·상인들의 민원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상시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글·사진=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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