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구축한 전산시스템 ‘먹통사태’ 이어져
다문화가정 한국어강좌, 취업지원 신청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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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패밀리넷 홈페이지에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는 공지가 게시돼 있다. 이로 인해 홈페이지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웹사이트 캡처> |
몽골인 아내를 둔 A씨는 최근 아내의 한국어강좌 수업을 신청하기 위해 '패밀리넷' 홈페이지에 들어갔지만, 계속되는 로그인 지연에 화가나 강의 신청을 포기했다. A씨는 "부인이 한국어와 컴퓨터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대신 강좌를 신청하려는데, 사이트에 들어갈 때마다 접속 오류가 떴다"고 화를 냈다.
대구 한 다문화가정 담당직원 B씨는 지난달 노트북을 들고 다문화가정을 일일이 찾아가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도왔다. 홈페이지가 개편되면서 회원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B씨가 관리한 회원 자료는 이달 초 모두 사라졌다. B씨는 "다문화가정은 언어나 자격조건 때문으로 홈페이지 가입을 어려워한다"면서 "겨우 인증받고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그 자료가 이유도 없이 모두 날아가 버린 것"이라고 속상해했다.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한가원)이 올해 초 구축한 '가족지원통합정보시스템' 오류가 이어지면서 다문화가정 관련 업무가 차질을 빚고 있다. 26일 여가부 등에 따르면 한가원은 2년 전 예산 30억원을 들여 가족센터 홈페이지와 연동되는 통합시스템을 개발, 3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전국 240여개 가족센터 직원들이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등을 관리·지원하는데 이용된다. 3~4월까지는 기존 실적시스템을 병행 사용해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으나, 6월부터 본격적으로 이 시스템만 사용하면서 로그인 지연, 입력 오류 등 시스템 '먹통' 사태가 발생했다.
수성구 한 다문화지원센터 관계자는 "조금씩 오류가 잡히고 있지만, 여전히 접속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에는 서버가 다운된다"면서 "실적을 입력해야 하는데, 서버가 불안정해서 일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신청만으로 진행되는 한국어강좌, 취업지원 프로그램, 통역 등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각종 서비스 신청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다문화가정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대구 한 다문화지원센터 관계자는 "프로그램 신청에 대한 통계를 내고 싶어도 프로그램이 작동되지 않아 지금은 정확한 실태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회원가입이나, 서비스 신청이 어려워 포기한 경우가 제법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여가부는 전산 시스템 관련 문제를 파악하고, 지난 21일 자체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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