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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타워] 퇴행과 쇄신

2023-07-13

[영남타워] 퇴행과 쇄신
임호 (서울 정치부장)

퇴행(退行)이란 단어는 부정적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의료분야에서는 오래 사용해 닳았다는 뜻을 의미한다. 정치에서는 과거의 잘못된 방식을 답습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TK(대구·경북) 지역민은 박근혜 정부 시절 핵심 인사들의 내년 총선 출마설에 눈살을 찌푸린다. 일명 '올드보이의 귀환'을 '정치적 퇴행'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 이유가 국가나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명예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내년 총선에서 거대 정당의 공천을 받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될 수도 있다. 이들이 정계로 복귀한다면 무엇부터 할까. 아마도 자신에게 가장 뼈아팠던 과거로의 복기(復棋)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고, 억울한 정치 탄압의 희생양임을 증명하려 할 것이다. 이미 건너버린 탄핵의 강을 다시 되돌아가는 셈이다. 그들에게 4년이란 국회의원 임기는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짧디짧은 순간일 것이다. 이들에게 국가와 지역사회를 보살필 시간은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다. 국민은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가려 안간힘을 쓰는데, 지역 정치는 끝도 없는 퇴행을 반복하게 되는 셈이다.

올드보이의 귀환에는 현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하나로 힘을 합쳐도 부족할 판에 여당과 야당은 하루가 멀다 하고 자당의 이익을 위해 밥그릇 싸움만 벌였다. 지역 정치인들도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행동하기보다는 내년 총선에서 공천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지난 4년간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분명한 성과물을 보여줬다면 그 누구도 올드보이에게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중앙 정치권은 TK 국회의원(25명) 중 최소 60%, 최대 80%의 교체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15~20명의 현역 의원들이 교체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TK에는 극히 일부의 다선의원과 명예회복에 나선 올드보이 그리고 열정만 있는 다수의 초선으로 구성될 것이다. 결국 힘없고, 눈치만 보는 천덕꾸러기 TK가 될 수밖에 없다.

지역민들이 바라는 것은 TK 정치권의 쇄신(刷新)이다. 능력 있는 정치인은 더 큰일을 할 수 있도록 키워 나가고, 무능한 정치인은 새 인물로 교체해야 한다. 그 자리에 개인을 위한 정치나 명예회복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오직 분야별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가와 지역 발전에 힘을 보탤 인물만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TK 굴기를 위한 주요 현안을 지속적이고, 무게감 있게 챙길 수 있는 정치인들을 키워나가야 한다. 며칠 전 국회에서 만난 지역의 청년 정치인은 "TK 정치권의 가장 큰 문제는 인물을 키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익숙한 정치인을 찾아 과거로의 회귀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TK에 필요한 것은 젊고 참신한 청년·신인 정치인과 현역(국회의원) 중 능력 있는 인물을 키워나가는 것"이라며 "이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더 능력 있는 정치인들이 살아남아 제22대 국회에서 지역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대구경북의 미래도 밝아질 수 있다"고 했다.

임호 (서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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