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중앙회와 일선 금고, 상생의 수평적 관계로 바꾸겠다"
![]() |
김현수 새마을금고 중앙회 이사는 "새마을금고가 서민금융기관으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원칙을 바로 세우고 신뢰를 회복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새마을금고 중앙회와 일선 금고 간 관계를 '지도·감독'의 수직적 관계가 아닌 '지원·상생'의 수평적 관계로 반드시 바꿔야 합니다."
지난달 31일 만난 김현수(57) 새마을금고중앙회 이사(대구 더조은새마을금고 이사장)는 일선 금고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만큼 감독권을 강조한 중앙회의 통제 구조보다는 '상호보완적' 구조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7년 전 지역에선 최초로 40대 금고 이사장에 당선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비록 작은 단위 금고지만, 젊은 비금융 전문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김 이사는 '결과'로 말했다. 전문성을 입증한 게 주효했다. 당시 경영 사정이 좋지 않았던 달구벌새마을금고와 날뫼새마을금고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것. 두 금고는 지금 '더조은 새마을금고(서구 비산동)'가 됐다. 김 이사는 이후 1년6개월 만에 중앙회 이사와 대구이사장협의회장까지 꿰찼다. 모두가 인정하는 지역 금고의 젊은 대표 리더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비금융인 출신서 지역금고 리더로
美 이민·사업하며 원칙과 신뢰 배워
지역 첫 40代 이사장 당선 '센세이션'
18개월만에 중앙회 이사…재선 성공
새마을금고 미래 준비하는 개혁가
단위금고 검사 권한 외부 이양 고민
중앙회 내부감사 역량은 더욱 강화
최근 중앙회發사태 명명백백 밝혀야
"어떻게 짧은 시간에 중앙회 이사와 지역이사장협의회장까지 맡을 수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개혁'이라고 짧고도 명쾌하게 답했다.
그는 "지금 새마을금고의 구조는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며 "중앙회는 일선 금고 위에 있는 기관이 아니라 동행하는 기관인데 중앙회의 관리감독이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 이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중앙회 이사로 출마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출내기 이사장이 대구를 대표한다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걱정은 기우였다. 그는 새마을금고가 당면한 크고 작은 현안에 대해 가감 없이 지적하며 변화와 개혁을 외쳤다. 그 결과일까. 지난해 재선에도 성공했다.
새마을금고는 회원이 주인이자 고객이다. 또 예·출금 등 금융사업을 하지만 문화복지·지역사회 개발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지역민과 그만큼 밀접한 관계에 있다.
김 이사는 "금고의 설립정신 자체가 '협동'과 '자조'다. 금고 수익이 더 많이 사회로 환원돼야 한다"고 했다. 실제 지역 경로당(5곳)의 월세를 수년째 납부해주고 있다. 필요 시 쌀과 간식도 지원한다.
그는 "새마을금고가 잠시 힘들어진 건 사실이지만 많은 분이 우려하는 만큼은 아니다. 올 연말이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고객에 대한 무한책임을 갖고 난관을 잘 극복하겠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본인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새마을금고 중앙회 이사이자 대구 더조은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맡고 있다.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공부하는 등 젊은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다. 이후 무역업에 뛰어들었고, 귀국 후에는 건설업을 하면서 국내외 경제적 흐름을 파악하는 눈을 키웠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체득한 것이 있다면 바로 '원칙과 신뢰'다. 현재 새마을금고 업계에 가장 필요한 것도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새마을금고에는 어떻게 뛰어들었나.
"2016년 날뫼새마을금고 수장 자리가 비면서 감사를 맡고 있던 나에게 이사장을 맡아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금융 전문가가 아니어서 처음엔 정중히 사양했다. 하지만 당시 날뫼새마을금고에 가장 필요한 것은 원칙을 바로 세우고 조합원들의 신뢰를 다시 얻는 것이었다. 새마을금고 직원들은 금융 전문가이기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외부 압력을 막아주고,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금고를 바로 세울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첫발을 들이게 됐다."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중앙회 이사까지 당선됐다. 어떻게 가능했나.
"금고 업계에 뛰어든 이후 금융전문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경북대 대학원에 들어가 주경야독했다. 거기서 금융기관에 대한 이해와 역할에 대한 체계를 잡았다. 단위 금고 이사장을 맡으면서 새마을금고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들도 접하게 됐다. 이 문제들은 원칙을 바로 세워 고치기는 쉽지만 아무도 기득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병폐로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병폐를 뜯어 고쳐 금고 조합원을 비롯한 수많은 가족에게 더 큰 이익을 안겨드릴 방법을 많이 고민했다. 그러던 중 지역 원로급 이사장들이 개혁의 총대를 매달라며 힘을 실어줘서 용기를 내 중앙회 이사 선거에 나갔다."
▶최근 새마을금고 중앙회발(發) 각종 논란으로 단위 금고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앙회 이사로서 어떻게 보나.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단위 금고 이사장으로서 조합원 신뢰 회복 방안을 찾느라 머릿속이 많이 복잡하다.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고민했다. 일련의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되기 전까진 마음 편히 지낼 수 없을 것 같다. 우선 중앙회와 단위 금고들이 어떻게 이 같은 사태에 이르렀는지에 대해 명명백백히 문제점을 밝혀 조합원과 국민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원칙을 바로 세우고 신뢰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적당히 넘어가거나 편법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아야 한다. 이는 저 혼자서 목청을 높인다고 전부 해낼 수 없다. 중앙회와 단위 금고 구성원, 조합원 모두가 힘을 합쳐야만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 새마을금고 정상화는 우리 모두의 당면 과제다. 뜻을 함께하는 모두와 손을 맞잡겠다. 힘들더라도 정상화로 나가는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현재 중앙회 이사로서 재선 임기 중이다. 향후 추진할 일들에 대해 듣고 싶다.
"아직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본 것은 아니다. 현재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쥐고 있는 단위 금고에 대한 검사 권한을 외부로 넘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검사 권한을 바탕으로 중앙회와 단위 금고 간 힘의 균형이 손쉽게 무너지는 사례를 수없이 봤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것 같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은 외부감사를 받게 된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등도 공인회계사를 통해 국가회계를 맡긴다. 전문가에게 공정한 검사를 맡기는 것만으로도 많은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다. 중앙회의 경우 내부 준법감사 역량을 더 강화해야 한다.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한 감시가 이뤄진다면 조합원과 국민으로부터 이른 시일 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원칙을 바로 세우고 신뢰를 얻어가겠다. 누군가는 이를 '개혁'이라고 할 수 있고, 누군가는 '정상화'라 할 수 있다. 저는 함께 잘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를 할 때도 금융업계에 뛰어들면서도 그 신념은 바뀌지 않았다. 함께 잘 살아야만 지속가능하다. 금고 설립정신인 '협동'과 '자조' 또한 함께 잘 사는 것이다.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