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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영화에서 보던 일이 우리 아파트에”…일상 파고든 마약 범죄

2026-06-18 18:45

대구 달서구 도원동 노후 아파트 단지서 마약 은닉 및 수거 정황 수차례 드러나
소화전, 피난 유도등 등 소방시설을 던지기 수법 장소로 활용
전문가 “마약 대중화 우려”, “과도한 공포도 경계해야”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명 마약 던지기 정황이 나온 사실을 관리사무소 등에서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김현목 기자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명 마약 '던지기' 정황이 나온 사실을 관리사무소 등에서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김현목 기자

한때 유흥업소나 조직폭력배 등 일부 부류들의 문제로만 인식됐던 마약 범죄가 시민들의 일상 공간까지 은밀하게 파고들고 있다. 특히 최근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마약류를 특정 장소에 숨겨 거래하는 이른바 '던지기' 의심 정황이 확인되면서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공포에 떨고 있는 아파트 입주민


17일 마약 유통현장으로 지목된 대구 달서구 도원동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아갔다. 1천가구가 넘는 대단지이지만 준공된 지 30년 가까이 된 탓에 공동현관 출입 통제 장치나 로비 보안 시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외부인이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건물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현관에 들어서면 곧바로 승강기와 계단으로 이어졌다. 계단 아래와 복도 모퉁이, 승강기 옆 구석 등은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인적이 드문 심야 시간에는 외부인의 움직임을 주민들이 알아차리기 쉽지 않아 보였다.


택배와 음식 배달이 일상화된 점도 낯선 사람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외부인이 승강기를 타고 여러 층을 오가더라도 입주민이나 배달원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인지 여부를 곧바로 분간하기 어렵다는 것.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단지 게시판에 마약 유통과 관련한 안내문을 잇따라 붙였다. 안내문에는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단지 공용 공간에서 마약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엔 신종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추가 발견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구 한 아파트 단지 피난 유도등이 일명 마약 던지기에  악용됐다는 정황이 나왔다. 김현목 기자

대구 한 아파트 단지 피난 유도등이 일명 마약 '던지기'에 악용됐다는 정황이 나왔다. 김현목 기자

주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초등생 자녀를 둔 입주민 이희재(가명·42)씨는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우리 아파트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질 않는다"며 "아이들이 매일 오가는 곳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너무 겁이 난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또 다른 입주민(38)은 "안내문을 보기 전까지 마약 범죄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겼다"며 "마약 중독자나 범죄 관련자가 실제 주변을 드나들었다는 것 자체가 끔찍하다"고 했다.


관리사무소는 경찰 수사에 협조하는 한편, 동별 공동현관문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조만간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출입 통제와 폐쇄회로(CC)TV 보강 등 안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금장치, CCTV 사각지대 많은 노후 아파트가 유통타깃


경찰은 관련 첩보를 토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 현재 운반책 등 관련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마약 던지기' 수법은 판매자가 아파트 계단이나 화단, 건물 틈새 등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긴 뒤 구매자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비대면 거래 방식이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지 않아도 돼 텔레그램 등 각종 소셜미디어와 가상자산을 이용한 마약 거래에 주로 활용된다.


경찰은 범죄자들이 물건을 감추거나 회수하기 쉬우면서도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운 장소를 범행에 이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현관 통제 시설이 없거나 CCTV 사각지대가 많은 노후 아파트가 범행 장소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대구에 마약 범죄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대구에서 발생한 마약 범죄는 총 132건으로, 이 중 104건은 피의자가 검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69건이 발생, 57건은 붙잡혔다. 1년 새 발생 건수가 두 배 가까이 는 셈이다.


대구경찰청 장웅기 마약범죄수사계장은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던지기 수법'이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우리도 온라인 추적과 가상자산 분석 등 수사 기법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인터폴 등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해외 공급책 추적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마약 범죄를 더 이상 특정 계층이나 장소에 국한된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대구한의대 박동균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아파트 화단과 계단실, 쓰레기 수거장 주변 등 시민 일상 공간이 '던지기' 장소로 악용되는 사례가 적잖다"며 "마약 범죄 특성을 고려해 위장 수사 등 전문 수사 기법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해외 공급망과 국내 유통 조직이 연결된 경우가 많은 만큼 경찰·검찰·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의 공조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개별 사건을 계기로 공포가 지나치게 확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계명대 윤우석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일부 사건만으로 노후 아파트들이 마약 범죄 위험에 노출됐다고 일반화할 필요는 없다"며 "실제 범죄와 시민이 체감하는 위험도 사이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막연한 공포를 키우기보다 공동현관 출입 통제와 CCTV 점검, 사각지대 개선 등 범죄 예방 환경을 만드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 아파트 소화전에 은닉된 합성대마 수거한 30대 남성 징역형 집유

텔레그램을 통해 구매한 이른바 '합성 대마'를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서 수거해 수차례에 걸쳐 흡입한 30대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8일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재판장 도정원)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34)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약물 치료강의 수강 40시간도 명령했다.


이날 재판부는 "마약류 관련 범죄는 은밀히 거래돼 투약되는 특성상 적발이 쉽지 않고, 환각성·중독성 탓에 재범 위험성이 높을 뿐 아니라 관련 범죄를 유발시켜 타인에게 해악을 미친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선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 A씨의 경우 중독성이 강한 합성대마를 1회 매수해 6차례에 걸쳐 사용하고, 남은 합성대마를 소지했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수사기관에서 성실히 조사에 응했고, 이 사건 이후 자발적으로 재범 방지 교육을 수강했다. 혼자 부양해야 할 미성년 자녀가 있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4년 12월 텔레그램을 이용해 구입한 합성대마 5㎖(27만원 상당)를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흡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판매자가 알려준 좌표 지점을 따라 대구 수성구에 있는 한 아파트 복도 소화전 안에 있던 합성대마를 수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지난해 1월까지 달서구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와 노래방 등에서 합성대마를 전자담배 기기에 장착하는 방식으로 연기를 수 차례 흡입했다.


이날 재판부는 A씨와 함께 같은 혐의로 기소된 B(37)씨에게 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약물 치료강의 수강 40시간을 명령했다. A씨와 선후배 관계인 B씨는 같은 기간 대구 달서구 한 노래방에서 총 2차례에 걸쳐 합성대마를 흡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B씨는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동종 및 벌금형을 초과한 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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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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