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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엽 (시인) |
일부 몰지각한 문학인, 특히 시인의 부도덕한 시비(詩碑)가 건립되는 것에 따끔한 충고를 하고 싶다. 자비로 비석에 자신의 글(시)을 새겨 세우고, 시집 표지에 올려 자랑하듯 폼을 과시하는 행위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자기 자랑에 불과한 시비는 시비가 아니다. 자신을 남들에게 돋보이려고 하는 자기 자랑에 급급한 몰지각한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또한 엄연히 자연훼손에 해당한다. 모든 문학인이 이렇게 자기 자랑에 급급해 자비로 시비를 건립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숫자가 얼마가 되는지를 묻고 싶고, 이것을 자랑하는 문학인이 정말 문학인답다고 할 수 있는 것이냐를 묻고 싶다. 개인 자비로 건립한 시비는 반(反)상식적인 생각에서 빚어진 심각한 자연훼손의 주범이다. 그 볼품없는 시비를 사진 찍어 자랑하고 다니는 꼴불견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이러한 현상의 피해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는 묻지 않아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뻔한 일 아니겠는가. 시인이 남겨야 할 것은 시비가 아니다. 자기 만족에 사로잡히는 문학인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할 것이다.
시비는 후세들이 그분의 공적이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고, 후세들의 표상이 되어야 한다. 자연보호에 앞장서야 할 문학인이 사비로 건립한 시비가 여기저기 무분별하게 난립하여 자연훼손의 1등 주범이 되어서야 되겠느냐라는 질문을 남긴다.
박주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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